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사회에서 심심찮게 화두로 떠오르는 논쟁거리가 있다. 바로 ‘능력주의’다. 이는 개인의 능력에 따라 경제적 자원과 사회적 지위를 배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각에선 능력주의가 개인마다 가족배경, 타고난 재능 등이 다르기에 출발선이 같을 수 없다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반면, 능력주의 추종자들에겐 ‘하기 나름’에 달려 있는 차등적 보상이 마치 공정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이처럼 능력주의는 옳고 그름을 떠나 한국사회의 공정과 평등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담론으로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토록 첨예한 논쟁에서 한 발 물러나 고전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시선에서 본 능력주의의 기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비교적 최근 한국사회 중심에 등장한 능력주의의 기원은 자본주의 탄생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베버는 저서 <프로테스탄트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자본주의의 탄생을 역사적·종교적으로 설명하는데, 여기서 우리가 아는 능력주의가 얼핏 드러난다. 그에 따르면 개신교 칼뱅주의자는 태어날 때부터 신에게 구원받을 사람이 이미 예정돼 있으며, 이를 확인하기 위해선 신성한 직업 활동과 검약을 행해야 한다고 믿었다. 직업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신을 향한 종교적 행위 규범으로 존재했던 것이다. 베버는 이로 인해 자연스레 축적된 부가 곧 자본주의의 발흥으로 이어졌다고 봤다.  
  칼뱅주의자는 스스로의 노력(직업 활동)을 통해 부를 축적(검약)함으로써, 즉 세속적 성공을 거둠으로써 자신이 구원받았음을 증명했다. 베버는 ‘신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보며 칼뱅주의자를 ‘스스로 자신을 구원한 자’라고 여겼다. 결국 ‘구원예정설’ 아래 능력주의에 반(反)하던 칼뱅주의자는 사실상 능력주의 추종자와 다름없게 된 것이다. 베버는 이렇게 개신교 윤리가 자본주의의 배경이자 능력주의의 기반이 됐다고 설명했다. 
  ‘열심히 살았으니 명예롭고 부유한 삶을 보내는 거겠지.’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 예컨대 자수성가한 재벌이나 명망 있는 공직자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도 먼 과거의 칼뱅주의자와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그만큼 능력주의는 꽤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고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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