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플랫폼 버블, 아티스트와 팬의 소통을 홍보하는 버블의 광고이다. 사진/ 버블 제공
팬 플랫폼 버블, 아티스트와 팬의 소통을 홍보하는 버블의 광고이다. 사진/ 버블 제공

  아티스트와 팬이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진화하고 있다. 1세대 아이돌 그룹 H.O.T와 젝스키스 등의 팬덤은 아티스트의 소속사로 팬레터를 써서 보내거나, 포털 사이트에 개설된 팬카페에 가입하는 식으로 아티스트와의 소통을 이어갔다. 그러나 뉴진스나 르세라핌 등 4세대 아이돌 팬덤의 소통 방식은 조금 다르다.    

  팬들이 기존에 팬카페를 통해 아이돌의 활동 소식과 소속사의 공지사항 등을 일방적으로 확인하고, 댓글을 남기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팬들은 팬레터나 팬카페 등의 방식을 잘 이용하지 않는다. 시대가 바뀜에 따라 팬덤 문화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팬 플랫폼의 등장으로 아이돌과 팬의 쌍방향 소통이 가능해졌다. 팬 플랫폼에서는 1:1로 대화하거나 아티스트가 직접 작성한 글에 팬들이 댓글을 달아주는 등 기존보다 아이돌을 더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팬 플랫폼 위버스, 하이브의 팬 플랫폼인 위버스의 아이콘이다. 사진/ 위버스 제공
팬 플랫폼 위버스, 하이브의 팬 플랫폼인 위버스의 아이콘이다. 사진/ 위버스 제공

  진화하는 팬 플랫폼

  - 아티스트와의 긴밀한 소통창구

  팬 플랫폼이란 아이돌과 관련된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기반 공간을 의미한다. 팬 플랫폼은 기존의 커뮤니티, 게시판, 공식 홈페이지의 공지사항 등의 팬 입장에서 알고 싶은 정보가 한곳에 모여있다는 특징이 있다.

  대표적인 팬 플랫폼으로는 위버스(Weverse), 리슨(Lysn), 유니버스(Universe)가 있다. 있다. 각 플랫폼마다 소통할 수 있는 아이돌이 다르고 대표적인 콘텐츠도 다르다.  

  위버스는 연예 기획사 HYBE의 자회사이자 네이버에서 기존의 V앱을 운영하던 WEVERSE COMPANY가 합작한 플랫폼이다. 위버스에 등록돼 있는 대표적인 아티스트로는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세븐틴 등이 있다. 위버스에서는 위버스샵을 통해 콘서트 티켓이나 굿즈 등을 판매하고, 유료 멤버십에 가입할 수 있다. 멤버십 회원은 멤버십 전용 라이브 방송이나 전용 이벤트 등에 참여 가능하다. 

  리슨은 아티스트와 팬 간의 1:1 소통 서비스인 Dear U bubble(이하 버블)로 인기를 끌고 있다. 버블에는 아이돌뿐만 아니라 주현영과 같은 배우, 김연경과 같은 스포츠 스타 등도 소통 상대로 포함돼 있다. 버블은 유료 멤버십을 구독하면 구독 기념일마다 답장 가능한 글자 수가 추가된다는 특징이 있다. 처음에는 30자만 답장이 가능하지만 50일은 50자, 500일은 500자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답장 가능한 글자 수가 늘어난다. 

  유니버스는 엔씨소프트에서 개발한 K-POP 팬 플랫폼이지만 이번 2월 서비스가 종료됐고, 주요 서비스는 앞서 언급된 버블로 이관될 예정이다.

  팬 플랫폼은 왜 성행 중인가

  현재 위버스의 가입자 수는 지난 4월 기준 6,500만 명을 넘었다. 그뿐만 아니라 유료 콘텐츠인 버블은 한 분기를 기점으로 약 45만 명이 증가해 현재 가입자가 215만 명인 초거대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팬 플랫폼은 성행 중이다. 위버스는 작년 2분기 기준으로 해외 가입자가 600만 명을 넘어섰다. 이처럼 팬 플랫폼은 날이 갈수록 가입자가 증가하고 있다.  

  실제 팬 플랫폼을 이용 중인 우리 학교 안정민 학우(심리학·4)는 “현재 리슨을 쓰고 있는데 처음에는 비싼 비용 때문에 이용할 생각이 없었지만 좋아하는 NCT 멤버와 직접 소통하고 싶은 마음에 결제하게 됐다”고 답했다. 또한 “멤버가 보내주는 사진과 영상을 제일 먼저 볼 수 있다는 점도 한몫을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우리 학교 김수진 학우(사회학·3)는 “방탄소년단 슈가는 개인 SNS도 하고 있지만, SNS보다 팬 플랫폼에서 더 진솔한 모습이 보여서 좋다”고 답했다. 또한 “위버스에서는 라이브 기능도 제공하기 때문에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동안 앞으로도 계속 이용할 것 같다”고 밝혔다.

  우리 학교 언론정보학과 김수정 교수는 “스타와의 접촉이 제한된 팬들의 입장에서는 팬 플랫폼이 편리하고 유용한 소통 창구로 여겨진다”며 “팬들이 아티스트와 직접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듯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팬 플랫폼은 팬들 입장에서 강력한 유혹”이라고 설명했다. 

