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디앵글스

  여행을 떠나고 나면, 추억으로든 사진으로든 그 여정들이 켜켜이 쌓여가지 않나요? 즐거웠던 경험도, 힘들었던 경험도 층층이 쌓여 더욱 단단한 내가 되기도, 한 뼘 더 성장하기도 합니다. 많이들 삶을 여행에 비유하곤 하는데, 삶이라는 여정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제게는 사진도 그렇습니다. 여행의 수단이자 여행 그 자체이기도 하죠. 카메라 속에서, 카메라를 통해서, 카메라를 넘어서 내다보는 세상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도 아주 특별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습니다. 여행처럼 말이죠! 무심코 지나치던 곳에서 마주한 아기 고양이들, 매번 볼 때마다 변함없는 듯한 오랜 친구의 얼굴, 산 보다 바다가 좋다고 느끼게 만든 반짝거리는 윤슬이 그렇습니다. 그렇게 촬영한 사진들을 들여다보면 여느 여행들과 같이 행복하고, 그립고,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개 저의 여정은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사람이 되기도 하고, 풍경과 사물, 장면이 되기도 하죠. ‘무엇을 좋아하는지’가 그 사람의 많은 부분을 보여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들을 찍습니다. 이러한 과정과 결과를 통해 스스로를 더 알아가고 정립해 나가기도 하죠. 그렇게 차곡차곡 내가 쌓여갑니다. 사진을 통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가는 동안 스스로에 대한 불확실함을 덜어내고 안정감을 얻기도 합니다. 그만큼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아는 것, 그리고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를 아는 것이 불확실성이 만연한 삶 속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졸업까지 한 학기만을 남겨둔 시점에서는 종종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그동안 잘 쌓아왔는지를 생각해 보면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막연하고 알 수 없는 앞으로의 여정을 떠올려 보면 자꾸 ‘뭔가를 빠뜨리지 않았을까’ 초조하고, ‘무탈하게 다녀올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됩니다. 그러나 ‘다 챙겼을 거야’, ‘부족하면 가서 채우면 되지’ 하는 게 여행인 만큼, ‘재밌게 다녀오면 되는 거야’ 하는 게 여행인 것처럼 다음 여정을 준비해 봅니다.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의 지나온 여정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합니다. 앞으로 차곡차곡 쌓아갈 여러분의 매일이 행복한 여정이 되길 바랍니다.

 

김선하 (심리학·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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