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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목숨 빼앗는 의료사고, 환자보호 3법이 필요하다
전지연 기자 | 승인 2021.04.14 11:30|(1168호)
의료사고 조정 접수 현황 추이 조정 접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인포그래픽/ 전지연 기자

  의료사고란 의료 행위에 내재한 위험이 현실화돼 환자가 원치 않았던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최근 5년간 국립대병원에서 발생한 의료사고 건수는 814건으로 연평균 163건에 달했지만 국립대병원이 의료사고 전체 조정신청에 응하지 않은 비율은 24%에 육박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접수되는 의료사고는 매년 13.7%씩 증가하는 추세다.

  개인의 노력에도 계속되는 의료사고

  현재 환자 개인은 의료사고 예방을 위해 신중을 기하고 있다. 환자는 의료진을 신뢰하고 본인의 병력을 적극적으로 알려 의료사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 그래프처럼 의료사고 분쟁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환자는 정보 불균형으로 의료 피해 보상을 받기 어렵다. 또한, 현재 민법상 의료사고에 대한 입증 책임은 환자에게 있다.

  의료사고에 대한 사회적 관심 증가

  지난 2014년 가수 故 신해철이 장협착 수술 직후 사망에 이르면서 의료사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커지기 시작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을 통해 故 신해철의 직접적 사망원인이 패혈증이라고 판단했다.
  故 신해철 집도의는 의사로서 주의 의무를 위반해 복막염에 대한 진단과 처치를 지연시켰고, 결국 故 신해철을 사망에 이르게 한 과실이 인정돼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판결 당시 본 집도의에게 적용된 과실치사죄는 의료법상으로 면허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환자보호 3법 국회에 발의된 환자보호 3법 법안 내용이다. 인포그래픽/ 송수경 기자

  의료사고 입증의 어려움

  지난 2017년 서울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받던 신생아 4명이 잇따라 사망했다. 사건 조사 과정에서 사망한 아기들 모두 지질 영양제 주사를 맞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하나의 주사제를 여러 번 나눠 쓰는 분주 과정 중 주사제가 항생제 내성균에 오염돼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법원은 감염·위생 관리 지침을 위반해 신생아들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7명의 의료진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주사제가 신생아에게 주입할 당시 이미 오염됐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또 “이미 오염됐다 하더라도 이로 인해 신생아들이 숨졌다는 결론은 직접적인 사망원인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故권대희 씨 어머니 수술실 CCTV 설치 의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파이낸셜 뉴스 제공

  ‘환자보호 3법’은 '국민보호 3법'
 
  일반적으로 환자는 의학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하고 수술실 내에서 이뤄지는 행위를 면밀히 알 수 없어 의료사고를 입증하기 어렵다. 
  잇따른 의료사고에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고자 ‘환자보호 3법’이 발의됐다. ‘환자보호 3법’은 수술실 CCTV 의무화, 의료인 면허 규제 강화, 행정처분 의료기관 이력 공개를 내용으로 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현재까지「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안과 관련해 촬영한 영상 보호를 내용으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 영상 촬영 및 음성 녹음까지 포함한 의료법 개정안, 수술실에 CCTV 설치 근거를 마련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각각 발의됐다. 
  「의료인 면허 규제 강화」법안은 지난 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하 복지위) 제1 법안소위에서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등 총 9명의 의원이 11건을 각각 대표 발의한 바 있다. 
  「행정처분 의료기관 이력 공개제도」는 미국 등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이며, 환자와 국민의 알 권리 및 의료기관 선택권에 있어 중요한 정보이므로 신속한 도입이 필요하다는 게 환자단체들의 입장이다.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
  이른바 ‘故 권대희 사건’은「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의 불씨를 지폈다. 故 권대희 씨 병원 집도의는 두 명의 환자를 동시에 수술하는 ‘공장식 수술’을 행했고, 결국 故 권대희 씨는 수술 중 충분한 지혈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사망했다. 의료사고는 대개 피해자 측이 피해 사실을 입증해야 하지만, 수술실 내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으면 입증이 어렵다. 이에 환자들은 사고의 전말을 유일하게 알 수 있는 창구인 CCTV 설치가 의무화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의료사고로 아들을 잃은 故 권대희 씨의 어머니 이나금 씨는 수술실 CCTV 의무화를 공론화했다. 이후 1인 시위에 나서며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3월, 이나금 씨는  파이낸셜 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환자들이 마취 상태에서 당해서는 안 되는 범죄로 고통받는 사례가 많다”며 “국회가 수술실 CCTV 의무화 관련 법안에 관심을 두고 꼭 입법해 달라”고 당부했다.   
  「의료인 면허 규제 강화법」
  「의료인 면허 규제 강화법」은 의료인의 면허 박탈 기준을 강화하거나 의사면허 취소 기준을 강화하자는 내용의 법안이다. 우리나라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도 자격 등록 취소를 면제받는 직종은 의사뿐이다. 의사면허는 살인·강도·성폭행·시체유기 등의 강력 범죄를 저질러도 취소되지 않는다. 보통 의료인은 높은 수준의 직업윤리와 도덕성이 요구되는 직업이기 때문에 의사 면허 관리제도를 강화해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의료인 면허 규제 강화법」확립의 근거다. 
  「행정처분 의료기관 이력 공개법」
  「행정처분 의료기관 이력 공개법」은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장관이 면허 취소 또는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의료인의 성명, 위반행위, 처분 내용 등을 공표할 수 있도록 행정처분 의료인의 이력을 공개하는 법안이다. 이 법안은 의료진이 받은 법적 처분을 국민이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개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한다.

