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밀물썰물

이기철 기자,  사회학과
이기철 기자, 사회학과

  “한국은 용서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지난 1월 23일전 야구 국가대표 추신수가 프로 야구선수 안우진을 옹호한 발언이 현재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안우진은 학창 시절부터 프로야구계에서 유망주로 주목받았던 투수로, 지난 2022 시즌에서는 인상적인 활약상을 보여줬다. 그러나 안우진은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 안우진은 고등학교 때 야구부 후배들을 폭행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국가대표 선발 자격을 3년간 정지당했기 때문이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3년 이상의 자격정지 징계처분을 받은 선수는 대한체육회 주관의 국제경기(올림픽, 아시안 게임 등)에서 국가대표 선발 자격을 영구 상실한다.

  이에 네티즌들은 “과거의 잘못을 뉘우쳤다면 국가대표가 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는 입장과 “피해자들은 평생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데 그런 사람을 국가대표로 차출해선 안 된다”는 입장으로 나뉘었다.

  2021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공개한 ‘학교운동부의 폭력 문화·관습에 대한 직권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29.1%가 선수 혹은 지도자로부터 비하나 욕설, 협박을 당한 경험이 있고, 25.6%가 학년 전체 기합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해당 통계에서 알 수 있듯, 우리나라는 유독 체육계에서 학교폭력이나 군기문화 등의 악관습이 자연스레 행해지고 있다. 

  지난 2021년에는 프로 배구선수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학교폭력 사건으로 체육계 학교폭력 논란이 불거졌다. 이재영·이다영은 초·중·고 내내 동료와 후배들을 흉기로 협박하거나 금품 갈취, 폭언, 집단 얼차려 등 많은 가혹 행위를 일삼았다. 그 뒤 이들은 별 탈 없이 프로 데뷔에 성공했고, 선수 생활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폭로가 잇따르자 대한민국배구협회는 “앞으로 학교폭력 가해자는 모든 국제대회에서 선발을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향후 국가대표 지도자 및 선수 선발 때 학교폭력 여부 등 페어플레이 정신을 준수했는지 검증하겠다”고 답했다. 

  해당 사건 이후 문화체육관광부는 각 프로스포츠 연맹 회의를 통해 종목별 서약서와 고교 생활기록 제출 방안을 논의했다. 배구계에서는 신규 프로 선수를 지명할 때 가해 학생은 학창시절에 받은 징계 수준에 따라 선수 참가 자격이 제한된다. 뿐만 아니라 각 프로스포츠 연맹에서는 규정을 개정해 학교폭력 가해자들을 최대 제명하도록 바뀌었다. 위의 사건처럼 가해자를 강경하게 징계하는 것은 예전부터 있었던 부조리나 폭행 등을 폭로해 대한민국 체육계의 민낯을 드러내고, 유사 사례를 방지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최근까지의 스포츠 대회에서도 사람들은 선수의 활약상보다 ‘메달 색’, ‘O강 진출’과 같은 성과의 여부에 대해서만 주로 이야기해왔다. 안우진의 국가대표 차출에 대한 찬성 여론은 어쩌면 과도한 성과주의가 낳은 결과일지도 모른다. 설령 안우진이나 이재영·이다영 쌍둥이가 국가대표로서 국제경기에 출전해 우리나라를 우승으로 이끈다고 해도 그 우승을 순수하게 기뻐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을 것이다. 

  상대를 존중하는 스포츠 정신을 잃은 이들이 펼치는 경기에서 어떻게 스포츠 정신을 찾을 수 있겠는가. 가해자들이 모여 메달을 따고 우승하는 건 결코 ‘국위선양‘이 될 수 없다. 스포츠 정신이 무엇인지 생각할 때, 우리는 비로소 선수와 관객 모두 만족하고 즐길 수 있는 경기를 만들 수 있다.

국은 용서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지난 1월 23일전 야구 국가대표 추신수가 프로 야구선수 안우진을 옹호한 발언이 현재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