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대의원회 구조도,  인포/ 김민수 기자
총대의원회 구조도, 인포/ 김민수 기자

  “대의원회를 아시나요?” 

  학생회비를 운용해 학우들의 권리를 증진하는 학생회가 있다면, 학생회가 학생회비를 잘 운용하는지 감시, 견제하는 기구가 있다. 바로 대의원회다. 그러나 많은 학우가 학생회는 친숙하다고 느끼지만, 대의원회에 대해서는 생경한 반응을 보이곤 한다. 이와 같은 학우들의 반응은 설문조사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충대신문이 우리 학교 학우 10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의원회의 역할이 무엇인지 아느냐는 물음에 39명(약 37%) 학우들이 ‘약간 안다’, 20명(약 19%) 학우들은 ‘아예 모른다’고 응답했으며, 20명(약 19%)의 학우들은 ‘관심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감사 진행 주체와 적용 세칙,  인포/ 이서영 기자
감사 진행 주체와 적용 세칙, 인포/ 이서영 기자

  대의원회의 구조 

  - 양립 체제 

  우리 학교 학생 자치 기구는 학생회와 대의원회의 양립 체제로 구성돼 있다. 총학생회장은 대통령, 총대의원장은 국회의장을 모티브 삼아 총학생회(이하 총학)와 총대의원회(이하 총대)는 함께 출범해 올해로 54대에 이른다. 학생회는 학우들의 목소리를 학교 의사결정에 중심이 되도록 학우들의 권익 증진에 앞장서고, 학생회비를 학우들을 위한 여러 사업 등에 집행한다면, 대의원회는 학생회가 사업을 올바르게 집행하는지 감시하고, 차기 학생자치기구 선거가 공정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이끈다. 

  차기 학생 자치 기구는 매년 11월에 선거를 통해 선출한다. 학생회 선거는 ▲총학생회장단(회장‧부회장) ▲단과대학 학생회장단 ▲단과대학 학과·학부 학생회장단이 주인공이며, 이들을 견제하는 대의원회 선거는 ▲총대 의장단(의장‧부의장) ▲단과대학 대의원회 의장단 ▲단과대학 학과·학부 대의원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대부분의 학생 자치 기구는 학우들의 직접 선거로 선출되지만 총대 의장단 만은 간접 선거로 진행한다. 

  총학과 달리 총대 의장단을 간선제로 선출하는 방식에 대해 현 총대 이혁주 의장은 “총대 존립 근거이자 학생회칙의 기본 이념인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지키고, 소형 단과대학에서도 학교 전체급 대표자를 배출할 수 있는 구조”라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20번의 총학생회장단 선거에서 비상대책위원회를 제외한 총학생회장 당선자는 모두 6개 대형 단과대학에서 나온 반면, 총대 의장단 선거에서는 소형 단과대학에서도 8번의 총대 의장 당선자를 배출했다. 

제3차 정기감사 현장, 한누리회관 소강당에서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이승혜 기자
제3차 정기감사 현장, 한누리회관 소강당에서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이승혜 기자

  총대의원회 

  우리 학교 총대의 대의원은 각 학과별로 1명의 대의원, 17개 단과대학 대의원회 의장단, 총대 의장단으로 현재 102명이다. 이들은 총대의 최고 의결기구인 대의원총회의 의결권과 총대 의장단 선거의 선거권을 가진다. 

  대의원총회는 여러 중대 사안을 결정할 의결권을 지닌다. 회칙개정안 의결권, 학생회비 금액 및 배분 확정권, 각 기구의 예산 및 결산의 심의‧확정권 등과 같은 권한이 그 예시다. 나아가 총학생회장을 탄핵할 수 있는 권리도 총대에게 있다.  

  이뿐만 아니라 총대에는 감사특별위원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두고 있어, 총학 기구의 활동 및 운영을 감사하거나 특정한 사안에 대해 조사할 수 있으며 선거를 공정하고 민주적으로 관리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이처럼 총대에게 주어진 권한이 막중한 이유는 ‘총학을 충실히 견제해야 하는 기구’이기 때문이다.  

  대의원회 vs 학생회 

 대의원회는 학생회를 감사하는 기구이기에 학생회와는 긴장 관계를 유지한다. 이러한 긴장 관계는 때때로 마찰로 드러나기도 한다. 

