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를 넘어서 문화발전으로 이어져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더 이상 신선하지 않다. 우리나라 음악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시초인 슈퍼스타K 이후 요리, 댄스, 패션, 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쏟아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미술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등장하며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흥의 민족이라고 불릴 만큼 음악을 즐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미술이라는 장르는 음악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렵고 낯설게 느껴지던 예술이었다. 그랬던 미술이 대중적인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이용해 사람들이게 친숙하게 다가가고자하고 있다. 최근 문화계에 널리 확신되고 있는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만남은 어떻게 이루어진 것일까.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협업
   사실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협업이 완전히 새로운 일은 아니다. 개념을 명확히 하지 않았을 뿐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은 과거부터 잦은 만남을 가져왔다. 대중들이 익히 알고 있을 법한 두 예술 간의 대표적인 협업에는 경계를 무너뜨린 팝아트가 있다. 우리나라로 범위를 좁히면 예술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를 꼽을 수 있다. TV라는 대중매체에 예술을 더한 비디오 아트는 두 예술 간의 만남을 통해 움직이는 전자회화라고 불리기도 한다. 또 비보잉과 발레가 만난 창작 뮤지컬인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도 두 예술 간의 만남이다. 사물놀이에 재즈, 락, 전자 음악까지 더하는 김덕수 사물놀이패, 요리에 퍼포먼스적인 예술을 더한 난타 등 예전부터 우리나라 문화계에서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협업은 낯선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는 순수예술이 대중적인 스타들과의 만남까지 그 협업의 범위를 더욱 넓혀가고 있다. 세계적 팝스타 레이디 가가는 지난해 정규 4집을 발매하며 미국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가 제프 쿤스와 협업했다. 레이디 가가는 제프 쿤스가 자신을 위해 제작한 조형물을 이용해 앨범 표지 전면을 장식했다. 덕분에 그녀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자신만의 독특한 이미지에 예술성까지 더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선 고수와 한효주가 미술가 문경원, 전준호의 단편 예술영화 ‘묘향산관’에 출연한 일이 있다. 이 영화는 연극적인 구성에 현대무용, 행위예술을 결합시킨 실험적인 예술영화임에도 고수와 한효주의 노개런티 출연으로 인해 대중들에게 화제가 됐다. 이렇게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스타들과 순수예술가들의 협업은 훌륭한 예술 작품도 만들고 대중적인 관심까지 받을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한계를 넘어선 상생
   일부 사람들은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협업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순수한 예술적 동기에 의하여 창조되는 순수예술이 자칫 상업성에 젖어 본연의 전위성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익대학교 경영대학원 고정민 교수는 이부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에 대해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는 “순수예술 모두가 대중예술과 협업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경우에 원하는 예술가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순수예술 전체를 손상시키지 않는다”며 “오히려 순수예술에 자극을 줘서 더욱 발전하고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는 긍적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융합은 기존 소수 엘리트를 대상으로 하던 순수예술의 자본확보 어려움의 한계와 대중예술에 대한 하위문화라는 인식의 한계를 서로 보완해 준다. 사람들은 대중예술을 친숙하게 느끼는 동시에 순수예술보다 수준이 낮다고 여긴다. 반대로 순수예술은 어렵게 생각하며 고급스런 예술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두 예술의 우위를 가리며 가치의 고저를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진정 ‘급’이 떨어지는 일이다. 순수예술은 대중예술이 만들어질 수 있는 기반이 되며 이런 기반 위에서 꽃핀 대중예술은 대중적으로 예술을 널리 알리고 예술의 가치를 자본으로 거둬들여 예술 전반의 발전에 기여한다. 두 예술이 서로의 한계를 보완하며 문화예술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해 상생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문화예술 소비자인 우리가 앞장서 두 예술 간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구분하기보다는 끊임없이 두 예술간 새로운 융합을 시도하고 그 만남을 향유하며 문화예술 전반의 발전을 꾀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유정현 기자 yjh13@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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