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발표된 2060년 직장인 예상 국민연금 납부액, 인포/ 이서영 기자
지난 3월 발표된 2060년 직장인 예상 국민연금 납부액, 인포/ 이서영 기자

  지난 3월 31일, 국민연금 재정 추계 전문위원회(이하 재정 추위)는 국민연금 기금 소진 시점을 2055년으로 발표했다. 이는 5년 전에 비해 2년 앞당겨진 수치다. 연금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청년세대가 ‘국민연금의 늪’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청년세대의 국민연금에 대한 불안은 늘어만 간다.    

  재정 추위는 통계청의 출산율 시나리오에 따라 ▲초저출산(0.98명) ▲저위(~1.02명) ▲중위(~1.21명) ▲고위(~1.40명) ▲OECD 평균(1.61명) 총 8개의 국민연금 개혁 시나리오를 ▲기금투자수익률 ▲임금 상승률 변동 등을 고려해 내놨다. 최악의 시나리오인 초저출산의 경우 2060년 국민연금 납부자는 소득의 34.3%를 납부해야 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즉, 월 소득이 200만 원인 사람은 68만 6,000원을 국민연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충대신문이 대학생을 대상으로 국민연금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인포/ 이서영 기자
충대신문이 대학생을 대상으로 국민연금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인포/ 이서영 기자

  국민연금이란?

  - 국민연금

  4대 보험에 포함되는 국민연금은 국민의 생활 안정과 복지증진 도모를 목적으로 국가가 보장하는 사회보장제도다. 국민연금은 국내에 거주하며 소득이 있는 만 18세 이상 60세 미만의 전 국민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가입자들은 나이가 들어 소득 활동에 종사하지 못할 때 연금을 수령 받는다. 국민연금의 종류 중 하나인 노령연금은 10년의 최소 가입 기간을 채워야만 65세부터 수령할 수 있다. 

국민연금공단, 사진/ 연합뉴스
국민연금공단, 사진/ 연합뉴스

  국민연금 수령액은 소득이나 물가 상승률이 반영돼, 연금 수급자들은 물가 인상으로 떨어지는 화폐가치로 인해 실질 수령액이 하락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국민연금 수령액을 5.1% 인상했다. 만약 작년에 국민연금을 월 62만 원을 받았다면 올해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월 65만 원을 받는 셈이다. 국민연금에 물가상승률이 반영되는 건 노후보장에는 긍정적이지만, 가파르게 오르는 연금 수령액은 기금운용에 악영향을 미치고 기금 고갈 시기를 앞당긴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의 연간 물가상승률은 0.4~1.9%대로 연금 재정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물가상승률이 치솟아 1999년 이후 연금 수령액 인상 폭이 가장 커 연금 재정 부담이 증가했다. 

  - 왜 필요한가?

  국민연금은 1980년대 한국에서 고령화가 시작되던 시점에 핵가족화와 개인주의가 대두하면서 국민의 노후 보장을 위해 시행됐다. 

  충대신문이 우리 학교 학우 100명을 대상으로 ‘국민연금의 필요도’를 설문조사한 결과, 67%가 국민연금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국민연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로는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문제(45.1%) ▲노후 준비(40.8%) ▲예기치 못한 사고 대비(9.9%) 순으로 집계됐다. 우리 학교 이지훈(경영학·3) 학우는 “청년 스스로 노후 준비를 하는 것이 어려운 만큼 국민연금을 통해 노후를 대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국민연금은 세대 간·세대 내 소득재분배의 효과를 일으켜 계층 간 소득격차를 줄이고, 미래 세대가 현재 노인 세대를 부양해 사회 통합에 기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 누가, 얼마나 내고 받나 

  연금 관련 용어들 그중에서도 ‘보험료율’, ‘소득대체율’이라는 단어는 국민연금에 대한 장벽을 높인다. 간단하게 보험료율은 월급에서 국민연금으로 나가는 비율을, 소득대체율은 월평균 소득에서 노후에 국민연금으로 받게 되는 비율을 의미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소득대체율은 40%이고, 보험료율은 9%로 직장인의 경우 본인과 회사가 각각 4.5%를 각각 부담한다. 

  국민연금은 출생 연도에 따라 수급 개시 연령이 다르다. 예시로 노령연금은 ▲1952년생 이전(60세) ▲1953~56년생(61세) ▲1957~60년생(62세) ▲1961~64년생(63세) ▲1965~68년생(64세) ▲1969년생 이후(65세)에 수령 가능하다. 국민연금공단의 ‘국민연금 공표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노령연금을 수령하고 있는 인구는 520만 명이며, 그중 노령연금 월 200만 원 이상 수급자는 5,41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에 비해 4배 증가한 수치이다.   

