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IT의 결합이 낳은 유희

 
   예술이 스마트폰과 만나 재밌는 혁명을 빚어냈다. 화판 대신 스마트폰 화면을, 화구 대신 터치펜으로 즐거움을 창작하는 예술, 디지펀 아트(Digifun Art)가 바로 그것이다. 디지펀 아트란 Digital, Fun, Art의 합성어로 모바일기기를 통해 작성된 생성물을 뜻한다. 정해진 틀 같은 것은 없다. 자유롭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작품을 창작하고 즐거움을 향유하는 순간 누구나 디지펀 아티스트가 될 수 있다.

   다양한 분야를 어우르는 융합 예술
   디지펀 아트는 기존 예술의 정의에 도전장을 내민다. 그림뿐만 아니라 사진 위에 글을 쓰거나, 재밌는 낙서로 패러디를 하는 것도 디지펀 아트가 된다. 이처럼 디지펀 아트는 작품의 범주를 일상생활로까지 넓혔다. 사진, 그림, 글씨 등 터치펜이 닿을 수 있는 모든 곳은 화판과 화구가 된다. 사진 위에 그림을 덧그리거나 그림 위에 글씨를 쓸 수도 있기 때문에 각 예술 간의 협업이 가능하다. 원본을 자유롭게 수정할 수도, 이미지를 다양하게 복제할 수도 있다. 창의력과 도전 정신이 허락하는 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할 수 있기 때문에 디지펀 아트는 발전적 진화성이 용이한 예술이다.

작품 1
   작품을 완성하고 SNS에 올리면 타인들과 즉각적으로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디지펀 아트는 특정 계층, 계급만의 향유물이 아닌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는 예술로 거듭난다. 디지펀 아트를 통한 소통이 자연스럽게 계층, 계급 간의 격차를 좁히고 원활한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즉시 작품을 만들 수 있으니 시간적 부담도 적고 스마트폰과 터치펜만 있으면 되니 경제적이기까지 하다. 이처럼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과 아이디어만 있다면 남녀노소 누구나 디지펀 아티스트가 될 수 있다.
   디지펀 아트는 예술의 분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치료의 수단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 디지펀 아트의 편리한 접근성을 의료분야에 접목시킨다면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디지펀 아트의 창시자인 디지펀 아티스트 한양대학교 안승준 교수는 “예술은 내면세계를 표출하는 것이다.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치료뿐만 아니라 심리적 치료도 상당히 중요하다”며 “심리 치료의 일종인 미술 치료로 디지펀 아트를 활용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제시했다. 환자는 디지펀 아트를 통해 내면세계를 표출하는 과정을 거쳐 마음의 병을 치유할 수 있고, 의료진은 환자의 디지펀 아트 작품을 통해 심리 상태를 유추해 건강의 호전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디지펀 아트는 다양한 분야와 접목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작품 2
작품 3
   디지털 예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시도
   안 교수는 올해 1월 ‘디지펀 아트(Digifun Art):호모 루덴스(Homo Ludens)전’을 열어 디지펀 아트 30여 점을 전시했다. 전시회 이후 디지펀 아트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며 디지펀 아트 커뮤니티도 만들어졌다. 안 교수는 “디지펀 아트를 시작한지 1년여 밖에 되지 않았지만 원본을 간단하게 재생산해도 전혀 다른 작품이 되는 디지펀 아트의 특성을 이용해 그동안 만든 작품만 200여 점이 넘는다”며 “과거의 예술가들은 꿈도 못 꿀 일”이라고 말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디지펀 아트가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안 교수는 “디지펀 아트를 대중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자생적인 노력과 기술적인 노력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펀 아트를 어려운 예술 활동이 아닌 즐기기 위한 유희로 인식하고, SNS나 커뮤니티로 작품에 대해 소통하는 자생적인 노력과 관심이 지속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기술적으로는 색을 흩뿌리거나, 화면을 구기거나, 생생한 질감이 살아있는 데칼코마니 기법을 적용시키는 등 기술에 감성까지 더해야 한다”며 기술과 감성이 힘을 모아 디지털 예술이라는 한계를 허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예술 강국으로 거듭나기
   디지펀 아트는 IT 강국이라는 우리나라의 특성에 걸맞게 우리나라에서 자생된 예술 장르이다. 안 교수는 “과거 예술의 중심지가 파리였다면 현재 디지털 예술의 중심지는 서울이 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디지펀 아트는 스마트폰 기술 중에서도 섬세하게 펜을 이용하는 우리나라의 동양적 기술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디지털 예술의 중심지 역시 기술의 발생지인 우리나라의 서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디지펀 아트를 현대 예술의 사조, 한류 문화의 구심점으로 자리매김 시키기 위해 DIFA(Digital Fun Art Association) 조직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DIFA의 구체적인 목표는 세계적 디지털 예술 올림픽을 추진하는 것이다. 안 교수는 DFAF를, 국내를 기점으로 국제적으로 확대시키는 한편 DIFA 조직을 각국으로 넓혀 우리나라가 디지털 강국이라는 인식을 제고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정한 계층, 계급만이 예술을 즐기던 시대는 저물고 디지털을 통한 예술의 대중화 시대가 도래했다. 우리나라의 놀라운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탄생한 디지펀 아트는 우리가 향유하고 발전시켜야 할 시대의 흐름에 걸맞는 디지털 예술이다. 흰 천과 바람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듯, 스마트폰 액정과 터치펜만 있으면 우리 모두 예술가가 될 수 있다.

작품 1, 2, 3 안승준 교수가 스마트폰으로 그린 작품


유정현 수습기자
 yjh13@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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