  팬 플랫폼의 문제점

  - 여전히 일방향인 소통 

  “최애와 나만의 프라이빗 메시지” 이는 앞서 언급한 아티스트와 1:1 소통이 가능한 버블의 캐치프라이즈다. 버블은 아티스트의 글에 답글을 달고, 직접 대화도 하며 쌍방향 소통을 이룰 수 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버블은 아티스트와 팬 간의 1:1 소통이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팬화면에서는 1:1 채팅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아티스트는 마치 단톡방처럼 여러 팬들이 보내는 채팅을 한꺼번에 보게 된다. 결국 일부 채팅에만 답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팬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아티스트와의 대화는 팬들로 하여금 아티스트와 직접 대화하는 것처럼 느끼는 ‘유사 사회적 상호작용’을 불러일으킨다. 아티스트와의 1:1 소통을 내세우며 팬들에게 구독료를 받는 팬 플랫폼의 이러한 모습은 팬을 기만하는 것에 가깝다는 비판도 있다. 

  - 콘텐츠의 유료화

  위버스는 아티스트의 굿즈나 앨범, 티켓 등을 판매하는 ‘위버스샵’을 운영하고 있다. 아티스트의 앨범을 구매하면 카드 홀더나 포토카드와 같은 전용 특전을 주는 등 기존 인터넷 쇼핑과 차별화를 뒀다. 

  하지만 최근 위버스가 기존에 무료로 제공했던 자막 시스템과 라이브 방송 다시 보기 등의 서비스를 유료 멤버십으로 전환했다. 이에 팬들은 위버스가 무분별한 유료화를 진행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유니버스의 경우 플랫폼 내에서 무료 재화인 ‘클랩’과 유료 재화인 ‘러브’를 발행한다. 이러한 재화들은 팬미팅, 팬 사인회에 참여할 수 있는 응모권을 구매하는 데 사용된다. 응모권은 클랩으로 구매가 가능하지만 패키지를 구입해 추가로 얻어야 한다. 여기서 문제는 러브와 클랩을 동시에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선택이 강제된다.

  - 팬덤 해체의 문제

  기존의 팬 커뮤니티와는 달리 팬 플랫폼은 팬과 아티스트가 더 깊은 관계를 맺으며, 팬들 사이의 결속력이 떨어지게 됐다. 팬카페와 같은 커뮤니티를 통해 공지사항을 확인하고, 아티스트의 활동에 서로 댓글을 달고, 팬들끼리 정기모임을 갖는 등의 행사는 이제 옛일이 됐다.

  이러한 이유는 팬 플랫폼과 팬카페의 특징과 연결된다. 팬카페에 가입하려면 가입 경로, 멤버의 생일, 데뷔 날짜와 연도 등 팬이라면 알고 있을 사실에 대한 질문에 답해야 한다. 하지만 팬 플랫폼은 가입이 자유롭고, 기존의 커뮤니티와 다르게 세세한 제약이 없다. 이로 인해 기존의 팬들보다는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아티스트들에게 접근하고 이로 인해 팬덤 해체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에 김수진 학우는 “팬카페는 등업이 어렵기 때문에 팬들이 글을 하나 올릴 때에도 정성을 들여서 작성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팬 플랫폼의 경우 가볍게 소통하는 분위기이며, 접근성이 좋아진 만큼 안티팬처럼 갈등을 조성하는 사람들의 접근 역시 쉬워졌다”며 단점을 설명했다.

  김수정 교수는 “팬 플랫폼 이전의 팬들은 무수히 많은 팬카페를 자생적으로 만들고, 그 안에서 여러 생산적인 활동을 자발적으로 조직하고 실행하면서 팬덤 문화를 형성해 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팬 플랫폼이 편리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팬들의 에너지와 열정을 팬 플랫폼 구조 안으로 흡수하게 된다면, 팬덤 공동체 문화가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 주시해야 한다”며 팬 플랫폼의 행보에 대해 강조했다.

  - 아티스트의 부담감

  팬 플랫폼의 문제점은 비단 팬만이 느끼는 것은 아니다. 팬 플랫폼을 사용하면서 팬과의 소통 자체가 유료화되며 아티스트들의 감정노동과 사생활 노출 문제가 제기됐다. 또한 기존의 팬카페와 커뮤니티와는 달리 아티스트들은 팬 플랫폼에서는 더 많은 시간과 감정을 할애해야 하고, 다른 아티스트들과 비교당하며 성실성이나 진정성에 대한 평가를 받게 된다. 아티스트들은 기존의 스케줄뿐만 아니라 팬 플랫폼에서의 소통도 하나의 노동이 돼 실제로 이전보다 더 많은 노동을 해야 감수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앞으로의 방향성

  팬 플랫폼의 등장으로 아티스트와 팬 간의 거리가 줄어들었다는 장점도 있지만 위와 같은 단점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전보다 자신이 원하는 아티스트와 접촉할 기회는 많아졌지만, 아티스트와 팬 모두가 원하는 소통인지는 분명치 않다. 팬들은 아티스트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팬 플랫폼의 어떤 구조와 운영 속에서 아티스트는 예술가로서 어떻게 하면 팬들과 더 소통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김수정 교수는 “팬들은 단지 팬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하는 구매자나 고객의 시선을 넘어서, 팬으로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타당하고 바람직한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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