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Godot)’를 기다리는 베케트의 시선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의 모습  출처 https://www.sangsangmadang.com/webzine/columnView.asp?seq=7782

 

  베케트의 삶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는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조지 버나드쇼(George Bernard Shaw),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 와 더불어 저명한 아일랜드 출신 작가이다. 1906년 폭스로크의 신교도 가정에서 차남으로 태어난 그는 시인이자 비평가이며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20세기의 큰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대학 졸업 후 일시적으로 보낸 교편을 정리하며 유럽 전역을 방황하던 그는 파리에 정착함과 더불어 세계 제 2차 대전을 경험한다. 인간사의 최대 비극을 체험한 그는 1952년에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Waiting for Godot)를 출간하고 이 작품으로 1969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다. 하지만 시상식 참가와 인터뷰를 모두 거부하며 자택에서 집필에만 몰두하던 그는 부인을 잃은 지 얼마 후 그 역시 생을 마치게 된다.

  ‘고도(Godot)’- 인생의 부조리를 인식하다
  베케트의 연극은 영국 비평가 마틴 에슬린(Martin Esslin)에 의해 처음으로 ‘부조리 연극’(The Theater of the Absurd)이라는 명칭을 부여 받는다. 더불어 에슬린은 부조리극을 관람하는 관객은 동기와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등장인물과 만나게 될 것을 이야기하며 이러한 베케트의 극을 가리켜 유쾌한 허무주의라고도 일컫는다. 관객과 동일시되기 어려운 부조리극 인물들의 상황은 관객의 시선을 보다 더 자유롭고 객관화시키는 제 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이러한 관객과 등장인물간의 거리는 폭력적이고 쓸쓸한 어두운 극에 희극적 효과를 지니게 만드는 요소로 적용되며, 씁쓸한 웃음을 자아낸다.
  2차 대전 이후, 과학과 물질문명의 발달에 대한 세상의 회의적인 시선은 “신은 죽었다”라는 니체(Nietzsche)의 선언으로 대변된다. 삶의 이상과 도덕적 가치가 상실되면서 합리주의적 사고에 불신 섞인 불만들은 고통과 혼란으로 부조리극을 빚어낸다. 이러한 특징에 맞추어 부조리극은 매우 애매모호하고 허무주의적인 현대 사상이 내포된 새로운 형식으로 탄생된다. 베케트는 이처럼 무기력하고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세상의 혹독함을 작품 속 인물의 상황으로 담아낸다. 더불어 극에 깊게 잔여하고 있는 삶에 대한 ‘고통’은 부조리한 세계에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자 모든 인간에게 처한 공통의 상황으로 바라본다. 이러한 그의 고통은 『고도를 기다리며』에 나타난 등장인물의 ‘고도’를 향한 간절한 기다림으로 대변된다. 하지만 극은 점점 오지 않는 고도에 대한 의심스러움으로 고도에 대한 불신과 삶에 대한 의지를 시험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은 다소 우스꽝스러운 인물들의 간절함과 기다림을 통해서 우리의 현실이자 유일한 미래인 고도를 포기하지 않게 독려한다.

  ‘언어효용’의 상실- 빈곤의 시대를 관조하다
  영어, 프랑스어, 그리스어, 독일어, 에스파냐어 등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도록 언어에 뛰어난 능력을 가진 그는 작품 속에서 언어의 효용을 다소 무감각하게 만든다. 비교적 간결하지만 반복적으로 되풀이 되는 언행, 수다스럽지만 의미 없는 희곡의 대화는 인물간의 관계를 더욱 공허하게 만든다. 그는 작품 안에서 언어의 왜곡, 과장된 형태의 소통 불가 및 단절을 제시하며 전통적인 사실주의 극에서 과감히 벗겨져 나온다.  발화하고 있지만 허공에서 무의미하게 오고가는 당혹스러운 대화의 나열은, 언어의 기능을 상실하고 무기력해진 사회를 새롭게 진단하는 작가의 시선으로 제시된다. 일정한 구성이나 특징에서 벗어나 보다 더 자유롭게 글을 쓰기 위해 외국어를 습득한 그는 2차 대전으로 암담해진 현실의 상처를 언어에 대한 평가 절하로 표현해 낸다. 전통적인 사실주의 극과 현실 사이에 괴리를 발견한 그는 언어를 분절시키며 전반적인 작품 분위기를 모호하게 몰아가는 독특한 방식을 추구해 낸다.
  말이 말로써 그 효용을 상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좌절과 허무함은 『고도를 기다리며』에 등장하는 에스트라공(Estragon)과 블라디미르(Vladimir)의 모습으로 대표된다. 나무 한 그루가 덩그러니 서있는 황량한 시골 길에서 ‘고도’를 기다리는 두 인물의 답답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은 작품이 전개될수록 비참함을 더한다.
  아직 오지 않은 ‘고도’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두 인물의 의심과 믿음의 혼재는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 중심으로 나누는 유치하고 무의미한 말들과 횡설수설로 언어를 조롱한다. 그는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는 두 사람의 비애를 실제 하는 인간의 모습으로 비유한다. 하지만 인간 존재의 비극성을 극복할 수 있는 희극적 요소를 가미하기 위한 방법으로 언어를 왜곡시켜 나간다. 그러므로 『고도를 기다리며』에 나타난 언어 효용의 상실은 곧 빈곤한 세상, 인간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순환적 형식으로 극의 서두와 말미가 반복되며 이어지는 극의 형식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반영하듯이 규정되지 않는 채 마무리 된다. 그리하여 그는 언어유희와 같은 웃음 유발을 극에 삽입시켜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인간의 절망감을 삶에 대한 희망고문으로 독려해 나간다.
 

양선미 대학원생 기자
ysm1024@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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