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여의도 본사 건물 사진/ YTN 제공
KBS 여의도 본사 건물 사진/ YTN 제공

  지난 7월 12일자로 29년간 전기요금과 함께 징수됐던 한국방송공사(이하 KBS)의 수신료가 분리됐다. 3월 9일 대통령실이 국민 참여 토론인 <국민제안> 형식을 통해 ‘TV 수신료 분리 징수’ 의제를 내놓아 KBS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분리징수 찬반 투표는 3월 9일부터 한 달간 진행됐고 총 5만 8,251표 중 약 5만 6,016표(96.5%)가 분리징수에 찬성하자, 2개월 뒤 대통령실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와 산업통상자원부에 수신료 분리 징수를 권고했다. 이들의 분리징수 시행 이유는 ‘TV 수신료-전기요금 통합징수에 대한 국민 불편 호소와 변화 요구 반영’이다. 통합징수의 경우, 수신료 미납으로 인해 단전 불편이 있었다는 것이다. 방통위의 개정안 접수, 개정안 의결, 대통령 재가까지는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KBS는 “투표 과정에서부터 중복 투표가 가능했고 정당 차원에서 투표 독려도 있었다”며 “절차적 공정성이 훼손된 투표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행령이 바뀌더라도 방송법상 ‘수신료 납부 의무’는 유지돼 국민에게 불편이 가중될 위험이 크고 수신료 징수에 무의미한 낭비가 발생할 것”이라며 대통령실과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이후 김의철 KBS 사장은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방송법 시행령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라고 밝히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KBS TV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절차 과정, 인포/ 이서영 기자
KBS TV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절차 과정, 인포/ 이서영 기자

  텔레비전 방송 수신료

  - 수신료 존재 이유

  KBS는 한국의 공영방송이자 재난주관방송사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방송법 제43조와 제44조는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 실현 ▲양질의 보편적 방송서비스 ▲시청자 공익 추구 ▲민족문화 창달과 민족 동질성 확보 프로그램 개발 ▲지역적 다양성 구현과 지역사회 균형 발전으로 KBS의 공적 책무를 규정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집중호우, 2020년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질병 등을 KBS가 전문적으로 보도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렇듯 공영방송은 상업방송과 달리 공적 책무를 지니기 때문에 사적 재원이나 상업자본에 의해 훼손되거나 정치적 영향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그렇기에 KBS는 국민이 납부하는 수신료를 통해 재원을 조달한다.

KBS 수신료 수입 추이, KBS가 분리징수 이후 수신료를 예측했다. 인포/ 이서영 기자
KBS 수신료 수입 추이, KBS가 분리징수 이후 수신료를 예측했다. 인포/ 이서영 기자

  ‘TV를 보지 않는데 수신료 내야 하나요?’, ‘저는 KBS 보지도 않는데 수신료 왜 내야 하나요?’ 이러한 수신료 납부 이유에 대한 의문은 과거부터 제기됐다. 이는 방송법 64조와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보면 알 수 있다. 방송법 64조는 ‘텔레비전 방송을 수신하기 위해 텔레비전수상기를 소지한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공사에 그 수상기를 등록하고 텔레비전 방송수신료를 납부해야 한다’고 정의한다. 헌법재판소에서도 지난 1999년 “수신료는 실제 방송 시청 여부와 관계없이 부과되는 공익사업 경비 조달을 위한 ‘특별부담금’”이라고 명시했다.

  - EBS의 가치

  EBS는 적지만 국민의 수신료를 받아 운영되는 교육 중심의 공영방송이다. 수신료 2,500원 중 EBS는 70원을 받고 KBS는 2,261원, 한국전력(이하 한전)은 징수 위탁 수수료로 169원을 가져간다. EBS는 지난 2년간 코로나로 우리 사회가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유아, 어린이, 초중고 학생에게 비대면 교육을 제공해 국민들에게 공영방송으로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 2019년 3월에는 ‘펭수’가 인기를 끌며 지루한 형식의 교육, 교양 프로그램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배움에 보다 재미있게 접근하는 콘텐츠를 선보였다.

  한편, EBS는 재정난을 언급하며 1년에 대략 194억 원의 수신료를 받고 나머지 재원은 방송광고, 출판사업 등 상업적 수입으로 채우고 있는 현실을 알렸다. 지난 2021년 EBS는 수신료 배분 금액을 70원에서 700원으로 높여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수신료 정산 비율은 방송법 제65조에 따라 KBS 이사회가 심의 의결한 후 방통위를 거쳐 국회의 승인을 얻어 결정돼 EBS는 수신료 액수 결정이나 배분 논의에서 배제된다. 이에 EBS는 자체적으로 2022년 7월 EBS의 페이스북을 이용해 EBS가 받는 수신료 재원 문제의 실태를 알리기도 했다. 지난 6월 EBS 수신료 정상화추진단은 분리 징수 이후 “수신료가 40억까지 줄어 추가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해 우려를 드러냈다.