  흔들리는 국민연금

  ▲국민연금 수령 인구의 증가 ▲저출산·고령화 ▲경제 저성장이 맞물리면서 국민연금 고갈 시기가 앞당겨지자 국민연금에 대한 청년의 불안감이 상승하고 신뢰도는 하락했다. 국민연금 고갈 시기를 늦추기 위한 연금 개혁 논의는 매년 나오지만, 매번 제자리걸음일 뿐이다. 국민연금,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 낸 것보다 더 많이

  1988년 국민연금법 제정 당시 보험료율은 3%, 소득대체율은 70%로 정했다. 만일 홍길동 씨의 월평균 소득액이 100만 원이라고 가정하면 홍길동 씨는 매달 3만 원만 내고 노후에 70만 원을 수령받는다. 내는 돈은 적고 받는 돈은 많기에 반드시 고갈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만들어진 것이다. 

  한국의 국민연금은 1988년 시작해 역사가 짧아 장기적으로 국민연금을 납부한 국민이 적었지만 시간이 흘러 장기 가입자가 늘어나고 연금 수령액도 함께 증가했다. 전문가들 사이에는 연금 수급 연령을 더 늦추자는 의견이 분분하다. 반면, 우리 학교 사회복지학과 정연택 교수는 “국민연금 수급 연령을 늦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1969년 이후 출생자는 65세부터 받기로 약속돼 있는데 수급연령을 올리면 이들의 반발이 발생할 것”이라 설명했다.   

  - 문제의 근원 (저출산·고령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소멸하는 나라’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심각한 저출산 문제에 직면했다. 고령화의 진행 속도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이하 OECD) 국가 중 한국이 가장 빠르다. 한국의 2022년 합계 출산인구는 0.78명으로 세계 꼴찌 수준이다. OECD의 평균 출산인구인 1.59명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지난 3월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적어지는 출산인구로 인해 노년 부양비는 2070년에 100.6명으로 전망됐다. 노년 부양비는 생산인구(15~64세)가 고령인구를 부양하는 데 드는 경제적인 부담을 나타내는 것으로 명수가 클수록 생산인구에게 부담이 된다. 정연택 교수는 “한국 연금 고갈의 가장 큰 문제는 내는 사람에 비해 받는 사람의 비율이 크고 그 비율이 유례 없이 빠르게 올라가는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 골든타임

  국민연금은 제도 생성 이후 현재까지 총 4번의 재정 추계를 진행했다. 재정 추계는 국가가 행정 활동이나 공공 정책을 시행하기 위한 자금을 추정해 계산하는 것이다. 하지만 4번의 재정 추계 과정에서 국민연금 제도개혁은 1998년과 2007년 단 두 번만 단행됐다. 1차 연금 개혁에선 소득대체율을 70%에서 60%로 낮추고 수급 개시 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늦췄다.   

  노무현 정부 시기 진행된 2차 연금 개혁에선 소득대체율을 40%까지 더 낮췄고 보험료율을 9%로 고정했다. 소득대체율을 낮추면서 국민의 반발 또한 심했지만, 기금이 2047년 소진될 것이라는 전망에 2007년 국회는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방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기금 고갈 시점은 2047년에서 2060년으로 미뤄졌다. 또한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을 위해 기초연금을 만들었다. 기초연금은 국민연금과 달리 세금으로 지원되는 연금으로, 정부는 이를 통해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는 노인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했다.  

  이후 3차(2013년)·4차(2018년) 재정 추계에서도 국민연금의 적자 전환과 고갈 문제는 거론됐지만 개혁은 진행되지 않았다. 3차 재정 추계시기엔 2차 재정 추계와 동일하게 2060년에 고갈한다는 결과가 나와 2013년 시기의 박근혜 정부는 국민연금 개혁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는 공무원 연금 개혁에 박차를 가했고 그 결과 공무원 연금은 ‘더 내고 덜 받는’ 방안으로 개혁에 성공했다.   

  한편, 2018년 문재인 정부 시기인 4차 재정 추계에선 2057년에 기금이 고갈되는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 4가지 방안이 담긴 개혁안 초안을 만들어 제출했다. 초안에는 ▲현행유지방안 ▲기초연금 강화방안 ▲노후소득보장 강화 방안 1·2로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을 모두 올리는 방안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개혁안은 흐지부지된 채 미뤄졌고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임기는 종료됐다.   

  이에 윤석명 한국연금학회장은 지난 2월 21일 신동아와의 인터뷰를 통해 “연금 개혁의 골든타임은 이미 지났다”며 “연금을 이대로 내버려 두면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며 경각심을 일깨웠다. 이어 “핀란드의 연금 보험료율은 24.4%, 일본은 18.3%, 중국은 16%”라고 언급하며 한국의 보험료율은 너무 낮다고 강조했다.    

  모든 세대의 불안감

  연금 개혁의 부재와 고갈 속도가 빨라진다는 정부의 발표에 중장년층은 노후 대비가 불안해졌다. 또한 청년층은 ‘국민연금 납부액이 늘어나도 노후에 이를 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불신을 쏟아내는 중이다. 

