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농민대회> 스케치-

  시골에서 서울로

  지난 26일 1시 장충단공원에서는 3백50여대의 관광버스가 속속 도착하고 있다.
  군(郡)깃발을 앞세우고 머리에는 붉은띠를 질끈 동여맨 농민들이 지역별로 들어서자 대회장은 금새 활기가 넘쳤다.
  전국 85개 농민회에서 농민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모인 2만여명의 농민과 학생ㆍ시민들로 가뜩이나 좁은 장충단공원은 발디딜 틈도없이 붐볐다. 예울림의 힘찬 노래와 풍물소리로 시작된 대회는 갖가지 빛깔의 깃발이 펄럭이는 가운데 <미국쌀 수입저지, 우리쌀 전량수매>의지의 충천한 열기에 초겨울의 찬바람도 꼬리를 감추었다.

  세금, 빚도 쌀로

  전국농민회 총연합 권종대의장은 대회사에서 <현정권이 수매가를 인하하고 수매량을 축소하는 것은 결국 쌀마저 수입하겠다는 음모>라며 <절대농지에서 생산된 쌀조차 전량 수매하지 않을때는 세금을 거부하고 영농부채도 쌀로 갚자>고 제안해 참석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참석한 내빈과 각 단체장을 소개하던중 전남연맹 장광운 도위원장이 <집없이는 살아도 미국놈 옆에 두고 못사는 농민여러분, 부인없이는 살아도 노태우 있이는 못사는 농민 여러분,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하자 한바탕 웃음 바다가 되기도.
  또한 각 단체장들의 격려사와 연대사에서 전농과 함께 전교조, 전민련 등의 연합체인 <전국연합>에 대한 기대도 볼 수 있었다.

  이제는 아스팔트 농사

  3시경 부터는 장충단 공원을 출발해, 대학로까지 시가행진을 시작. 곳곳에 모여선 시민들은 농민들의 구호를 따라하거나 박수를 치는등의 지지를 보냈고 농민들은 힘찬 함성소리로 답하기도.
  또한 당진에서 온 미국인 신부가 <수입개방 강요하는 미국놈들 몰아내자>고 외치자 옆에 선 아저씨는 신부님의 소목을 잡으며 <신부님은 가시면 안돼요>라고 말하기도.
  충무로에서 대학로까지 1m간격으로 늘어선 경찰을 보며 한 농민은 <저렇게 경찰이 많은 나라에서 허구헌 날 범죄여?>라며 혀를 차기도.
  당국의 허가로 열린 대회는 1만5천여명의 보호(?)아래 큰 충돌없이 평화적으로 끝났다.

  주특기 날치기

  하지만 지난 10월25일 농민 총파업이 있던 날, 정부 종합청사에서 노태우정권의 쌀수매 방침이 결정되었던 것처럼 농민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국회에서는 추곡수매 동의안이 날치기 통과돼.
  전국을 울리던 <우리쌀 지키기>의 함성과 서울 거리를 가득 메웠던 2만여 농민의 애타는 절규와 그에 동조하는 시민의 저지를 국회에서 날치기로 통과된 법이 어떻게 막겠는가.

  <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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