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이용자 수, 추이 틱톡의 이용자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인포/ 변언솔 기자
틱톡 이용자 수, 추이 틱톡의 이용자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인포/ 변언솔 기자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유튜브 숏츠 등 SNS는 그야말로 숏폼 콘텐츠 열풍이다. 숏폼 콘텐츠란 1~10분 이내의 짧은 영상으로, 언제 어디서든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콘텐츠를 즐기는 소비 형태를 반영하고 있다. 사실 이는 콘텐츠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 일상 곳곳에 적용돼 나타나고 있다. 사람들은 긴 글을 읽을 때면 작성자에게 한 줄 요약해 달라는 댓글을 직접 달고, SNS에서는 ‘오운완’, ‘소확행’과 같이 줄임말 해시태그가 넘쳐나는 등 세상은 점차 ‘숏폼화’ 되고 있다.    

  숏폼화는 일상생활에서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우리가 마냥 짧고 빠른 것만 수용하기엔 뒤따르는 부작용을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숏폼화 되고 있는 세상 속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는 무엇이며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MBTI 관련 제품, 토니모리에서 출시한 MBTI 디자인의 핸드크림이다. 사진/ 토니모리 제공
MBTI 관련 제품, 토니모리에서 출시한 MBTI 디자인의 핸드크림이다. 사진/ 토니모리 제공

  우리가 한 번쯤 즐겨봤을 숏폼화

  - 일상 속에 스며든 숏폼 문화

  ‘숏폼 문화’란 짧게 이뤄진 영상 콘텐츠를 뜻하는 ‘숏폼’에서 비롯된 것으로, 숏폼처럼 간단하고 짧은 것을 선호하는 문화를 뜻한다. 이러한 문화는 어느새 우리 일상 곳곳에 스며들었다. 

  대표적으로 ‘오운완’, ‘소확행’, ‘얼죽아’ 등의 줄임말은 인스타그램 해시태그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오늘 운동을 완료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SNS에 운동 사진과 함께 ‘오운완’ 해시태그를 달아 게시한다. 이뿐만 아니라, 커피 전문점인 빽다방에는 ‘아이스티에 샷 추가’를 뜻하는 ‘아샷추’를 메뉴에 기입할 정도로 기업에서도 줄임말을 활용하고 있다. 

  또 다른 예시로 MBTI가 있다. MBTI는 성격 유형 검사로 한 사람의 성격을 알파벳 4글자를 통해 나타낸다.  MBTI는 알파벳 8가지 중 4가지로 성격을 요약해 드러냄으로써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리서치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MBTI 관련 여론조사 결과,  ‘MBTI를 잘 안다’고 답한 응답자 중 90% 이상이 18~29세였다. 이처럼 20대들에게 MBTI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MBTI가 어떻게 되세요?”라는 질문이 첫만남 필수 질문이 됐을 만큼 사람들이 MBTI에 익숙해진 것이다.

  MBTI를 활용한 마케팅 사례 또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화장품 회사인 토니모리는 ‘MBTI 선물하기’ 제품을 선보였다. 해당 제품은 ‘MBTI 핸드크림’으로, 8종의 색다른 향을 지닌 핸드크림에 MBTI 성격 유형을 구성하는 알파벳 8개를 부여한 것이다. 이외에도 기업들은 MBTI 과자, 맥주 등 MBTI를 활용한 마케팅으로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 숏폼 콘텐츠의 성장세

  또한, 숏폼 문화에서 ‘숏폼 콘텐츠’가 빠질 수 없다. 지난 7월 글로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마켓 분석 사이트 ‘데이터 에이아이(data.ai)’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틱톡 월평균 사용시간은 2020년 1분기보다 140%, 전년 동기보다는 40% 급증했다. 더불어 대학내일 20대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만 15~26세 미디어·콘텐츠 이용 경험자 중 80% 이상이 최근 6개월 내 숏폼 플랫폼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기업에서도 숏폼을 활용한 광고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8월, 동원 F&B는 ‘믿음의 한 캔, 동원참치’ 캠페인에 어울리는 틱톡 챌린지를 진행했다. 해당 챌린지는 한 호흡만에 동원참치 제품군과 참치 레시피를 빠르게 읽는 방식으로, 챌린지의 해시태그 조회 수는 공개 일주일 만에 3,000만 회를 돌파할 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처럼 디지털 네이티브 사이에서 숏폼 콘텐츠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숏폼 문화가 우리 일상에 자리 잡게 된 이유