  - 정치권에 흔들리는 KBS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수신료를 납부받고 있지만 KBS는 모순되게도 정치적 영향에 취약하다. KBS의 사장은 1973년부터 2023년까지 총 17회 바뀌었다. 이 기간에 영국의 공영방송 BBC 사장은 9회, 일본의 공영방송 NHK 사장은 13회 바뀐 것으로 볼 때 17회에 달하는 KBS 사장의 교체 빈도는 높다. 정권 변화 이후 KBS 사장이 교체된 사례는 ▲1개월 이내 3회 ▲2개월 이내 2회 ▲7개월 이내 1회 ▲8개월 1회로 총 8회다. 반면 BBC의 경우에는 정권이 바뀐 후 8개월 이내로 사장이 바뀐 사례가 없었고 NHK는 총 2회로 KBS보다 뚜렷하게 적다. 이로 인해 KBS의 재임 기간은 평균 1년 11개월로 약속된 기간인 3년보다 현저히 짧다.

  이처럼 KBS가 정권 교체기마다 흔들리는 이유는 KBS 이사회의 선임 절차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방통위원 5명을 뽑고 방통위원들이 다시 11명의 KBS 이사를 선임하는 구조라서 정치권의 영향에 노출되기 쉽다. 지난 8월 14일, 방통위는 “남영진 KBS 이사장이 KBS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해태했다”며 남 이사장을 해임했다. 언론에서는 최근 석 달 동안 공영방송(KBS·EBS) 이사 4명을 해임한 사건을 두고 다음 타깃은 KBS 사장이 아니냐는 우려의 기사를 쏟아냈다. 우리 학교 언론정보학과 김재영 교수는 “현 상황은 정권이 공영방송을 압박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시장조사 전문기업 한국리서치에서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KBS가 공정성 강화를 위해 개선할 점’을 설문 조사한 결과 62.5%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을 선택했다. 이는 KBS가 정치에 취약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의 인식을 여실히 보여준다.

  - KBS 수신료 분리징수 무엇이 그렇게 급했나   

  분리징수는 지난 6월 5일 대통령실 권고 후 37일 만에 급히 시행됐다. 양승동 전 KBS 사장은 7월 28일에 발행된 시사IN의 인터뷰에서 “이번 분리 징수는 40일로 규정된 입법예고 기간을 10일로 단축하고 5인 체제인 방통위가 2인 출석만으로 안건을 처리해 상식적이지 못한 절차”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번 개정안은 별도의 유예기간 없이 대통령이 재가하자마자 시행돼 분리 징수 납부 방법을 모르는 국민들에게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국토교통부는 “분리 납부 세부 운영안이 만들어지려면 3개월가량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부 운영안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분리 납부를 원하는 사람들은 관리사무소에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이전과 동일하게 전기요금과 함께 통합징수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TV 수상기가 있으면 수신료를 무조건 납부해야 하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수신료가 선택 납부’로 바뀐 줄 알아 내지 않아도 된다고 착각하는 사례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분리징수 시행령 개정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수신료는 헌법이 보장하고 방송법으로 규정돼 있다. 헌법재판소는 수신료 액수의 결정은 납부 의무자의 범위, 징수 절차 등과 함께 수신료에 관한 본질적이고도 중요한 사항이므로, 입법부인 국회가 스스로 정하도록 했다. 즉, 현재 정부가 하는 시행령 개정은 행정부 소관으로 진행돼 적법하지 못하다는 것이 KBS의 주장이다. 이에 KBS는 지난 7월 12일 헌법소원을 청구했고 헌법소원에 동의하는 국민들의 탄원서는 8월 13일 기준 2만 3천 장을 웃돌았다. 김재영 교수는 “헌법재판소에서 명시한 수신료를 시행령으로 통치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며 현 정부의 시행령 통치를 꼬집었다. 

  어쩌다 KBS는 여기까지 왔을까

  - 재난주관방송사?

