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시범종목 개최, 그 이후의 과제는?

넥슨 아레나 경기장 국내에서 개최되는 e스포츠 경기 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사진/ 천수민 수습기자

  e스포츠는 지난 8월 개최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시범 종목에 채택되면서 정식 스포츠 종목으로서 입지를 다졌다. 이는 스포츠 장르가 다양해지고 그 과정에 e스포츠가 존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실제로 e스포츠를 스포츠로 인정하는 분위기는 아시안게임뿐만이 아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24 파리올림픽’에서 e스포츠 종목 채택 여부를 논의 중에 있다. 이렇듯 e스포츠의 위상이 점차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의 전망은 어떨지 알아보자.


 e스포츠란 무엇인가  
  e스포츠는 주로 컴퓨터를 이용하여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다. 육체적 능력을 사용하는 일반적인 스포츠와 달리 정신적 능력을 위주로 펼쳐나가기 때문에 멘탈 스포츠로 분류된다. 과거의 게임은 취미, 오락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으나 1990년대 후반 이후로 게임 산업이 급격히 발전하는 동시에 프로게이머가 등장하면서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발달하자 e스포츠로 불리게 됐다. 대회 또는 리그와 같은 현장으로의 참여, 전파를 통해 전달되는 중계의 관전, 그리고 이와 관계되는 커뮤니티 활동 등의 사이버 문화 전반 또한 e스포츠 활동에 속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e스포츠의 본격적인 시작은 언제부터였을까. 1997년 등장한 PC방이 1998년 이후 급속도로 늘어났고 오락실, 만화방 등을 밀어내며 유망 업종으로 성장했다.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 게임 산업이 부흥하면서 PC방에 각종 게임들이 속속 보급됐고, 그 중심에는 블리자드사의 ‘스타크래프트’가 있었다. 대한민국 e스포츠의 역사는 스타크래프트의 역사와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타크래프트는 게임 전문 채널 설립, 프로리그 개최, 홍진호, 이윤열 등 인기 프로게이머 등장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렇듯 1990년대 말 게임 및 전자 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성장한 e스포츠는 2000년 21세기프로게임협회(現 한국e스포츠협회) 창립 후 선수 관리, 경기 규칙, 대회 방식이 체계화돼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대중 스포츠로서 자리를 잡았다.

정식 스포츠 종목 채택 과정

  e스포츠가 정식 스포츠 종목으로 최종적으로 채택될 수 있을까. 이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태이다. 찬성 측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포츠라는 점을 내세운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e스포츠가 아직 초창기 단계이지만 전 세계 수백만 젊은이들이 참여해 빠르게 성장하는 종목” 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올림픽과 같은 국제대회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고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 인해 개최국이 줄어들며 스폰서 기업들의 지원 규모가 정체된 상황에서 e스포츠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겨냥해 이번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를 시범종목으로 넣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알리바바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고 e스포츠를 시범종목으로 채택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리그 오브 레전드’ 인기 게임단을 운영하는 SK텔레콤 T1이 ‘하스스톤’과 ‘배틀그라운드’ 게임단을 창단하여 e스포츠 구단의 글로벌 브랜드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었다.
  반면 반대 측은 스포츠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건인 공정성과 지속성, 보편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축구·농구·야구 등의 기존 스포츠 종목과는 달리 게임은 제작사가 존재하여 로열티를 제작사 측에 지불해야 하므로 통일 기구에서 주최하기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한 기존 종목은 세부 규칙이 바뀌는 것 이외에는 크게 변하는 점이 없지만 게임은 변동 사항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시장이므로 종목을 규정하기 쉽지 않다. 낮은 기술력을 가진 개발도상국의 참여와 주최가 힘든 점도 있다. 나아가 지난 1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폭력이나 차별을 조장하는 게임은 올림픽의 가치관과 모순된다”며 e스포츠 올림픽 입성 논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정식 종목 채택 가능성이 크게 낮아지게 됐다.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

  아시안게임 e스포츠 대표팀은 6개 종목 중 리그 오브 레전드와 ‘스타크래프트 2,’ 총 2개 종목에 출전해 스타크래프트 2의 조성주 선수가 금메달, 리그 오브 레전드 대표팀이 은메달을 따냈다. 또한 시범종목임에도 불구하고 공식 중계권자인 공중파 3사 모두가 리그 오브 레전드 경기를 중계할 정도로 e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화제성이 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작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올해 최초로 e스포츠가 아시안게임 시범종목으로 채택됐지만 한국e스포츠협회(KeSPA)에서 대한체육회의 아시안게임 시범 종목 출전 최소 요건인 1개 시도체육회 가입을 만족하지 못해 국내 선수단 출전 여부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이후 시민들과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대전체육회와 함께 협의를 이어갔고 그 결과 대전e스포츠협회가 대전체육회로부터 인정단체로 최종 가맹 승인을 받아 엔트리 제출 전날에 출전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이렇듯 e스포츠 종주국이라 자명했던 우리나라가 출전조차 힘들었다는 것은 곧 자본 및 투자의 부족과 관련 부처의 무관심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국으로선 이미 수년전부터 자본과 시장 규모에서 중국에 뒤지며 e스포츠 주도권을 내준 상태며 이런 흐름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e스포츠 시장 급성장을 이룬 중국과 비교했을 때 중국 측이 게임단 창단에 약 700억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게임단인 SK텔레콤 T1의 1년 운영비는 약 70억원에 불과하다. 정부는 각 지역마다 한국e스포츠협회 지회 설립, 2019년까지 전국에 3개 e스포츠 전용경기장을 구축 예정이고 국회에서도 e스포츠 진흥법에 대한 전면 개정안을 준비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직접적인 국가·기업의 지원을 받는 중국과의 경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는 아직 우위를 가진 인적 자원, 방송중계 기술, 체계적인 게임단 운영방식으로 차별화되고 지속적인 발전이 필요하다.
  게임은 젊은 층만 즐기는 마니아 문화에서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로 인식이 변화되고 있다. 실제로 인간 중심의 기술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4차 산업과 e스포츠는 새로운 융복합 기술의 한 축이 될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예측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게임·e스포츠 종주국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게임 산업의 강제적 규제보다 인적 자원 육성, 연구 개발 지원이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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