  - 대의원회의 유권해석 

  대의원회는 학생회의 학생회비 운용, 공약 이행 상황 등을 감사하는데 이를 ‘정기감사’라 하며 분기마다 한 번씩 1년에 총 4회 진행한다. 정기감사는 총학생회, 단과대학 학생회, 학과 학생회를 대상으로 진행하며 이때 각 기구별로 감사를 진행하는 주체와 적용하는 세칙 또한 상이하다. (인포 참고) 총학생회를 감사하는 경우는 총대 의장단과 상임위원(단과대학 대의원회 의장) 2인으로 진행되며 단과대 학생회는 총대의장단과 상임위원 1인이 진행한다. 여기까지는 ‘충남대학교 감사세칙’이 적용된다. 학과 학생회는 단과대학 대의원회 의장단과 학과 대의원 1인이 진행하며 이 때는 각 단과대학 자치규정을 따른다. 자치규정이 없는 단과대학의 경우에만 ‘충남대학교 감사세칙’을 적용한다. 

  단과대 학생회와 학과 학생회를 감사하는 주체는 해당 단과대 대의원회 의장, 해당 학과 소속 대의원을 제외한 후 무작위 추첨을 통해 배치된다. 예를 들어, 인문대학 학생회의 감사를 진행할 때는 간호대학 대의원회 의장이, 영어영문학과 감사를 진행할 때는 국어국문학과 대의원이 감사를 진행하는 식이다. 

  그러나 학생회들은 감사를 진행할 때 어떤 대의원이 배치되느냐에 따라 기준이 달라져 감사를 준비하기 까다롭다고 말한다. 

  A 단과대 학생회장은 “각 상임위별로 기준이 모호하다 보니 기준을 맞추기 어려웠다”며 감사를 준비하며 느낀 고충을 토로했다. 일례로 상품 수령과 관련해 총학생회칙에는 수령자의 개인정보와 재적증명서 또는 학생증을 제출하기로 돼 있지만 상임위는 재적증명서와 학생증 모두를 제출하는 것으로 해석해 번거로움이 추가됐다고 밝혔다. 또한 “총대의원회에서 진행한 감사 오리엔테이션(이하 오티) 자료가 불분명하고, 참석하지 못한 학생회를 위해 감사 매뉴얼에 근거한 감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오티에서 구두로 얘기한 내용을 감사기준으로 적용하는 것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는 대의원회에서도 공감하고 있었다. 사과대 대의원장 이제혁 학우는 “유권해석이 엇갈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의장이 감사 직전에 대의원들과 타협점을 찾기도 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기도 한다”면서도 “의장은 감사 과정에서 대의원의 판단을 존중해 줘야 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밝혔다.  

  대의원마다 해석이 달라지는 것도 문제지만, 매년 과거 감사 과정에 대한 인수인계도 원활히 진행되고 있지 않았다. 보관하고 있는 감사 자료는 정기 감사 때마다 제출되는 자료일 뿐, 징계 결과를 따로 보관하지 않는다. 대의원회조차도 징계 결과를 확인하려면 과거 SNS를 통해 공개한 감사 결과 공고 자료를 찾아봐야 실정이다. 총대 이혁주 의장은 “해당 문제에 매우 공감하며 공약사항 중 하나도 감사와 선거 관련 징계 판례집을 제작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 세칙의 모호성 

  이러한 유권해석이 엇갈리는 것은 세칙의 규정이 엄밀하지 않아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칙 표현에는 모호한 표현이 많다. 예를 들어 “수입과 비교해 지출은 적당한 것인지 감사한다”와 같은 규정에서 ‘적당함’의 기준은 무엇인지, “모든 사업실시에 대하여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한 집행은 금한다”와 같은 규정에서 ‘특정 집단’은 누구를 뜻하는지와 같이 규정 내에 모호한 판단 요건이 포함돼 있는 셈이다. 

  특히 후자의 경우, 학생회비를 통해 학생회의 행사 참가비를 지원해 줬을 때 학생회를 ‘특정 집단’으로 볼 것인지 여부를 두고 대의원회와 학생회 간의 의견 충돌이 발생했다. 학과 학생회부터 단과대 학생회까지 이들은 행사를 진행할 때 인원 통솔부터 식사 지도, 저녁 불침번까지 서는 봉사직이기에 관례대로 지원을 받았다고 말한다. 심지어 대의원회 안에서도 이를 두고 판단이 명확치 않아 일관적이지 못한 결정이 나오기도 한다. 