  환자 보호 3법의 현 위치
  작년 7월 복지부가 전신마취 수술실을 갖춘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전수 조사에 따르면 총 1,842개 의료기관 중 60.8%의 의료기관이 수술실 출입구에 CCTV를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현재 수술실 CCTV 운영 규정이 없어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기관은 피해자에게 CCTV 영상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없다.
  작년 12월 국회 복지위가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법안에 89%가 찬성했고,「의료인 면허 규제 강화법」에 90.8%가 찬성했다.「행정처분 의료기관 이력 공개법」에는 92.7%가 찬성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해당 법안이 의료진에게 의료 소송 부담을 느끼게 해 의료 행위를 꺼리게 될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반대하지 않지만 강제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환자보호 3법의 입법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법안을 바로 규정하는 데에는 부작용과 갈등이 있다”며 “우선 자율설치부터 시작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행정처분 의료기관 이력 공개법」과 같이 이미 발의된 법안에 대해서도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지난 3월 복지부는 의료현장의 현 상황을 반영해 수술실 CCTV 설치·운영에 대한 단계적 의무화 방안을 제시했다. 공공의료기관은 수술실 출입구와 내부까지 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민간의료기관의 경우 수술실 출입구에는 CCTV 설치를 의무화하되, 내부는 자율선택에 맡기는 방안이다. 그러나 환자단체연합회는 해당 법안은 의료계의 입장만 반영한 법안이라며, 환자 보호 수단이 미비한 현 상황을 고착화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위와 같은 상황을 고려해 복지부는 현재 제도 개선 방향을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추진 가능한 사항은 보건의료발전계획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기관별 현황조사, 각종 평가 결과, 진료비 실태조사 등을 시행해 환자들이 의료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 수 있도록 정보제공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는 올 상반기 안에 환자안전사고에 대한 설명 절차를 마련하고, 환자 안전 실태조사 범위를 민간의료기관까지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환자보호 3법의  필요성과 기대효과

  수술실은 특성상 밀폐된 공간이기 때문에 전신 마취 환자는 수술하는 동안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그동안 상담하는 의사와 수술하는 의사가 다른 유령 수술이나 대리 수술, 무면허 수술이 행해진 바 있으며 성범죄 사건도 발생했기에 환자들의 불안감은 크다. 수술실 내에 CCTV가 설치된다면 의료진은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게 되고, 자연스럽게 비윤리적 의료 행위는 근절될 것이다.
  「의료인 면허 규제 강화법」과 「행정처분 의료기관 이력 공개법」 역시 일부 부도덕한 의료진들에게 경각심을 조성함으로써 올바른 의료 행위를 유도해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환자보호 3법’ 입법 촉구가 계속됨에 따라 의료계도 환자의 권리 보장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바른 의료 질서를 형성하고, 의료사고 재발 위험을 덜어주는 해법, ‘환자보호 3법’ 입법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전지연 기자  jys071434@o.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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