  지난 3월 팩트체크 전문매체 ‘트루스가디언’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KBS가 공영방송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나’를 물은 결과 ‘KBS가 역할 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를 62%가 선택했다. 이와 같이 KBS의 공적 책무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아 KBS 수신료 분리징수가 언급될 때마다 KBS의 공적책무에 대한 비판은 함께 등장했다. KBS 분리징수에 찬성했던 우리 학교 A 학우는 “분리징수 이전에 KBS가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분리징수가 가속화되기 전에 수신료의 가치를 증명했다면 분리징수에 찬성하지 않았을 것”이라 언급했다. 이어 “KBS가 그동안 공영방송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일례로 지난 2019년 강원도에서 발생한 산불로 국민이 크게 피해를 봤다. KBS가 산불 발생 4시간 뒤 방송해 시청자들은 KBS의 늦은 대처를 비난했다. 또한 KBS 기자가 교통상황, 대피로 등 뻔한 말을 전해 재난방송이 맞냐며 도민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KBS 본부는 앞으로 재난방송 시스템을 개선할 것이라 밝히며 사과했다. 하지만 2020년 재난방송부실사건은 반복됐다. 부산에서 폭우 피해가 심각한데도 KBS는 재난 방송을 소홀히 한 것이다. 폭우 피해로 사망자가 나왔음에도 KBS가 음악방송인 ‘올댓뮤직’을 그대로 방송했다. 또한 특보체제로 곧바로 변경하지 않아 시청자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KBS 청원게시판에는 “부산에서는 수신료 받아 가지 마세요”, “KBS는 수신료의 가치를 전혀 못 하고 있다”며 청원이 올라왔고 이는 약 400명의 지지를 받았다.

  - 소외당하는 지역방송국

  방송 체제에 대한 논란뿐 아니라 지역 방송국 자체가 없어 논란인 지역도 있다. 바로 충청남도(이하 충남)다. KBS는 전국에 총 18개의 지역방송국이 있고 강원도에는 강릉∙원주∙춘천에, 충북에는 충주∙청주에 있다. 그러나 충남은 대전∙세종과 함께 묶여 KBS 대전을 통해 방송된다. 광역자치단체 중 3번째로 수신료를 많이 납부하고 있는 충남이지만 재난주관방송사인 KBS가 없어 재난의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것이 도민들의 입장이다. 김재영 교수는 “충남도민들도 수신료를 납부하는데 수신료에 대한 체감도는 낮아 수신료를 납부하는 것에 반감을 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KBS가 지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분리징수 후 KBS는

  KBS 분리징수의 가장 큰 문제는 공영방송 재원이다. 수신료 분리징수 하루 전 김의철 사장은 비상경영을 KBS 사내 게시판을 통해 선포했다. 그는 “비상경영 선포에 따라 신규 사업을 모두 중단하고 기존 사업과 서비스 역시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KBS는 분리징수 후 수신료 납부율이 현저히 줄어 1,000억 원대로 수신료가 줄어들 것이라 내다봤다. 이러한 KBS의 사업 축소 문제는 방송의 질적인 문제로 이어진다. 이에 김재영 교수는 “방송 인력과 제작비 규모의 제약은 콘텐츠 경쟁력 악화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사IN 인터뷰에서 KBS의 한 시사교양 PD는 “재정문제로 당장 프로그램 제작에 압박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제작자로서 자극적인 아이템을 다뤄야 하나라는 생각에 고민스럽다”고 전했다. 이어 “시청률이 저조해도 외국인 노동자, 발달장애인 등 소수자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데 재원이 사라지고 시장성 있는 아이템으로만 평가받게 되면 그런 이야기를 다룰 수 있을까”라며 걱정을 표했다. KBS의 수신료가 줄어든다면 상업성이 적은 다큐, 시사 프로그램의 미래는 장담하기 어렵다.

  KBS만의 가치 

  KBS는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가? 현재는 공적책무의 역할 부족, 정치권에 휘둘리는 문제 등으로 KBS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했다. 따라서 시청하고 수신료를 납부하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로 보인다. 우리 학교 김자헌(정치외교학·3)은 “평소 TV를 시청하지 않고 OTT, 유튜브 등을 주로 이용한다”며 “KBS가 공영방송의 역할을 하는지도 체감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KBS가 경영혁신, 신뢰도 상승과 함께 다른 미디어와의 사이에서 경쟁력을 갖춰 KBS만의 가치를 창출하면 기쁜 마음으로 수신료를 납부할 것”이라 설명했다. 김재영 교수는 “KBS의 가치를 보여주기 위해 미디어 공정성을 높여 여론을 형성하는 역할을 지금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디어는 여론에 영향을 미치고 정부 기관에서 정책을 추진하는 데 여론은 중요한 하나의 지표 근거로 작용한다”고 언급하며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언론의 공론장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영방송이 사라지는 것을 원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KBS의 공적책무를 기대하는 것은 아닐까. KBS는 ‘수신료의 가치를 담겠습니다, 여러분의 KBS’라는 광고문구에 걸맞은 공영방송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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