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치 화질 중 1080p가 사라진 모습이다. 사진/ 트위치 제공
트위치 화질 중 1080p가 사라진 모습이다. 사진/ 트위치 제공

  지난 9월 해외 인터넷 방송 플랫폼인 트위치가 한국에 제공하는 영상의 최대 화질을 1080픽셀에서 720픽셀로 하향했다. 시청자가 몰려 서버에 부과되는 트래픽이 증가하자, 트위치가 통신사에 내야하는 망 사용료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트위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용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에서 서비스 운영을 지속하기 위해 대안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많은 방송인들과 시청자들은 트위치의 화질 고정에 반발했다. 

  뿐만 아니라, 일본 드라마 배급사인 우리나라 OTT 서비스 ‘도라마코리아’ 역시 같은 이유로 최대 화질을 1080픽셀에서 540픽셀로 변경한다고 공지한 바 있다. 이와 같이 최근 스트리밍 및 OTT 서비스와 관련해 망 사용료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망 사용료가 무엇인지, 앞으로의 상황은 어떻게 될 것인지 살펴봤다. 

2021년 10~12월 기준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의 데이터 트래픽 점유율이다. 인포/ 이기철 기자
2021년 10~12월 기준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의 데이터 트래픽 점유율이다. 인포/ 이기철 기자

  망 사용료, 대체 무엇이길래  

  소비자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인터넷을 이용할 때 통신사에게 일정 비용을 납부한다. 소비자는 인터넷 접속에 따른 비용을 통신사에 지불한다. 기업은 소비자가 자사의 사이트나 플랫폼에 접속할 수 있게 망을 연결해준 통신사에 접속료를 지불한다. 

  ▲구글 ▲유튜브 ▲트위치 ▲넷플릭스와 같이 규모가 큰 해외 기업은 이용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사용하게 된다. 여기서 문제는 통신사의 예상보다 많은 양의 데이터가 망에 몰리면서 생긴다. 

  이에 통신사는 기존에 지불하는 접속료와는 별개로 소비자가 접속을 많이 하는 사이트에 더 많은 요금을 부과하게 되는데, 이것이 망 사용료다. 접속료는 많은 트래픽이 몰리는 것과 상관없이 통신사에게 지정된 금액만 지불하면 됐지만, 망 사용료는 다르다. 망 사용료는 트래픽이 늘어나면 기업이 추가로 지불해야 할 금액이다. 

유튜브에서 망 사용료 법안에 반대하는 영상을 게시했다. 사진/ 유튜브 코리아 제공
유튜브에서 망 사용료 법안에 반대하는 영상을 게시했다. 사진/ 유튜브 코리아 제공

  망 사용료를 둘러싼 논쟁

  - 망 사용료 논쟁이 일어난 원인

  넷플릭스가 국내 통신사 망을 사용하던 중, 이용자 수가 증가하면서 통신사의 망을 사용하는 트래픽도 늘어나게 됐다. 이에 통신사는 늘어난 트래픽만큼 서버 유지 비용을 충당해야 한다. 그 중, 국내 통신사 ‘SK브로드밴드(이하 SKB)’가 넷플릭스에게 망 사용료 지불을 요청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겠다며 불응했다. 

  SKB와 넷플릭스, 두 기업이 망 사용료 납부에 관한 협의에 실패하자 지난 2019년 SKB가 방송통신위원회에 넷플릭스와의 망 이용대가 협상을 위한 중재를 요청했다. 중재안이 나오기 전인 2020년 4월, 넷플릭스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자사가 망 사용료를 낼 의무가 없다는 점을 확인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계약 자유의 원칙상, 어떤 대가를 지급할 건지는 당사자 협상에 따라 정해질 문제”라며 “법원이 나서서 관여할 문제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에 불복하면서 SKB와의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넷플릭스는 1심 판결 불복 이후 지난 2021년 7월 서울고등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2심이 진행되는 동안 SKB도 넷플릭스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넷플릭스가 자사의 망을 통해 이익을 냈지만 응당한 비용을 내지 않았으니, 이는 부당 이익이라는 것이다.

