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기자수첩

김보섭 기자,  국어국문학과
김보섭 기자, 국어국문학과

  충대신문 편집국은 제3학생회관(이하 3학)에 있다. 기자는 일과를 마친 새벽에 기사 작성을 위해 그곳으로 간다. 학생회 활동, 공연 준비, 주 3회 알바, 그리고 복수전공에 따른 넘치는 과제량까지. 이들이 기사 작성을 필사적으로 막기 때문이다. 기사는 한두 시간 안에 뚝딱 완성되지 않는다. 하물며 필력마저 따라주지 않은 날엔 한사코 머리를 싸맨다. 그렇게 해가 뜰 때까지 타자 수가, 담배꽁초가, 빈 에너지 음료 캔이 늘 뿐이다. 

  아무리 필사적으로 애를 써도 더 이상 머리가 돌아가지 않을 땐 옥상에 올라간다. 그렇게 계단을 몇 걸음만 오르면 마침내 수놓은 별들이 기자를 반긴다. 지난달만 해도 매서운 호우가 별들을 숨긴 것이 무색하게도 오늘 밤 별들은 하나둘씩 반가운 얼굴을 드러낸다. 손으로 별들을 이어 간다. 페르세우스자리, 그 아래는 페가수스자리, 또 그 왼쪽엔 물고기자리. 그러고 있으면 방금까지 있었던 편집국 냄새와는 다른 가을 냄새가 난다. 그러나 감성에 완전히 젖기도 전에 ‘저 별들이 전부 글쓰기 실력이 돼 내게로 쏟아졌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런 생각과 함께 터덜터덜 다시 계단을 내려간다.  

  학보사, 대학 언론, 교내 신문 편집국, 충대신문. 처음엔 동아리인가 싶어 가입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가입’이 아닌 ‘입사’인 것을 알았다. 말하자면 여긴 신문 동아리 같은 것이 아니라 소정의 급여를 받고 일하는 직장인 것이다. 기자는 본인이 적어도 주에 두세 번 궁동 자취방에서 3학까지 올라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사후 나태지옥에 갈 것만 같았던 내가 대학 생활을 이렇게 열심히 하다니!” 한편으로는 자신이 자랑스럽기도 하다. 평소 기자는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기에 주말 밤이면 한잔하자는 친구들의 연락이 빗발친다. 그럴 때마다 적지 않게 충대신문이 사양의 구실로써 활약한다. 그 탓인지 친구들도 기자를 ‘바쁜 녀석’ 정도로 알고 있다.  

  그러나 기자는 다른 기자에 비하면 그렇게 바쁘게 활동하는 편은 아니다. 글로컬 사업과 같은 중대한 사항을 다루거나, 각별히 취재가 필요한 기획 기사를 맡는 기자도 있다. 그들도 아마 지금, 이 시간을 기사 작성에 할애하고 있는 성싶다. 기자는 누구보다 동료들의 노고를 잘 알기에, 기자 또한 기사 작성을 게을리할 수는 없었다. 동료들에게서 자극을 느껴서뿐만 아니라 문득 독자들에게 감사를 느끼며 타이핑을 이어갈 때도 있다. 그러고 보니 기자도 학보사 입사 전엔 가끔 충대신문을 읽었다. (물론 발행 며칠 전인 지금 또한 지겹도록 많이 읽고 있다) 그래서 떠올려 보건대, 그 당시 일하던 기자들도 이런 생각이었을까. 당시 독자였던 기자에게 감사를 느꼈을까. 아마 그랬을 것이다.   

  그렇다. 독자가 있어서 학보사가 더 가치 있어진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임이 틀림없다. 지난번엔 전공 수업을 들으러 인문대에 갔더니 충대신문 가판대가 텅 비어 있던 게 생각난다. 이같이 종종 보이는 빈 가판대는 기자를 위로한다. “학우들이 내가 쓴 기사를 많이 읽어 주는구나” 아마도 그것만이 기자가 새벽마다 3학에 오는 까닭일 것이다. 생각을 너무 많이 해 머리가 아프지만 다시 힘을 내서 잠시 닫아놨던 노트북을 다시금 연다. 

  ‘접속 중, 충대신문 오피스,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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