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건축, 잡지를 소개하는 구다빈 학우(좌)와 조은정 학우(우)이다. 사진/ 이승혜 기자
느린 건축, 잡지를 소개하는 구다빈 학우(좌)와 조은정 학우(우)이다. 사진/ 이승혜 기자

  대학 시절,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모임을 꾸려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건축학과 7명으로 구성된 작은 모임의 멤버들은 새내기 시절부터 함께해 어느덧 졸업을 앞두고 있다. 5년을 동고동락하며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건축학과 소모임 ‘느린 건축’을 만나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Q. ‘느린 건축’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구다빈: 안녕하세요. 건축학과 19학번 구다빈입니다. 오늘날의 건축은 너무 쉽게 지어지고 또 사라지고 있는데요. 저희는 이런 ‘빠른 건축’에서 벗어나 우리들의 속도에 맞는 건축을 찾기 위해서 ‘느린 건축’이라는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Q. 느린 건축의 모임 결성 계기와 현재의 모습을 갖추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A. 조은정: 안녕하세요. 저는 건축학과 19학번 조은정입니다. 제가 1학년일 때 ‘부동산, 이익에 흘러가는 우리나라의 빠른 건축의 흐름을 변화시키기 위한 움직임’을 주제로 하고 싶은 활동을 종이에 적어 전단처럼 가지고 다니면서 19학번 동기들을 중심으로 구성원을 모았어요. 처음엔 5명으로 시작을 했고, 2명의 친구까지 합류해 총 7명으로 활동을 해왔습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동굴 속 모임’처럼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모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Q. 지금까지 느린 건축이 해온 활동은 무엇인가요? 

 A. 구다빈: 모임 초반에는 ‘느린 건축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각자의 생각을 공유하고 공통된 의견을 모으는 방식으로 진행했어요. 그러다 새로 짓는 건축보단 기존 도시를 재생하는 ‘도시재생’이라는 겹치는 주제로 범위가 좁혀졌고요. 그 후 자연스럽게 저희가 살고 있는 도시인 대전을 주제로 활동했어요. 지난 12월에는 우리 학교 건축학과 윤주선 교수님을 도와 ‘어궁짝꿍’이라는 동네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어궁짝꿍’은 어은동·궁동 사장님과 대전 밖 다른 지역 사장님을 짝꿍을 맺어 교류할 수 있도록 진행된 강연 자리였는데 저희는 어은동·궁동 사장님들을 찾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Q. 인스타그램에서는 잡지도 발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느린 건축의 잡지 활동이 궁금합니다. 

 A. 구다빈: 처음에 주기적으로 모여 건축 관련 공부만 하다가 어느 시점에서 우리가 공부한 걸 결과물로 남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와 잡지를 만들게 됐습니다. 1호는 창간호다 보니 각자 생각하는 느린 건축에 대한 수필을 실었고요. 2·3호는 저희가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우리가 사는 대전 지역의 5개 구별로 해당 구에 있는 도시재생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잡지 주제는 무언가를 정해 놓고 하기보단 보통 저희끼리 재밌어 보이는 걸로 자연스럽게 정해지는 편인데요. 6호 발행 과정에서는 신지혜 작가의 ‘최초의 집’이라는 책에 영감을 받아 각자 가장 기억에 남는 집을 소개하는 워크숍을 열기도 했어요.

 A. 조은정: 인스타그램을 통해 잡지를 발행하면서 외부와 많이 연결됐어요. 가장 최신호인 10호에서 진행된 부산대 건축학과 동아리와의 협업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성사됐어요. 서로에게 의미 있는 공간인 각자의 대학교와 대학가를 소개하자는 취지로, 각 대학교의 역사를 알아보고 대학가의 맛집을 탐방하는 콘텐츠로 잡지를 구성했습니다.  

Q. 잡지 활동을 하면서 발견한 대전 내의 장소 중 소개하고 싶으신 곳이 있나요?

 A. 구다빈: 저는 소제동을 소개하고 싶어요. 소제동은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철도관사촌 지역이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이 떠나고 동네가 노후화되면서 빈집들이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쇠락했습니다. 그러다 이곳에 ‘익선다다’라는 회사가 개성 있는 가게들을 만들면서 일명 ‘핫플(핫플레이스)’이 되었죠. 

  사실 주변 지역 주민들은 노후화된 폐가들을 다 허물고 새 건물을 짓는 재개발을 원해요. 사람마다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겠지만, 저희는 다른 도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새 건물이 들어서는 게 아니라 소제동만의 정체성을 잘 유지하면서 가꿔 나갔으면 해요. 물론 버려져 있던 동네에 사람들이 다시 찾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시재생 관점에서 볼 만한 게 많은 동네 인 것 같아요.

Q. 느린 건축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요?  

 A. 조은정: 올해는 느린 건축의 멤버  대부분이 졸업을 앞두고 있어 느린 건축의 활동이 어려울 거라고 생각해 활동을 이대로 끝낼지, 새로운 구성원을 찾을지 여러 방향성을 두고 얘기했었어요. 하지만 친구들 모두 우리가 함께하는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래서 졸업하고 각자의 길을 가더라도 지금 이대로 함께해보기로 했습니다. 아마 졸업해도 우리의 성장 과정을 계속 꾸준히 기록할 것 같아요. 일단 졸업을 콘셉트로 11호를 발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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