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증감 추세 지난 7년간 독립서점이 점차 늘고 있다. 인포/ 최수아 기자
독립서점 증감 추세 지난 7년간 독립서점이 점차 늘고 있다. 인포/ 최수아 기자

  독서가 점차 외면받는 바쁜 현대사회에서 ‘독립서점’이라는 특별한 서점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독립서점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기존의 낭만과 추억을, 책이 낯선 사람에겐 새로운 경험과 취미를 선물해줄 수 있는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독립서점이란 대규모 자본과 유통망에 의지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서점이다. 독립서점은 서점 주인의 취향대로 꾸며지기 때문에 기업 마케팅·사재기 등으로부터 자유롭고, 독특한 책들이 주로 전시되는 것이 특징이다. 대규모 자본에 의해 소매 상점을 여러 곳에 두고 통제·경영하는 대형 체인서점의 반대 개념이라고도 볼 수 있다. 독립서점은 일반적으로 오프라인에서 지역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우분투북스 우리 학교 대학로 어은동에 위치한 독립서점이다. 사진/ 최수아 기자
우분투북스 우리 학교 대학로 어은동에 위치한 독립서점이다. 사진/ 최수아 기자

  독립서점의 역할과 특징

  - 차별화된 큐레이션

  독립서점의 가장 큰 특징은 서점마다 큐레이션이 각기 다르다는 점이다. 독립서점에는 서점 운영자의 취향이 반영된 책들 위주로 전시되고, 서점마다 주력 분야가 판이하게 다르다. 때문에 독자의 관심 분야와 독립 서점의 전시 분야가 동일하다면, 대형서점보다 전문적이고 세분화된 책들 사이에서 심도 있는 선택이 가능하다.  

  대형서점의 경우 주로 판매 순위가 높은 베스트셀러 순으로 전시되는데, 이 과정에서 출판사 측의 광고비 혹은 사재기와 연관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2016년에는 고객의 개인정보를 활용해 대형서점에서 1만 2,000권의 책을 사재기하며 베스트셀러 순위를 조작한 출판사 3곳이 경찰에게 적발되기도 했다. 

  반면 독립서점은 대형서점보다 독립출판물의 전시 비중이 높은데, 독립출판물은 출판사에서 잘 다루지 않는 콘텐츠를 작가가 직접 제작하는 형식으로 출판사의 사재기 우려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또한 서점 주인이 직접 책을 추천한다는 점에서 독자는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추천받을 수 있고, 대형서점에선 볼 수 없던 새롭고 다양한 종류의 책들을 수월하게 접할 수 있다. 

  독립서점에 들러서 서점 주인이 권하는 책들을 둘러보고 나에게 맞는 책을 고르는 경험은 책 읽는 것을 낯설게 생각하는 오늘날의 청년들에게 자신 만의 독서 습관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된다. 

  - 지역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옛날에는 고객이 서점에 가야만 책을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대형서점과 인터넷 서점의 배달 서비스를 활용하면 집에서도 얼마든지 간편하게 책을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독립서점은 작은 사업 규모로 인해서 배달 서비스를 갖추지 않은 곳이 많아 고객이 직접 서점까지 찾아가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독립서점은 고객이 계속 서점에 찾아올 수 있도록 서점 안에 지역 소규모 커뮤니티를 형성해 대형서점과 차별화된 생존 방식을 구축했다. 

  독립서점은 책 전시뿐만 아니라 조명, 가구, 소품 등에서 색다른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런 독립서점만의 분위기가 손님들에게 매력 포인트로 다가온다. 대전의 독립서점인 ‘우분투북스’는 계절마다 단골 손님과 함께 서점 앞 작은 화단을 가꾸고, 책장마다 직접 손글씨로 쓴 메모지를 붙여둬 찾아오는 손님으로 하여금 섬세함과 친숙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서점은 더 이상 책만 파는 곳이 아니다. 독립서점에서는 북콘서트나 북토크 강연, 독서모임, 저자와 평론가 초청 등 다양한 책 관련 모임이 이뤄진다. 대전의 독립서점인 ‘노란우산’의 대표 최재경 씨는 “책만 파는 서점과 독립서점에는 확실한 분위기 차이가 존재한다”며 “서점에 모여 함께 그림책을 만들기도 하고, 학생 손님들과 캠페인을 진행하며 서로 속마음을 털어놓고 치유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독립서점은 개인이 문화행사를 향유하고, 책을 좋아하는 지역 주민들과 교류할 수 있는 소통의 공간으로 활용된다. 실제로 2021년 기준 대전의 지역인증서점 93곳 중 카페와 문구점 등 복합기능을 겸업하는 서점은 57곳(61%)이었다. 