  - 용돈 연금

  2022년 기준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은 57만 원으로 중장년층은 “그런 적은 돈으로는 노후를 보장받을 수 없다”며 국민연금을 ‘용돈’이라고 부른다. 한편, 평균 수령액인 57만 원보다 더 적게 받는 집단도 존재한다. 만 65세 이상 노령자 중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합쳐 받는 노인의 평균 수급액은 39만 8,000원이다. 이는 기초생활보장 제도의 1인 가구 생계 급여 기준인 58만 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이에 정연택 교수는 “한국의 노인 빈곤을 고려해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은 함께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연금 개혁의 방법으로 거론되고 있는 내용 중 하나는 연금 수급개시 연령의 조정이다. 현재 한국의 연금 수급개시 연령을 만 65세보다 올려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정년을 그대로 두고 수급개시 연령만 늦춘다면 노인들의 삶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8월 전국 경제인 연합회 중장년 일자리 희망센터가 40세 이상 구직자 1,020명을 대상으로 한 ‘구직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은퇴하고 싶은 연령은 평균 69.4세였다. 정년 연장을 원한 중장년 세대가 은퇴를 늦게 하고 싶은 이유로는 ‘생활비 및 개인용돈 마련 등 경제적 사정’이 가장 높았다. 50대 직장인 A 씨는 “정년 이후에도 노인이 알바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면 노후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0대 직장인 B 씨도 “노인 노동이 증가하면 미래세대의 부담이 덜해질 것”이라며 노인 노동을 강조했다.   

  - 노쇼 연금

  국민연금이 지난해 -8.22%라는 역대 가장 낮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도 모자라, 연금 고갈 시점도 2년이나 앞당겨졌다. 이에 청년들은 내가 낸 돈조차 받지 못할 수도 있다며 국민연금을 ‘노쇼 연금’이라 부른다. 지난 1월 한국경제연구원은 “현재 국민연금 체계를 유지한다면 2055년에 국민연금 수령 자격이 생기는 1990년생부터는 국민연금을 못 받게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정연택 교수는 “국민연금을 못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며 “독일은 연금 적립 없이 생산인구에게서 바로 보험료를 걷어 고령층에게 국민연금을 주는 ‘부과방식’을 채택 중”이라고 참고 가능한 예를 들었다. 하지만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인구 비율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어 청년세대에게 연금을 어느 정도 줄지는 장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개혁안 구성 과정에서 보험료율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청년들은 앞으로 납부해야 할 보험료율 인상에 관심을 집중한다. 우리 학교 졸업생 C 씨는 “보험료율 인상이 부담은 되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 보험료율을 올리는 것에 어쩔 수 없이 동의한다”는 심경을 전했다. 하지만 “보험료율만 오르고 소득대체율은 떨어져 기성세대의 수령 금액과 차이가 커지면 불공정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국민연금에 대한 청년의 의견을 듣고자 지난해 12월 12일 청년 대상 국민연금 간담회를 개최했다. 청년 간담회 참석자들은 정부에 “세대 간 형평과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원한다”고 말했다. C 씨도 “국민연금 기금 운영을 투명하게 해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연금 혁신 시 구체적인 방안을 현재 기금 부담자들과 소통해 만든다면 장기적으로 신뢰가 올라갈 것”이라고 의견을 드러냈다.   

  앞으로의 정책 방향은  

  - 5차 재정추계 이후 한국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이하 연금특위)는 올해 1월 말 ‘연금개혁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했지만 3월이 다 돼서야 국민연금 개혁 관련 보고서를 내놨다. 그러나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수치 없이 소득대체율, 보험료율 인상 등만 반복했고 ‘연금개혁안’이 아닌 ‘보고서’만 제출하며 개혁은 흐지부지됐다. 한편, 연금특위는 이달 활동 기한이 종료돼 개혁 주체가 국회에서 보건복지부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4일,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3대 개혁 과제 관계 부처의 개혁 방향성 및 정책 내용을 담당할 부서를 신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연금 개혁을 위해 국민연금개혁지원단을 신설해 투명하고 적극적인 홍보 소통과 국회와의 협력 체계 구축 등 상생 연금 개혁 추진을 하는 역할을 하기로 했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오는 10월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국민은 원한다

  세대 간·세대 내 소득재분배와 국민 생활 보장을 위해 등장한 국민연금이 오히려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청년들은 N포세대(▲취업 ▲결혼 ▲출산 등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아간다. 정부와 국회는 신속히 청년들에게 부담과 불안감을 안겨주는 국민연금이 사회보장제도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한발 늦은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은 “연금 개혁이 미뤄질수록 청년이 미래에 짊어질 부담은 점점 더 커지게 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연금 개혁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사명”이라고 거론했다. C 씨는 “개혁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청년에게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어주면 좋겠다”며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는 일자리 환경을 조성하면 청년의 부담이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택 교수는 “연금 문제가 개선되면 청년세대는 부모 노후 부담을 덜 수 있다”며 “언론이 이 문제를 세대 간 갈등으로 몰아가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현명한 개혁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윤석명 연구위원도 “결국 연금 제도의 지속성은 기금 수익률이나 잔존액이 아닌 구성원 간의 신뢰와 믿음에 달려있는 문제”라며 세대 간 협력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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