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똘똘 뭉쳐진 잡지의 꽃, 독립잡지

KT&G 상상마당 어바웃북스
사진출처 : 네이버 블로그 돗밤실

   요즘 부정적으로 쓰이고 있는 단어 ‘잉여’는 ‘다 쓰고 난 나머지’를 뜻한다. 여기 잉여들을 위한, 잉여들에 의한 잡지가 있다. 잡지의 내용 역시 잉여로운 삶 속에서 느낀 통찰이 대부분이다. 독립잡지 <월간 잉여>는 잡지 기획부터 유통까지 한 사람이 모두 책임지는 1인 매체 형식의 말 그대로 ‘잉여로운’ 잡지다. 한편 고민투성이의 삶을 살아가는 20대들을 위한 잡지도 있다. ‘예술적인(현명한) 질문은 삶을 변화시킨다’는 문구를 모토로 다양한 20대들의 고민을 질문으로 풀어내는 형식의 질문 잡지 <헤드에이크>가 바로 그것이다. 이와 같이 독특한 소재와 형식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독립잡지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독립잡지 <월간 잉여> 사진출처: image website

독립잡지-개성=0
   독립잡지에 사람들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는 화려한 표지는 없다. 전문가들에 의한 상업적인 잡지가 아니기 때문에 다소 투박해 보이기도 한다. 일정한 형식을 갖춘 구성이 아닐 수도 있고, 잡지의 형태가 제각각이기도 하다. 심지어 독립잡지라는 단어는 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임의적인 이름이기까지 하다. ‘기존 상업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창작자의 의도에 따라 제작한 영화’라는 독립영화에서 영화라는 단어만 잡지로 바꾸면 뜻이 일맥상통하기에 독립잡지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다. 이름 그대로 독립잡지는 상업적인 틀에 얽매이지 않고 내용의 독립을 추구하는 잡지다. 때문에 한명 혹은 소규모의 창작자들이 기획부터 제작, 유통까지 잡지를 만드는 모든 과정을 책임진다. 유가지도 있고 무가지도 있지만 당초 잡지발행의 목적이 이익추구가 아니기에 창작자가 광고주나 외압에 구애받지 않고 잡지를 자유롭게 구성한다.
   독립잡지가 우리나라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90년대 후반이다. 독립잡지는 이미 미국, 유럽, 일본 등지에서 서브컬쳐의 한 종류로 자리 잡으며 잡지의 꽃이라고 불렸다. 기존 주류잡지가 지나치게 상업적인 이익을 추구하자 이에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거나 주류잡지의 콘텐츠에 만족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에 홀로 혹은 소규모 집단으로 저마다 좋아하는 주제를 다룬 독립잡지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독립잡지의 가장 큰 매력은 개성있고 신선한 주제를 다루는 것이다. 패션잡지 <디어>는 상업잡지에서 다루는 화려한 패션업계가 아닌 그 뒤에서 패션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담는다. 이처럼 타이포그래피를 주제로 한 <ㅎ>, 단순한 관광지 방문 여행이 아닌 그 지역을 사회·문화적으로 느끼는 여행을 소개하는 <보편적인 여행잡지> 등 독립잡지들은 참신한 주제로 뚜렷하게 개성을 드러낸다.

독립잡지 <모디> 사진출처: image website

돈 아닌 애정이 원동력
   독립잡지를 만드는 사람들 모두 전문가는 아니다. 내가 다루고 싶은 재미있는 소재와 약간의 제작비만 있다면 누구나 독립잡지를 창간할 수 있다. 독립잡지 <모디>는 대학생들이 창간한 대구·경북지역 최초의 대학생 문화잡지이다. 대구·경북지역의 지역문화를 대학생의 시각에서 다루겠다는 취지에서 2012년 5월 창간호를 시작으로 현재 15호까지 발행된 탄탄한 독립잡지다. 잡지를 읽어주는 이를 만났을 때 가장 뿌듯하다는 <모디>의 김애란 편집장은 독립잡지의 낱낱을 설명했다.
   <모디>는 소셜펀딩을 이용해 창간비용을 마련한다. 또한 유가지로 발간하고 그에 따른 수익은 다음 호의 발간을 위해 재투자된다. 독립잡지 사이에서 이미 유명세를 탄 모디는 독자층도 대구·경북지역 대학생들을 비롯해 넓게 구축돼 있는 편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디>도 자본의 어려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유가지인 <모디>도 이럴진대 매니아층 독자에게 무가지로 발행되는 독립잡지가 겪는 경제적 어려움은 두말할 필요 없다.
   김 편집장은 독립잡지 시장의 어려움에 대해 경제적인 문제와 의지의 문제를 꼽았다. 그는 “잡지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 잡지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내적 고민과 만드는 이들 간의 합의가 중요하다. 수익적 어려움 역시 의지로 해결할 수 있다”며 의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편집장에게 <모디>의 꾸준한 발간비법을 묻자 “만드는 사람이 애정과 확신을 가지고 있다면 뭐든 못할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전망
   독립잡지의 명맥이 이어질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유통시장이 넓어지면서 독립잡지의 매력에 빠지는 독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온라인 상의 독립출판물 서점이 늘었으며, 서울 뿐 아니라 지방에도 독립출판물 전용 서점들이 들어서고 있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KT&G 상상마당 어바웃북스에서는 6월 13일부터 8월 11일까지 독립출판물 500여종을 전시, 판매했다. 아날로그 감성이 담긴 종이를 통해 개성 있는 내용을 다루는 독립잡지의 흐름을 조망한 것이다.
   김 편집장은 독립잡지 증가현상에 대해 “사실 대중적이거나 전반적인 움직임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예술적인 가치를 독립잡지를 통해 구현하고 싶다”며 “점차적으로 독립잡지를 만드는 사람과,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이 조금씩 많아질 것 같다”고 예측했다.
 
   천편일률적인 상업잡지 속에서 독립잡지는 어려움을 무릅쓰고 재기발랄함을 빛내며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다. 한번 훑고 넘겨버리는 글이 아닌 두고두고 꺼내볼 수 있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지닌 글이라는 장점도 있다. 독립잡지의 주요 창작자는 향후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20대들이다. 이렇게 개성으로 중무장한 청춘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묻기란 아까운 일이다. 독립잡지의 무한한 발전 가능성에 독자들의 꾸준한 관심이 더해진다면 분명 훌륭한 결실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유정현 기자
yjh13@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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