  대전의 독립서점 ‘다다르다’의 대표 김준태 씨는 대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서점은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공간으로 인식됐지만, 지금 서점은 지역민들에게 문화 향유권을 제공하는 새로운 형태로 탈바꿈하고 있다”며 “지역민들이 독립서점을 이용하며 독서의 즐거움을 깨닫고,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작가들을 만날 수 있게 돕는 교류의 장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 대형서점에 밀리지 않는 혜택  

  독립서점은 대형서점이나 인터넷 서점에 비해 기본 자본이 부족하므로 마케팅이나 가격 혜택, 배송의 편리성 측면에서 불리하다. 그러나 모든 서점이 같은 가격으로 책을 판매하는 현행 ‘도서정가제’가 2014년부터 시행되면서, 독립서점은 대형서점과 동등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지역 독립서점과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가 힘을 합쳐 다양한 부가적인 혜택을 마련해 소비자를 모으고자 노력하고 있다. 

  대전시는 2020년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대전지역화폐 온통대전을 통해 지역 독립서점 활성화 사업을 총 4차례 진행했다. 온통대전 카드를 사용하는 학우들은 기존 5% 할인에 더해, 독립서점 캐시백 15% 할인을 추가로 적립받아 총 20%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서적 할인이 적용되는 구매한도 또한 작년에는 매월 5만원이었으나 올해에는 7만원으로 증가해 소비자가 한번에 구매할 수 있는 책의 양이 늘어났고, 서점은 더 많은 책을 팔 수 있게 됐다. 마지막 온통대전 할인 혜택은 준비된 4억원 상당의 예산에 따라 2022년 1월부터 4월까지 시행됐다. 대전시 문인환 문화체육관광국장은 독립서점 활성화를 위한 슬로건 공모전에서 “독립서점 활성화와 함께 대전시민의 독서율도 향상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들도 독립서점 이용자를 위한 혜택을 마련했다. 경기도민은 독립서점 지역화폐 소비지원금 사업을 통해 인증서점에서 지역화폐로 결제하면 정가의 10%를 마일리지로 환급받는다. 전주시민 역시 전주책사랑포인트 ‘책쿵 20’ 사업을 통해 시립도서관에서 대출한 도서를 반납할 때 1권당 50포인트(원)를 환급받고, 사업 참가 서점에서 도서를 구매할 경우 정가의 20%를 할인받는다.

  지역에 터잡은 독립서점

  독립서점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지역에 새로 생기는 독립서점의 개수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이하 한국서련)가 전국 서점수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3년 이래 꾸준히 감소 추세를 보이던 서점수는 ▲2019년 2,528개 ▲2021년 2,320개로 208개 증가하며 18년 만에 처음으로 상향수치를 보였다. 한국서련은 서점수가 늘어난 이유로 독립서점의 증가와 집계 방식의 차이를 꼽았다. 동네서점연구소에 따르면 2021년 국내 독립서점은 165개가 새로 개점하고 54개의 독립서점이 폐점해 2020년보다 111개가 늘었다. 이처럼 독립서점의 매력은 우리 주변에 확실히 스며들고 있다. 우리 학교 A 학우는 “처음에는 독립서점에 접근하는 것이 쉽지 않았으나 서점에 한 번 방문한 후 그 매력에 빠지게 됐다”며 “앞으로도 주변의 다양한 독립서점에 계속 들려볼 것”이라고 독립서점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많은 서점이 사라지고 있지만, 몇몇 독립서점은 고유한 개성을 발휘해 꾸준히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독립서점은 우리 지역의 이웃으로서 지역 활성화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나만의 독서 습관을 형성하고 부족한 책문화를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데 도움이 된다. 취업·학업·우울한 인간관계 등 우리를 지치게 만드는 다양한 요소에서 잠시 눈을 돌리고 휴식을 취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가끔은 바쁜 발걸음을 옮겨 고즈넉한 독립서점에 들러보는 것이 어떨까?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