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바디프로필 연령별 검색량, MZ세대 관심도가 높다. 인포/ 김도균 기자

  “이 상태에서 몸 나오려면 5kg 더 빼야 돼”. 대학생 A 씨는 최근 고구마와 닭가슴살 샐러드로만 끼니를 때우고 있다. 트레이너가 정해 준 하루 칼로리 섭취량을 정확히 지키기 위해 군것질은 물론 즐겨 마시던 탄산음료까지 끊은 지 오래다. 트레이너의 집중 관리 속에 매일 혹독하게 운동도 하고 있다. ‘바디프로필’ 촬영을 위해서다. 

다이어트 식단, 전문가들은 여러 영양소가 포함된 식단을 강조한다. 사진/ 김도균 기자

   MZ세대 휩쓰는 바디프로필 열풍

  최근 MZ세대(20~30대) 사이에서 바디프로필 열풍이 불고 있다. 바디프로필은 신체(body)와 인물 약력(profile)의 합성어로, 운동·식이요법 등으로 가꾼 자신의 신체를 전문 스튜디오에서 촬영해 사진으로 남기는 것을 말한다. 과거 전문 운동인이나 연예인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바디프로필은 최상의 신체 상태를 사진으로 간직하려는 MZ세대의 대표적인 버킷리스트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그 인기는 통계로도 실감할 수 있다. 키워드 검색량 분석 플랫폼 블랙키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바디프로필 관련 키워드 검색량이 55만 건에 달했다. 전체 검색량 중 70.3%가 MZ세대 몫인 점도 괄목할 만하다.  
  바디프로필, 왜 유행할까?  
  바디프로필 열풍은 MZ세대의 특징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2021년 KISA Report 6월호’에 따르면 MZ세대는 도전을 통해 일상을 가꾸는 ‘일상적 챌린저’ 성향이 짙은 것으로 분석된다. 고강도 운동과 다이어트를 병행해야 하는 바디프로필이 하나의 도전이자 목표로 여겨지는 것이다. 또한 MZ세대는 자신을 표현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이들에겐 바디프로필을 촬영해 SNS에 게시하는 행위 자체가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이자 일종의 ‘가치 증명’으로 인식된다. 실제로 MZ세대가 즐겨 사용하는 SNS 중 하나인 인스타그램에선 바디프로필이 해시태그(#)된 게시글이 약 300만 개에 이를 정도다.  
  코로나19의 영향도 있다. MZ세대가 재택근무·비대면 수업 등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자 자연스레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집에서 운동하는 ‘홈트족’이 늘어나면서 바디프로필 유행에도 기여하고 있다. 유튜브에 게시된 ‘홈트로만 바디프로필에 도전하기’, ‘이 시국 홈트로 바디프로필 찍기’ 등 홈트족의 콘텐츠가 누리꾼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2022년을 이끌 10대 트렌드 중 하나로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를 제시했다. 이는 건강 관리가 쾌락을 절제하거나 포기하는 등 ‘재미없는’ 방식으로 이뤄지던 과거에서 벗어나 ‘즐겁게’ 하는 방식으로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운동과 다이어트를 통한 자기관리가 중시되는 요즘, 바디프로필도 헬시 플레저의 일환으로 높은 인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바디프로필의 이면 

