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없는 캠퍼스 금주령 음주문화 개선이 먼저

  흔히 대학교의 축제라고 하면 주점이 열리고 학생들이 술을 마시며 즐기는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우리학교에서도 매년 축제마다 남부운동장을 비롯한 캠퍼스 곳곳에서 많은 학우들이 주점문화를 즐긴다. 술 하면 또 ‘막걸리 동산’을 빼 놓을 수 없는 노릇. 막걸리 동산에서도 해마다 벚꽃이 필 때쯤 막걸리를 한 잔씩 걸치면서 캠퍼스의 낭만을 누리는 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풍경을 내년 4월부터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게 됐다. 캠퍼스 내의 음주가 전면 금지되기 때문이다.
  지난 9월 10일 보건복지부는 초·중·고교뿐만 아니라 대학교 캠퍼스 내에서까지 주류 판매 및 음주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하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매해 지나친 음주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취지에서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대학캠퍼스 내에서 주류를 판매할 경우 500만원 이하, 동아리 방, 잔디밭, 기숙사 등 캠퍼스 내에서 음주를 하다 적발될 경우 1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만약 개정안이 예정대로 국회를 통과한다면 내년 4월부터는 캠퍼스 내에서 전면 금주가 시행된다.
  이와 같은 개정안이 발표되자 한국외국어대학교 등 일부 대학에서는 법안이 시행되기 전부터 교내 주점 설치를 불허하고 이를 어길 시 장학금을 삭감하는 등 강수를 두고 있다. 이에 대학가에서는 개정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법안의 실효성은 물음표
  개정안의 실효성 문제는 대표적인 논란거리 중 하나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가 근처에는 수많은 술집이 밀집해 있어 기본적으로 대학생이 술을 접하기 매우 쉬운 환경이 조성돼 있다. 우리학교 인근만 하더라도 궁동의 로데오 거리를 따라 수많은 술집들이 밀집해 있으며 저녁만 되면 만취해 있는 학생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따라서 보건복지부에서 내놓은 대안이 대학가에서 음주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김소형(경영학과·1) 양은 “음주는 대학생들의 일종의 문화다. 교내에서만 음주를 금지한다고 해서 음주가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 의식 개선이 더 중요한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실제로 대학생 음주사고는 OT, MT 등의 행사가 이뤄지는 외부 숙박업소나 술집 등에서 발발하고 있다. 작년 4월 대구 모 대학 신입생 김모 군이 과도한 음주로 사망하는 사고만 하더라도 MT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보건복지부 역시 대학생 음주사고가 발생하는 기간이 신입생 환영회, OT, MT 등의 행사가 모여 있는 3~5월 사이에 몰려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개정안 실행 시 제대로 된 단속이 이루어질지도 의문이다. 학교와 정부가 그 수많은 대학생들을 일일이 감독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유명무실한 법률이 될 확률이 높지 않겠느냐는 것이 일각의 의견이다. 이지수(생물환경화학과·1) 양은 “법안의 실효성이 없는 것 같다. 그 많은 대학생들을 무슨 인력으로 일일이 단속하겠는가. 비용문제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성 훼손 논란
  캠퍼스 금주령이 대학과 학생들의 자치·자율권을 훼손시키는 일이라는 지적도 있다. 개정안이 입법예고되기 전부터 고려대, 이화여대, 협성대 등의 많은 대학들에서는 이미 절주 동아리 등을 통해 잘못된 음주문화를 고쳐나가려는 캠페인을 지속해오고 있었다. 또 과거와 비교해봤을 때 대학생들의 음주문화가 개선됐다는 평가가 많다. 이처럼 학생들 스스로 현재의 음주문화를 정화시켜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보건복지부의 이같은 규제는 문제를 해결해나가려는 학생들의 노력을 모두 무시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미리(영어영문학과·1) 양은 “보건복지부의 캠퍼스 금주령은 대학생들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일 같다. 음주문화 개선을 위해서는 규제보다는 학생들의 자발적인 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술이 아니라 술을 강요하는 문화
  보건복지부의 개정안이 문제의 핵심을 비켜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승보(화학과·3) 군은 “문제는 단순히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술을 강권하여 과도하게 마시게 하는 잘못된 음주문화다. 이런 점을 고치지 않고 단순히 잔디밭에서 가볍게 마시던 것까지 규제하는 것은 정부의 과잉규제이며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의견을 밝혔다.
  사실 그 동안 대학생 음주사고는 사발식이나 폭탄주 마시기 등 술을 강권하여 주량 이상으로 마신 것이 원인이었다. 그렇기에 음주사고는 대학가 내에서만 발생하는 문제일 수 없다. 술을 강권하는 잘못된 음주문화는 사회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상민(언론정보학과·1) 군은 “과도한 음주로 인해 생기는 문제는 사회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대학생들만 규제해서 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무조건적인 법적 제재를 하는 것보다 바람직한 음주 문화 확립을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해마다 연간 2~3명의 대학생들이 음주사고로 사망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학생들도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무분별한 정부규제는 음주사고의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는 미봉책으로 학생과 대학의 자율을 침해할 뿐이다. 또한 잘못된 음주문화를 바꾸는 것은 강압적인 규제로 단기간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캠페인 등의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장기적으로 해 나가야 할 일이다. 다행히도 건전한 음주문화 개선을 위한 대학의 자율적인 노력은 절주 동아리 등을 통해 계속되고 있으며, 대한보건협회 역시 이같은 노력을 인정하여 전국 15개 대학의 절주동아리를 상대로 심사를 거쳐 표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삼성을 시작으로 하여 기업들도 음주문화를 개선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등 우리사회의 잘못된 음주문화 개선을 위한 노력들이 캠퍼스 안팎으로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이같은 움직임에 동참하여 강압적인 규제에서 방향을 선회하여야 한다.
 

송송이 기자
song0130@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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