  - 국회의 망 사용료 법안

  망 사용료 논쟁이 이어지면서 이를 둘러싼 관심이 뜨겁다. 최근 국회에서는 해외 콘텐츠 제공 사업자들에게 망 사용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총 7건 발의됐다. 법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해외 콘텐츠 제공 사업자들에게 그동안 납부하지 않았던 망 사용료를 부과한다는 점은 공통된다. 

  망 사용료 법안이 통과되면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 사업자들은 국내 통신사에게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일례로 앞서 언급한 망 사용료 법정 공방 1심에서 SKB는 넷플릭스가 부담해야 하는 망 사용료가 2020년 기준 272억 원에 달한다는 추정치를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망 사용료 법안이 통과되면 SKB뿐만 아니라 KT와 LG U+도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망 사용료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넷플릭스와 같은 해외 콘텐츠 제공 사업자들은 국내에만 3개의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납부하게 되는 것인데, 이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망 사용료를 둘러싼 각자의 입장

  - 이동통신 3사는?

  넷플릭스는 통신사의 네트워크에 캐시서버를 설치해, 이용자들이 자주 시청하는 콘텐츠를 새벽 시간대에 미리 저장해두는 방식인 ‘오픈 커넥트’를 사용하고 있어 트래픽에 부담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오픈 커넥트의 사용은 국내외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비용을 절감해준다고 주장한다. 이에 SKB는 오픈 커넥트가 있다고 해도 우리나라 사람이 넷플릭스를 볼 때면 국내 인터넷망을 사용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SKB는 넷플릭스가 미국과 프랑스에서는 망 사용료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에는 이를 왜 납부하지 않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과거 2014년 미국과 프랑스 등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사건을 겪었고, 법정 공방에서 패소해 결국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국내 통신사 3사의 인터넷망에서 구글이 차지하는 비율은 27.1%로 네이버의 10배에 달한다. 또한 페이스북도 3.5%로 네이버의 2배 가까운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네이버와 같은 국내 기업은 통신사에게 이에 따른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지만,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의 외국 기업은 그렇지 않다. 국내 통신사들은 자사의 트래픽 중 해외 콘텐츠 사업자들이 차지하는 부분이 많은데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는 것은 ‘무임승차’라며 비판했다. 

  - 해외 사업자의 입장

  외국계 기업은 한국의 통신사에 접속료를 지불하고 있으며, 자국에서도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내고 있어 한국에서도 망 사용료를 추가로 지불하는 것은 ‘이중 지불’이라는 입장이다. 

  넷플릭스는 사용자들이 망 사용료를 내고 있음에도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게다가 넷플릭스는 트래픽 부담을 줄이기 위해 1조 원을 들여 오픈 커넥트를 만들었는데 망 사용료를 또 내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구글의 자회사인 유튜브 코리아가 망 사용료 법안이 통과되면 크리에이터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는 공지와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 왜 국내 기업들만 망 사용료를?

  네이버는 연간 약 700억 원, 카카오 또한 300억 원에 달하는 망 사용료를 통신사에 지불하고 있다. 또한 국내 OTT 기업인 왓챠는 2020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2년 6개월 동안 통신사에 낸 망 사용료가 173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넷플릭스는 1천억 원 이상의 트래픽을 망 사용료 없이 사용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만약 망 사용료 법이 무산돼 해외 콘텐츠 제공 사업자들이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게 된다면, 국내 통신사들은 트래픽을 늘리는 데 비용을 더 투자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국내 기업들은 자신들만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이 ‘역차별’이라고 반응할 수 있다. 또한, 국내 기업들이 통신사에게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져 새로운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학교 소비자학과 고대균 교수는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이 해외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추가적으로 납부하고 있진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는 역차별로 보기 어렵고, 누구의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이기 때문에 명확히 분리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답했다. 또한 “통신사의 관점에서 볼 때와 통신사의 망을 이용하는 사업자의 관점에서 볼 때 이 문제는 이슈가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소비자로서의 의견  

