하워드 진 저, 유강은 역, 『전쟁에 반대한다』
하워드 진 저, 유강은 역, 『전쟁에 반대한다』

  우리는 대부분 전쟁에 참여해 본 일이 없다. 참여는 물론 당사자가 되어본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릴 적 보았던 애니메이션부터, 수많은 소설, 영화, 게임 등에서 전쟁을 소재로 삼는 것은 어렵지 않게 보아왔다. 물론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에서도 언제나 전쟁이 빠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아마도 전쟁을 직접 겪어본 이들은 드물지만, 전쟁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전쟁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어떻게 답변할 수 있을까? 마키아벨리는 전쟁은 일어나게 되어있는 것이고, 유일한 문제는 어떻게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지 뿐이라고 말했다. 과연 그럴 수 있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전쟁은 계속되고 있는 걸 모두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미국의 역사학자이자 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기를 탔던 하워드 진은『전쟁에 반대한다』를 내보인다.

  그는 먼저 ‘대학살’에 대해 말한다. 그는 대학살의 정의가 ‘무고한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대량 살육’하는 것이라면 대부분의 전쟁에서, 심지어는 정당하다고 평가되어 왔던 전쟁에서조차 언제나 대학살이 일어나왔다고 말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본다. 그러므로 전쟁의 본질에 대해 그것은 ‘국가 지도자들의 거짓말을 동반한 무고한 이들에 대한 계획적인 살육’이라고 말하고 있다. 전쟁의 명분이 정당하거나, 심지어 그것이 인도적인 순간에도, 전쟁은 대학살을 전제로, 혹은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떤 현대전은 ‘보복’으로 시작한다. 작가는 이런 경우의 전쟁 역시 반대하는 편에 선다. 2차대전에서의 그의 경험과 이후 역사학자로서 보아온 전쟁들에서 폭력이 더 큰 폭력으로 완전히 제압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또한 전쟁은 개인적인 살인과는 다른 특성을 가진다. 개인적인 살인은 가시적인 직접성을 띠고 있으나, 전쟁은 법인체적 성격을 가진다는 것이다. 즉 모든 전쟁의 당사자는 제한적인 책임만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 현대의 대규모 살인의 본성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제한적 책임을 진 당사자들이 행한 전쟁의 결과는 어떠한가? 그는 그 효과가 개인이 행하는 폭력보다 수천 배나 더 치명적이라고 말한다. 그런데도 곧 대학살에 관여한 수많은 사람은 자신이 결백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현실의 받침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무수한 이해관계, 정치·경제적 목적, 때로는 종교 등 수많은 것이 있겠으나『전쟁에 반대한다』는 할리우드의 전쟁영화와 마키아벨리즘에 대해서도 말한다. 그는 할리우드가 항상 전쟁을 흠모해 왔고, 또한 전쟁영화들이 전쟁을 찬미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찬미하게 한다고 말한다. 영화에서는 종종 대의가 정당함을 내세워 영화의 주인공들이 참여하는 전쟁이 ‘좋은 전쟁’임을 부각시킨다. 

  하지만 현실에서 좋은 대의는 좋은 전쟁 대신 증오를 낳고, 무고한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을 뿐이다. 이러한 영화의 플롯과 현실의 전쟁 밑에 그는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사상이 있다고 설명한다. 마키아벨리의 정치적 현실주의는 근대의 정부들에게 사회의 목적과 수단에 대해 정복과 힘이라는 답을 내렸다. 따라서 전쟁은 불가피하며 오히려 바람직한 것이 된다. 실제로 많은 전쟁은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금도 세계 도처에서는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책에 나온 2차대전 이후의 사례들과 현재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대의와 명분이 정당하다고 믿는 이들, 거짓을 섞어 그 명분을 만드는 이들, 그리고 그러한 연쇄에 관여하는 이들이 뒤섞여 있다. 작가는 동시대의 사람 중 얼마나 많은 이들이 반전 비폭력 운동으로 돌아서는 여정에 동참할 것인가는 알 수 없지만, 어떻게 전쟁 없이 투쟁하여 정의를 쟁취할 것인가 하는 일이 우리 시대의 가장 큰 과제라고 말한다. 옮긴 이의 마지막 말처럼 그 과제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최수이 (언론정보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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