  위 사례와 관련해 충돌이 잦아지자 지난 5일 진행된 제2차 대의원총회에서는 학생회의 행사 참가비 지원을 아예 금지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만약 학생회가 참가비 지원을 받는다면, 학생회비를 이중 혜택 받는다는 것이 안건의 골자다. 이로써 그동안 일부 혹은 전체 참가비 지원을 받아왔던 학생회의 혜택이 사라질 예정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학생회는 반발하고 있다. A 단과대 학생회장은 “학생회는 행사를 진행하는 요원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학생회에 대한 참가비 지원을 이중 수혜로 못 박는 행위는 향후 학생 자치 기구의 활동을 위축시킬까 심히 우려가 된다”고 밝혔다. 최인용 총학생회장 또한 “학생회는 참가자가 아닌 주최의 자격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존재이며 참가와 주최를 명확히 구분하고, 이를 달리 적용하는 회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소통의 부재  

 B 학과 학생회장은 “감사는 청렴한 학생회비 운용을 증명하는 과정이라 생각되는데, 이때 청렴의 증명이 ‘충분히’ 이뤄졌느냐에 대해 대의원회와 학생회의 입장이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학생회에서는 세칙 자체에 이의제기를 해봐도 전혀 반영되지 않고,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겉에서 바라보면 대의원회의 권력이 학생회보다 커 보인다. 세칙을 개정하는 것도, 세칙에 따라 징계를 내리는 것도 모두 대의원회의 업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감사기구의 성격으로 이해해야 한다. 총대 의장은 “학생회와 대의원회 각 기구의 성격에 따라 필연적으로 대의원회 측에 더 많은 권한이 부여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 이해할 수 있다”며 “자치기구를 운영함에 있어 필수적인 예산의 경우 학생회 측에서 학생회비를 걷고 예산을 편성하기 때문에 양립 체제에서의 권력 균형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B 학과 학생회장은 “세칙 개정과 감사 진행의 업무를 분리할 수 없다면, 현행 세칙에 대해 피감사기구인 학생회 또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학생회가 세칙을 두고 공식적으로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총학생회장 또한 “입법의 권한을 학생회와 대의원회가 모두 참석하는 ‘전체학생대표자회의’로 위임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의원회의 고충 

  - ‘전문성 부족’ 꼬리표 

  매년 대의원회가 새로 꾸려지는 탓에 전문성 부족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존재한다.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에 총대 의장은 “해당 문제는 비단 대의원회 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 자치 기구가 안고 가야 하는 숙제라고 생각한다”며 “자칫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충분히 전문성 부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 예상했다. 총대 차원에서는 전문성 향상을 위해 주1회 상임위원회 정기회의 진행, 학생회와 대의원회 대상 오티 진행, 감사 매뉴얼과 선거 지침 제작 및 배포 등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오티는 하루만 진행돼 아쉬움을 남겼다. C 학과 학생회장은 “감사 오티를 진행하더라도 모든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기에 한계가 있어 1분기까지 미숙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1분기에 미숙한 부분으로 받은 징계가 남아있는 행사에 영향을 주는 것은 일반 학우들에게도 손해라고 생각한다”며 “1분기 감사 기간만이라도 수습 기간처럼 서로 미숙한 부분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D 학과 학생회장은 해당 단과대 대의원회의 감사 기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감사 결과가 늦어지는 것에 대한 불만을 표했다. D 학과 학생회장은 “감사 결과를 근거로 다음 분기 감사를 준비해야 하는데 전 분기 감사에서 무엇을 실수한지 몰라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생회의 1분기 감사 결과에서 감사 준비 미숙으로 인한 징계 비율이 타 분기 감사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 무관심과 싸우는 대의원회 

  대의원회는 학우들이 자신들의 노력을 잘 알아주지 않는 것도 힘들다고 말한다. 이는 학우들이 그들의 역할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의원회가 있어 학생회가 학생회비를 잘 운용하는지 감시할 수 있으며 올해 2분기엔 학생회장을 탄핵하는 등 학생회의 미숙한 운영을 바로잡는 데 일조하고 있다. A 단과대 학생회장은 “대의원회가 꼼꼼히 감사할수록 학생회의 학생회비 사용에 대한 신뢰가 쌓이는 것이기에 학생회도 감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학생 자치 기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곧 내년 학생 사회를 이끌 차기 학생 자치 기구 선거철이 돌아온다. 대의원회는 학생회의 학생회비 올바른 운용을 위해 꼭 필요한 기구임에는 틀림없지만, 역할을 수행함에 있어 여러 한계점도 보이고 있다. 학생회와 대의원회 모두 균형 있는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들은 모두 서로 소통과 존중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혁주 총대 의장은 “일반 학우부터 피감사기구, 선거 후보자까지 쉽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가독성 높인 매뉴얼 자료를 제작해 알려드리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어 “학생회와 상호간 업무를 진행하며 오해를 쌓이는 경우도 여러 번 봐오다 보니 서로 소통의 자리가 많이 만들어 미연에 방지하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C 학과 학생회장은 “학생회와 대의원회는 함께 협력해 발전하는 관계라고 생각하고 상호 간 소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학생회는 학생회비를 공정하게 운용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전했다. 최인용 총학생회장 또한 “학생회와 대의원회 모두 학우들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로 서로 의견교류의 장이 주기적으로 마련됐으면 한다”며 바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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