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운 스무 살이 반갑지 않았다.”

  트라이비(Tri.be) 송선의 데뷔 과정이 담긴 동아일보 기획 기사 <무대로 가는 길>은 이렇게 시작한다. 송선은 연습생 5년 차에 스무 살을 맞이했다. 고등학교 졸업식에선 이미 데뷔해 유명해진 학생들이 포토월에 서서 기자들의 플래시 셔터를 받았다. 학교를 빛냈다며 공로상을 받는 그들을 단상 아래에서 바라보던 연습생의 감정은 어땠을까. 여전히 데뷔는 불투명했고 신인들의 나이는 갈수록 어려지기에, 스무 살은 반가울 수 없었을 것이다. 

  어려운 연습생 생활을 이겨내며 데뷔 조에 들어도 투자 자금이 확보되지 않아서, 코로나 상황이 길어져서 등의 이유로 번번이 데뷔는 무산됐다. 그런 시간을 9년이나 보낸 끝에 그는 트라이비라는 그룹으로 데뷔할 수 있었다. 송선이 리더로 있는 트라이비는 이제 개성 있는 음원을 여럿 가지고 있는 데뷔 2년 차의 걸그룹이 되었다.

  조금씩 여름에 가까워지던 날 도서관을 나오면서 트라이비의 <We are young>을 들었다. 1시간만 지나면 생일이었다. 호기롭게 시작한 수험생활이 이제는 지쳤고, 자신감보다 우울한 감정이 자주 피어오르던 때였다. 무엇보다 ‘all or nothing’이라고 일컬어지는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기에, 이 시기가 결국 ‘nothing’으로 끝나버리는 게 아닐까 불안했다. 실패에 너그러워지기엔 20대의 1년이 너무 크게 느껴졌다.

  그러나 불안하다고 해서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잘 안다. 걱정할 시간이 있다면 책을 펴서 한 자라도 더 보는 게 낫다는 것도 알고 있다. 아는 대로 행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하지만 쉽지 않다.

  <We are young>은 가장 최근에 나온 트라이비의 곡이다. 밝은 노래 분위기와 익숙한 멜로디도 좋지만, 무엇보다 가사를 좋아한다. 지금 이 순간의 나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으니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더 미쳐보고 뛰어보겠다고 하는 게, 어떤 걱정도 다 미룬 채 눈치 보지 않고 내 뜻대로 하겠다는 게, 좋아 보였고 괜히 위로됐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회에서 굳혀진 시간표도, 성공까지 다다르는 데에 걸리는 시간도 모두 중요하지만, 그것들이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 나아가는 시간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다소 무모하더라도 절대 무의미하지는 않은 것이라고 말이다. 시험을 약 한 달 앞둔 생일, 나는 억지로 부정적인 감정들을 구겨 넣고 다음 날 가져갈 책을 챙겼다.

 

김동영 (경제학·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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