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보며 사는 인간들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으로서 사람을 마주함은 사람을 논한다는 가식의 허상을 벗어난 「참」과 사람의 바탕과의 디딤목이 아닌가하고 자의자답해본다.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가장 자연스럽고도 가장 무거운 틀-을 디디며 숨들이킨다. 올안에 엎드리어 올 너머 어드메인가로 흘린듯이 가는, 초라하게만 보여지는, 초라함을 훌훌 털어버린 아름다운 이들, 만남이란 디딤돌 따라 「참」이라는 건너 강변에 다다른 살내 풍기는 사람들. 안개 속으로 희미해져간 그들을 바라보는 목마름으로 속달일 수 밖에 없는 범인들이 사막에 모래를 세듯 한이없는 꿈의 땅 속에서 모두가 벗어나는 과연 그와 같은 길은 없는 것인가? 그 길은 낙타가 바늘귀 속을 뚫고 지나가는 길이리라. 모두가 예수, 석가로 거듭나는 길이리라. 모두가 예수, 석가로 거듭나는 길이리라. 그러나 그 길은 안개의 날개를 비상시키는 미풍이 불어대는 좁은 문이 열려진 길이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고 외쳐대던 예수의 목소리에 도리질할 수 밖에 없는 사람, 바로 울안의 사람들이 너와 나인 것이다. 그렇다면 울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특정한-목수의 대패며, 어떤 나무꾼의 도끼이던가? 가슴찡한 인간애는 과연 이데올로기 실현이라는 열매를 맺게 하기 위한 거름 이상의 그 무엇은 아닌가? 두 가지의 물음에 『아니다』라는 대답을 미친듯이 짖어본다.
  요사이 신입생들은 맞아들이고 나서 그들의 귀가 닳아라고 곱씹던 말 『여러분, 인간적입시다』다분히 막연하고도 관념적인 얘기이다. 사람과 사람이 마주한다는 유난히 새로운 얼굴들과 마주한다는 것으로도 지끈지끈하게 두개골을 비집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어수선한 세상일들을 한 반짝옆으로 제쳐 놓을 수 있다는 넉넉함이 있어 쓰잘데기 없는 얘기로 푼수짓한 것 같지만, 마음 속에서 우러나는 참뜻이 충분히 녹아지고도 남음이 있는 말이라고 자위한다. 논밭을 일구고, 공급을 위해-그렇지 못한 것이 훨씬 많아 슬픈 것이 현실이지만-보람을 만드시며 피땀흘리시는 이 땅의 아버지, 어머니들께서 마냥 즐거워하실 수 많은 없게 하는, 흙의 눈물이, 신음소리가 그칠 날이 없는 모순으로 빼곡히 들어 차 있는 울타리, 담장, 그리고 벽. 그 속에서 길들여진 우리들은 다분히 반항아적 기질이 넘쳐 흐르는 예수의 제자들과 같아 쉬 신입생들에게 그런 말을 던졌던 것이다.
  새로운 얼굴들에게 그렇지만 낯설지 않은 얼굴들에게 「인간적입시다」라고 선배가 되었다는 뿌듯함에 가볍게 던져 준 무거운 한마디 짐이 「과연 우리는 적이었던가?」라는 돌아오는 물음이 화살이 되어 온몸을 쿡쿡 쑤셔댄다. 쿡쿡 쑤셔댄다는 말에 예수의 처세술을 한번 떠올려 본다. 『왼 뺨을 맞으면 오른 뺨을 갖다 대라』예수가 이 말을 전한 대상에 대해서 바로 아는 사람이라면 『어떠한 역경있더라도 끝까지 사랑해 볼랍니다』와 같은 그릇된 해석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 말의 대상은 억압당하고 있는 민중들이었다. 힘있는자들에 프레스기와도 같은 엄청난 억누름이 힘없는 자들에게 다가올 때 약자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강한 자들의 연민과 동정이 따라오는 것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며 억울함을 반항으로 승화시켜 복수의 길을 닦는 것이다.대부분의 종교가들이나 성직자들의 틀에 매인 해석-『몸을 던져서라도 사랑하자』는 잘못된 해석-은 이제 나를 구역질의 일보직전까지 몰고 가고 있다. 구역질로부터의 해방을 위해 끊기어 진 얘기를 이어 계속하겠다. 사람에 의해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왠지 낮게만 보여지는 올이 사람을 하여금 온 몸을 움츠러들게 만드는 참으로 변한 것은 나와 너의 욕의 무한한 바다때문이며, 그것은 또한 인간의 떼내고 싶어도 뗄수 없는 생리(生理)인 것이다. 수도 없이 쌓여만 가는 시장의, 백화점의, 지하상가의 옷이며 신발이며 음식들의 산더미들은 사람의 욕을 채워주기 위한 땀이 맺은 열매인가, 인간의 욕이 낳은 욕의 열매인가를 생각해보며 사람의 의식이 깨어짐에 연단을 거쳐 사람의 욕이 사람을 위한 방향으로 완전히 변화되어 모든 사람들이 예수인, 부처인 까마득한 때를 그려본다.
  언제였던가! 비오는 아침이었다. 버스에 신문 구러미를 들고 오르는 조그만 소년이 버스를 비집고 들어왔다. 그때 버스의 분위기는 따듯한 집안냄새를 풍겨댔다. 그러나 그 기분도 잠시뿐 실망의 울분이 치밀어 올랐다. 신문을 들리며 사람들의 주머니를 바라보는 그 소년의 눈길이 민망하게 고개 저어대는 아저씨며, 아주머니며 소년의 빈주머니는 관심이 비어있는 주머니로 바뀜을 보고 우리 어머니, 아버지가 과연 이 수준인가, 이순을 벗어날 그때는 과연 언제쯤인 가하고 되뇌이며 모든 사람이 서로 어깨 걸고 나아가는 참세상, 마주보며 부대기는 그 날을 그려본다.

  이존신(불문ㆍ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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