  인터넷 방송 스트리밍 사이트인 트위치가 기본 화질을 1080p에서 720p로 한국에서만 조정했다. 또한 망 사용료를 도입하게 되면 그만큼 OTT와 같은 서비스에서 이용 요금을 인상할 가능성이 있어 많은 네티즌들이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 학교 김민재(메카트로닉스공학·1) 학우는 “디지털 시대인 2022년에 방송 플랫폼이 720p라는 낮은 화질을 지원한다는 것은 굉장히 당황스러운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또한 “국내 통신사와 해외 대기업 간의 싸움에서 해외 대기업이 교묘하게 여론을 조성하는 속셈이 보여 보기 좋은 현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OTT 서비스 요금 인상 건에 관해서는 “현재 OTT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요금 인상 등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게 유쾌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망 사용료 법안에 대해서 김민재 학우는 “해외 대기업을 견제하고 국내 기업에 재투자하겠다는 망 사용료 법안은 오히려 창업 초반 망 사용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국내 벤처 기업들에게 해가 될 것 같다”며 “국내 소규모 기업들의 망 사용료를 줄여주는 방식의 정책이 올바른 방향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즉, 해외 및 국내 기업 간의 공정성을 위해 해외 기업에 망 사용료를 부과하기보다 국내 기업의 망 사용료를 줄여주자는 것이다.

  - 망 사용료 반대의 목소리 

  앞서 일어난 트위치 화질 제한 사태로 망 사용료 법안에 대한 소비자의 부정적인 여론이 강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터넷 시민운동 단체 사단법인 ‘오픈넷’은 망 사용료 법안 반대 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법안 반대 서명운동을 하고 구글에도 광고를 게시하며 참여자를 모집했다. 

  또한 “망 사용료 법안이 통과되면 오징어게임과 같이 콘텐츠 사업자가 제공하는 인기 콘텐츠를 지금처럼 시청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콘텐츠를 보는 사람이나 올리는 사람이 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망 사용료 반대 서명 운동에 참여한 결과, 지난 12월 26일 기준 참가자는 28만 명을 초과했다. 이처럼 오픈넷은 망 중립성을 수호하고 망 사용료 법안에 대해 계속해서 반대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SNS를 통해 “망 사용료 법안에 문제점이 있어 보인다”는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민간 기업 간 갈등에 정부가 개입해 입법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결국 망 사용료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중점처리 법안에서 제외됐다. 

  한편, 망 사용료 문제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유럽전자통신규제기구(이하 BEREC)에서는 “통신사의 고객은 트래픽을 송수신하는 비용을 지불하고 있으며, 망을 설치하고 업그레이드하는 비용은 모두 소비자가 지불하는 비용으로 충당된다”고 주장했다. BEREC는 2012년에 위와 같은 결론을 내린 바 있으며 2022년에도 여전히 유효하게 판단한다고 보고서에 언급했다.    

  앞으로의 전망

  그렇다면 망 사용료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가져야 할까? 우리 학교 고대균 교수는 “해외 콘텐츠 사업자가 국내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추가적으로 납부하게 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 소비자가 서비스를 이용할 때 가격 부담이 커지는 것은 분명한 일”이라고 답했다.  

  이어 “소비자는 해외 콘텐츠 제공 사업자와 통신사 간의 싸움에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는 아니기 때문에 움직일 여지가 크지 않지만, 소비자에게 미칠 수 있는 부적인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결국 망 사용료는 소비자가 기대할 수 있는 편익보다는 불편함이 더 크다”고 우려했다. 마지막으로 “시장에 공정한 경쟁이 존재하고,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많은 상태에서야 비로소 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립되고, 이것이 소비자의 혜택 증진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망 사용료 법안이 통과된다면 소비자에게 화질 저하나 OTT 요금 인상 등의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통과되지 않는다면 통신사가 부담해야 하는 트래픽 양이 증가해 서버를 늘리는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이는 곧 통신비 인상으로 이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법원이 통신사나 콘텐츠 사업자 중 누구의 편을 들든 소비자는 두 집단 간의 싸움에 휘둘리지 않게 현명한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한동안 이어질 망 사용료에 관한 논쟁, 통신사나 콘텐츠 사업자 한쪽의 입장에 치우치지 말고 소비자로서 양쪽의 의견을 들어보며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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