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부문 심사평

 

충남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민경택
충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송기섭

 

  응모된 소설들을 천천히 읽으면서 무엇이 좋은 작품인가를, 잘된 소설은 어떻게 씌어져야 하는가를 곰곰 생각하여 보았다. 소설은 분명 담론의 진실을 추구하는 내러티브이다. 그렇다면 담론의 진실은 어떻게 구현되는가. 그것은 단지 현실의 재현이라는, 그 미메시스의 환상만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실의 인간을 그 심저에서 뒤채여 보는 사유와 감정의 깊이, 그것을 전달하는 수사학의 세련됨, 그리고 소설의 운명과도 같은 사건 배치의 노련함, 그런 것들이 종합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시각에 비추어 「식구」, 「당신이라는 우연」, 「나를 모르고」를 눈여겨보았다. 이 작품들 모두 이야기를 통하여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의미에 가치를 부여하고자 하는 열정이 넘쳤다.
  그 중에서 「식구」는 문장과 단락의 안정성이 먼저 시선을 잡는다. 그렇게 글쓰기의 기초에 충실한 작품이다. 여기에 잘 짜여진 구조는 상투성을 넘어서지 못한 불리함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안정된 감정작용을 이끌어내기에는 유효하게 다가온다. 미결 상태의 환기적 결말 역시 단편소설의 정형화된 규약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당신이라는 우연」은 내면의 감정과 깊게 만나는 단단하게 결속된 플롯을 갖추고 있다. 처음 중간 끝의 결속성을 강조하는 전통적 플롯의 형식에 한 개인이 우연히 맞이한 삶의 경이적 단면을 매끄럽게 담아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 두 작품은 기존 서사 관습이 요구하는 틀에 다소 얽매여 있으며, 또한 사건의 특이성을 창출하는데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다. 
  「나를 모르고」는 사건이 사유를 깊게 만들고 그것이 감정의 동일화를 절실하게 이끌어 나간다는 점에서 좋게 다가왔다. 고통에 가치를 부여하는 그 사건들은 한 개인의 자기 탐구와 정체성의 형성에 단단히 연동되어 있다. 고통을 통해, 환멸을 통해 자기에 이르는 내적 형식을 충실하게 구현해 낸 작품으로 다가온다. 사물을 지시할 뿐만 아니라 생각과 정념이 풍성하게 묻어나는 짧은 문장들 또한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긍정의 요인이라 할 것이다. 이름의 잉여성을 활용한 점이나 사진에 대한 지식과 성찰을 서사 맥락에 적절히 안배한 점도 그러하다. 이 모두는 그러나 서사적 도식성 안에서 이루어진 잘 훈련된 작업이란 의문을 떨치기가 쉽지 않다. 그 정연한 관례들을 위반하는 자기 세계의 구축이 미래의 몫으로 남겨졌다고 할 것이다. 
 

 

시부문 심사평

 

충남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박수연
충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이형권


  올해도 충대문학상 시 부문에는 많은 분들이 응모해 주었다. 응모작들의 전반적인 특징은 현실참여 시나 실험적인 시보다는 순수 서정시 계열의 작품이 많았다는 점이다. 시적 관심이 전위적 정신이나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인식보다는 개인적 서정이나 내면 탐구에 편중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예년에 비해 수준 높은 시들이 적잖이 눈에 띄었지만, 시로서의 기본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이번 응모작들 가운데 심사위원들의 관심을 끈 것은 추성은의 「조수」와 「소란」, 장상혁의 「화재」, 임익문의 「거꾸로 대폿집」, 이충기의 「밤을 달리는 출근길」 등이었다. 이들 중에서 시적인 개성이나 안정감, 전체적인 짜임새 등에서 「조수」가 앞서 있다고 판단했다. 이 작품은 “조수”(潮水)의 속성인 “밀물과 썰물”을 ‘만남과 이별’이라는 사랑의 과정에 빗대어 매끄럽게 표현하고 있다. “나”가 느끼는 이별이 슬픔이 “익사체”를 연상할 정도로 처연하지만, 그 슬픔을 삶(만남)의 근원적 의미에 대한 성찰의 계기로 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독특하면서도 자연스러운 표현과 유장한 가락을 만들어 내는 솜씨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시를 쓰는 일이란 불화의 삼각형을 극복해 내는 과정이다. 시를 쓰는 사람은 언어와의 불화, 자아와의 불화, 세상과의 불화 등을 견디어내야 하는 존재이다. 언어의 일상성, 자아의 몰개성, 세상의 비속성 등과의 불화를 넘어서야만 좋은 시를 쓸 수 있다. 어느 것 하나 만만한 일은 아니지만, 시에 대한 열정과 재능이 뒷받침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시의 수준은 이러한 불화의 사각형을 얼마나 극복해 내느냐의 문제와 깊이 관련된다. 이번 당선작인 「조수」는 다른 작품들에 비해 불화의 삼각형을 끈기 있게 극복해 낸 하나의 사례이다. 당선자에게는 축하의 말씀을 전해 드리고, 낙선자들에게는 다음을 기약하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응모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의 전한다.            
 

 

수필부문 심사평

 

충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홍혜원


  제59회 충대문학상 현상모집 <수필> 부문에는 총 11편이 투고되었다. 가족을 소재로 한 작품이 상당수였고, 그 외에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감정이나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질문, 사랑 등을 소재로 한 작품들도 있었다.
수필은 “붓 가는 대로 자유로이 쓴 글”이라는 정의에서 나타나듯 특정의 형식을 요구하지 않으며 내용에 있어서도 제한이 없다. ‘무형식’의 특징으로 인해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좋은 수필을 만나기는 어렵다. 수필의 문학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개성을 담아 써 내려가되 비평정신을 유지함으로써 삶의 지혜를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개성’은 대상에 대한 예술적인 형상성을 동반해야 표출될 수 있으며, ‘비평정신’은 재치 있는 유머와 위트를 통해 독자에게 전달되는 삶의 지혜를 의미한다. 결국 대상에 대한 진지한 관찰을 바탕으로 사물의 이면에 놓인 섬세한 결을 읽어내고 문학적으로 형상화함으로써 사유의 깊이를 보여줄 수 있는 것, 그것이 수필의 산문정신이라 할 것이다.
이번에 투고된 작품 중 가족 소재 글들은 글쓴이의 개성이 드러나지 않은 채 평범함에 머무르는 경향을 보였고, 인간관계의 고민이나 사랑을 다룬 작품들은 상황 설명에 치중하여 정작 전달하려는 의미가 불분명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인간 존재와 인생의 방향에 대해 질문하는 글 또한 고백이 지닌 자아 성찰의 면모가 잘 드러나지 않았다.
문학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줄어드는 시기에 자신의 삶을 ‘글’로 형상화해낸 여러 투고자의 노고가 안타깝지만 이번 충대문학상 현상모집 <수필> 부문에서는 당선작을 내지 않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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