  하지만 바디프로필이 외모지상주의와 과시주의의 산물로 변질될 우려도 존재한다. MZ세대가 바디프로필을 자신의 건강한 신체를 기록하는 것에서 벗어나 자기 과시 목적으로만 소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기관리를 위한 운동과 다이어트를 단지 바디프로필의 수단으로만 여긴다면 이를 잘못된 방식으로 행할 가능성이 높다.  
  누구나 도전할 수 있지만...
  개인마다 세부 조건은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바디프로필을 위해선 근육량은 많고 체지방량은 적은 몸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체지방량이 적을수록 근육의 선명도가 향상되기 때문에 혹독한 운동과 다이어트만큼은 누구에게나 공통분모다. 탄수화물은 줄이되 단백질 섭취를 늘리는 등 철저한 식단 조절과 함께 고강도 유산소·근력 운동까지 병행하는 과정은 전문 운동인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바디프로필을 준비 중인 A 씨는 “운동은 매일 오전, 오후에 각각 최소 1시간씩 하며 최근 공복 유산소 운동까지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촬영일이 가까워져 식사량을 절반이나 줄였다”며 “먹는 양에 비해 운동량은 늘어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바디프로필 준비과정은 매우 험난하기 때문에 무턱대고 시작했다간 부작용으로 되려 건강을 해칠 위험이 있다. 본인 수행 능력 이상의 운동을 하거나, 단기간 체중 감량을 위해 식사를 거르고 심지어 수분 섭취까지 자제하는 ‘극단적 다이어터’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주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는 관절·인대 손상, 식이장애, 스트레스성 탈모, 생리불순, 기초대사량 저하 등이 있다. 
  우리 학교 B 학우는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는 동안 굶는 날이 많았고, 이로 인해 수면장애를 경험했다”며 “전문가 도움 없이 다이어트에만 몰두한 친구들 중에는 탈모, 생리불순은 물론 배고픔을 참지 못한 나머지 폭식증을 앓은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SNS에선 바디프로필 촬영 이후 그간의 과정에 대한 과도한 보상심리가 운동 포기, 폭식 등으로 이어진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전문가들은 바디프로필을 준비할 때 중요한 것으로 ‘체계적인 계획’과 ‘균형 잡힌 식단’을 꼽았다. 우리 학교 스포츠과학과 이상기 교수는 “준비기간을 넉넉하게 설정하고 운동과 다이어트의 강도를 점진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금식 등으로 일시적인 체중 감량이 가능하겠지만 이는 사실상 영양 부족 상태가 되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준비하려면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을 두루 섭취할 수 있는 식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강남에서 활동 중인 트레이너 정윤교(27) 씨도 마찬가지로 “몸의 적응을 위해 조금씩 난이도를 올리는 게 중요하다”며 “개인의 운동 경력, 수행 능력, 식습관 등 체성분 외 다른 요인을 파악해 계획을 세우는 것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마냥 굶어서도 안 되고, 근육량 증가와 체지방 감소에 적합한 식단이 운동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바디프로필,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

  “인생을 사진에다 걸면 안 돼. 인생은 끊기지 않는 동영상이야.” 연예계 대표 몸짱 가수 김종국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바디프로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바디프로필을 ‘운동 라이프’의 또다른 출발점이 아닌 마침표로 여기는 이들을 향한 발언이었다. 이처럼 바디프로필을 결심한 순간부터 명심해야 할 점은 바디프로필 자체가 목적이 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바디프로필은 건강한 생활 습관을 체화하며 남기는 추억이자 더 건강한 삶을 위한 발판이 될 필요가 있다.
  타인의 시선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이상기 교수는 “최상의 신체를 사진으로 남기고 남들에게 자랑하고픈 생각 자체는 잘못된 게 아니지만 바디프로필을 오직 과시의 ‘수단’으로만 소비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십 년째 운동을 해 온 전문가들은 바디프로필만을 위해 가꾼 근육이 ‘미용 근육’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앙상한 몸에서 비친 근육은 바디프로필 본연의 취지가 돼야 할 건강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대신 올바른 운동법과 다이어트를 통해 ‘진짜 근육’을 만든다면 그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뿐더러 건강도 챙길 수 있다.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는 우리 학교 C 학우는 “운동을 시작하고 ‘자세가 바르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며 “내가 노력한 만큼 좋아지는 신체를 보면 뿌듯하고 자존감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러한 효과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사실이다. 한국디지털정책학회에 따르면 운동이 성인의 웰니스(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건강한 상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상의 신체에 도달하기 위해 능동적으로 노력함으로써 웰니스가 향상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짜릿한 경험을 원하는가? 올바르게 준비하고 유지할 수만 있다면 바디프로필은 인생 최고의 건강과 성취감을 누릴 수 있는 도전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