  -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 

  우리 사회가 점차 숏폼화 되는 것은 기존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에 기원을 두고 있다. 빨리빨리 문화는 한국인 특유의 급한 성격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속도, 한 번에 한 개의 배달만 진행하는 배달의 민족 배민1 서비스, 제품을 주문한 다음날 도착하는 쿠팡의 로켓배송 등이 대표적이다. 뿐만 아니라 산업화를 거치면서 기업과 사회는 빠르고 효율적인 정보와 시간 관리를 요구했고 이것은 결국 단시간 내에 빠르게 일을 처리해야 하는 현대인의 생활을 야기했다. 산업화, 정보화 사회에서 속도 경쟁은 불가피하며 이는 곧 경쟁 사회로 이어졌다. 경쟁 사회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남들보다 빠르게, 일찍 시작해야 한다는 사고는 빨리빨리 문화를 가속화했다.  

  - 효율을 중시하는 사람들

  효율성을 추구하는 개인주의 성향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디지털, 모바일 시스템이 만연한 사회는 ‘혼밥족’을 형성하고 사람 간의 얼굴을 마주하는 일이 줄어드는 등 개인주의 성향을 확산했다. 이러한 현상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 두드러진다. 디지털 네이티브란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한 세대를 뜻한다. 디지털 네이티브는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사회적 관계 형성을 중시하던 과거와 달리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시간을 보내는 개인주의 성향을 보인다. 

  숏폼 문화는 개인 시간을 중시하는 디지털 네이티브의 성향과 부합한다. 대표적으로 앞서 말한 숏폼 콘텐츠가 이를 보여준다. 디지털 네이티브에게 익숙한 숏폼 콘텐츠는 짧은 러닝타임이 특징으로 언제 어디서든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영상을 생산 및 시청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성이 높다. 인스타그램 릴스를 즐기는 우리 학교 A 학우는 “숏폼은 재생시간이 짧아 많은 사람들이 간단하게 찍고 편집이 가능하다”며 숏폼 콘텐츠의 장점을 언급했다.  

  숏폼 문화 역시 이러한 특성이 반영돼 있다. 숏폼 문화는 요약과 생략을 통해 간결함을 추구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숏폼 문화의 그림자

  그러나, 숏폼 문화가 우리에게 긍정적인 영향만 끼치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숏폼 콘텐츠를 비롯한 숏폼 문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숏폼 콘텐츠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담기 때문에 많은 양의 정보를 전달해야 할 때 충분한 정보 전달이 어렵다. 또한,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지적도 함께 나온다. 지난 10월,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영재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이렇게 너무 단편적이고 말초적인 콘텐츠에만 익숙해지는 게 리터러시 측면에서 바람직한지는 생각해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리가 숏폼 문화만 계속 향유하게 된다면 이러한 능력이 부족해 대화나 글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문해력 문제가 야기되기도 한다. 일례로 ‘예약 과정의 불편함에 대해 심심한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라는 사과문이 SNS에 게시되자 일부 네티즌들은 글의 맥락을 파악하지 못한 채 이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해당 사과문에서 ‘심심’은 매우 깊고 간절하게 마음을 표현한다는 의미였지만, 네티즌들은 ‘지루하다’ 혹은 ‘사과가 맛이 없다’ 등의 의미로 이해한 것이다. 이처럼 디지털 네이티브들 중에서 글의 맥락이나 어휘에 있어 이해력이 부족해 사유의 깊이가 점점 얕아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

  그렇다면 이러한 문화를 두고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우리 학교 언론정보학과 양은경 교수는 “사회적으로 교육 제도나 주류 문화 생산의 기구들이 정교함과 성찰력을 이끌어 내는 문화 콘텐츠들을 대중들이 계속 접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며 사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또한 “개인 역시 숏폼 콘텐츠를 향유할 때 문화 소비자로서 균형감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와 더불어 개개인은 점차 줄어들고 요약되는 숏폼 문화에만 받아들이지 말고 주체적인 사고를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