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평 - 홀리데이 인 서울

 내 직업은 벨보이 홀텔문으로 들어오는 수많은 다리들을 만난다. 그중 가장 아름다운 다리는 이따금 여길 찾아와 언제나 같은 방에 묵는다. 나는 항상 그 뒷전에 덩그라니 남는다. 그러나 웬지 그녀가 기다려진다. 내 지업은 다리 모델 아무도 나의 얼굴을 기억하지 않는다. 그 얼굴을 찾기 위해 섹스를 한다.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다. 내 직업은 택시 드라이버. 내 삶의 방향은 순전히 손님들에게 달려 있다. 호텔 앞에 차를 대고 오늘도 하루가 만들어지기를 기다린다. 그녀는 행선지를 부르지 않았다. 우린 같은 족속인 걸까. 내 직업은 전화교환수. 단순하게 호텔에 걸려온 전화를 연결한다. 하지만 기억, 그리고 나의 욕망이 거기에 있다. 그에게 핸드폰을 선사했다. 언제 전화를 걸지는 모르지만.
 도시 한가운데서 사람들과 지겹도록 치이는 도시인은 소외감을 느낀다. 이건 모순된 삶이다. 택시운전사와 승객간의 짧은 만남과 대화는 모두 자신을 숨긴채 서로에게 필요한 말만 던진다. 거짓말을 하든 큰 사건이 터졌든 겉으로는 걱정하는 척 하여도 자기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결혼이야기’로 데뷔에 성공한 김의석 감독이 그 다음 작품들인 ‘그남자 그여자’와 ‘총잡이’같은 로맨틱 코미디의 중압감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했다. 소외 된 도시속의 남녀간 사랑을 다룬 ‘홀리데이 인 서울’이 바로 그것이다. 네 명의 배우를 두팀으로 나누어 에피소드 형식으로 인물의 나레이션, 광각렌즈와 핸드헬드 카메라, 고감도 필름을 사용한 뮤직비디오 같은 영상의 작품이다.
 호텔 벨보이, 다리 모델, 전화교환수, 택시 운전사, 이렇게 네명의 도시남녀가 서로 스치듯 사랑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일련의 과정을 나타냈다.
 도시의 익명성을 드러내듯 이름이 없고 직업만 갖고 있는 이들 네명은 많지 않은 대사와 잦은 독백으로 주위의 관계에서 단절된 도시인의 삶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주제설정에서부터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이나 ‘타락천사’와 비슷해 제작기간에도 화제를 불러왔던 이 영화는 화면구성이나 촬영기법, 대사 등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똑같다. 그런 이유때문에 PC통신에서는 온통 영화와 감독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 관객을 바로 취급한다는 내용이나 지옥으로 꺼져버리라는 등 과격한 말도 서슴지 않고 올라와 있다. 이 영화는 창조와 모방사이에서 절대 창조는 아닌 것 같다. 벨보이의 방은 중경삼림에서 양조위의 방과 유사하고 다리모델의 자위장면은 타락천사의 이가흔과 똑같다. 심지어는 그때 다리모델이 신었던 그물무늬 스타킹까지도. 전화 교환수가 머리를 노란색으로 물들인 것은 임청하의 금발머리 가발이 연상되고 택시 운전사가 전화교환수를 오토바이에 태운 씬은 또 어떤가. 택시 운전사가 짜장면을 먹는 장면은 타락천사의 이가흔이 스파게티를 먹는 장면과 같으며 온통 헤아릴 수 없는 모방아닌 복사가 장면 곳곳에 드러난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 뿐만 아니라 ‘포 룸’의 팀 로쓰를 닮은 호텔 벨보이의 어눌한 연기도 있다.
 이러한 ‘그대로 베끼기’ 뿐만 아니라 대사의 진부함이라든가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 또한 관객들로부터 실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만약 왕가위 감독의 영화를 따라했더라도 감각적이고 재미있었다면 통신에서처럼 그러한 심한 질타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고급 배우들의 연기가 어색하고 분위기조차도 맞지 않는다면 더이상 할 말이 없다. 캐스팅을 비롯한 감독으로서의 자질이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감독이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자신의 느낌을 영화속에 투영시키는 것이다. 이젠 노래의 표절을 벗어난 영화에까지 표절이 일어난다는 것은 우수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김의석 감독이 관객에게 평가를 받겠다고 했지만 ‘헐리우드 키드의 영화’에서의 내용과 같이 다른 영화들의 장면을 그대로 짜집기한다는 것은 우리영화계의 망신이다. 감독의 ‘영화 아카데미’ 졸업 단편영화 ‘창수의 취업시대’같은 제작모습이 요구된다. 또한 관객들은 정확한 평가로 다시는 이러한 영화가 우리 나라에 자리잡을 수 없도록 심한 질책을 해야한다.

문 화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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