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고 싶다면 조르바처럼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카스, 열린책들

 불광불급. 미쳐야 미친다. 중학교 3학년 때 교실의 뒤편에 걸려있던 급훈이다. 당시 담임 선생님이 그 문장을 굉장히 좋아하셔서 수업시간에도 종종 불광불급의 의미에 대한 연설을 듣곤 했다. 당시엔 도대체 저게 무슨 말인가 의구심을 품었고, 한편으로는 바보같은 말이라고 생각했다. 애초에 미친다는 것은 부정적인 말이 아닌가. 그런데 그런 말을 가장 좋아하신다니 굉장히 독특한 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나니 기자가 그 독특한 사람이 됐다.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그 일에 미치광이처럼 미쳐야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뜻의 ‘불광불급’만큼 새삼 멋있는 말이 없다. 불광불급에서 강조하는 것은 미칠 정도의 열정이라는 것을 머리가 조금 큰 지금에야 알 수 있었다.
 어느 날 서술자인 ‘나’앞에 조르바가 나타난다. 거침없이 행동하고 움직이는 조르바에게 매력을 느낀 ‘나’는 조르바와 함께 길을 떠나고, 크레타 섬의 광산에서 광산사업을 하게 된다.
작중 ‘나’는 책을 통해 경험하고, 사유하는 사람이다. 그에 반해 조르바는 행동이 앞서는 자유로운 사람이다. 모든 일에 적극적이며 실천적인 태도로 살아간다. 조르바가 추는 춤은 계산하고 꾸며져서 내뱉어지는 우리의 음성언어보다 더 다채롭게 조르바의 감정을 표현하는 조르바적인 표현이다. 그렇게 모든 것에 온 몸으로 부딪히며 인생을 배운 조르바에게서 ‘나’는 여태까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된다.
 책 전반에 걸쳐 물질과 정신,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천사와 악마, 육체와 영혼 등 대립되는 어구들이 자주 등장한다. 대립되는 어구를 통해서 작가는 우리에게 자기 스스로에 대한 고민을 유도한다.
 두 개의 대립되는 단어들 사이에서 ‘나는 도대체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하다가 자유에 따르는 대가를 스스로가 책임질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했다. 자유롭게 하고자 하는 바를 했을 때 생기는 상황이나 그에 따른 대가들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지를 따져보고 행동하는 것이 진정한 자유를 누릴 때 무엇보다 필요한 가치다.
 책을 읽으며 기자또한 조르바처럼 세상의 굴레를 벗어나서 열정적이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좀 더 실제적이고 본능적이고 계산하지 않는 인생을 동경한다. 지금 기자의 인생은 지나치게 얽매여 있다.
 조르바처럼 살기를 원하면서도 조르바의 삶의 타당성과 진정한 자유의 의미에 대해서 책상머리에 앉아 공부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만약 조르바처럼 살 수 있냐고 하면 쉽사리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일단 첫 번째로 기자는 세상의 잣대를 너무 두려워하며, 두 번째로 조르바처럼 산다면 진정한 의미의 자유를 찾기보다는 본능과 욕망에 잠식돼버릴 것 같기 때문이다.
 과제, 시험…. 주어진 일을 하기에도 바쁜 시간과 3포 세대라는 사회적인 압박감을 핑계와 방패삼아 기자는 늘 책상머리에 앉아 고민하고 두려워할 뿐이다.『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나서야 그걸 깨달았다. 그래, 이제 미쳐야 겠다는 생각을 깨웠으니 미칠 용기와 열정을 끌어올 차례다!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