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은 자율규제

  일부 웹툰에 청소년 유해매체물 판정을 내려 논란을 빚었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웹툰의 19세 판정을 민간의 자율규제에 맡긴다고 표명했다. 그러자 그동안 지속돼 왔던 문화콘텐츠에 대한 정부규제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들이 줄을 이으면서 문화콘텐츠 자율규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아직 생소한 자율규제는 문화콘텐츠 강대국인 미국과 유럽, 애니메이션 산업의 메카인 일본을 포함한 다양한 국가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다. 그 중 전 세계 문화콘텐츠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은 일찍부터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민간의 자율규제에 맡기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할리우드로 대표되는 미 영화업계는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장면의 방영을 둘러싸고 초기부터 당국과 마찰을 벌여오다가 결국 자율규제를 택했다. 이것이 현재 실시되고 있는 ‘film rating system’으로, 미국에서 개봉되는 극장용 영화는 모두 영화등급위원회와 전국극장소유주협회, 그리고 독립영화배급사들에 의해 청소년 유해 매체물 여부를 판정받도록 되어 있다. 영화 산업계에서 자체적인 규제로 정부의 사전검열을 대신하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의 성지인 일본도 자율규제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비록 외설적인 장면과 폭력성으로 일부 사회적인 비판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일본의 만화업계는 최소한의 규제로 최대한의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자율규제가 이루어졌던 것은 아니다. 1990년 청소년보호육성조례법 제정 이후 유해도서로 지정된 만화를 처벌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발판이 마련되자 업계의 자율규제가 발 빠르게 진행되었다. 만화책을 출판하는 출판사들은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판단되는 만화 스스로 ‘성인만화’ 표시를 하는 자구책을 마련했으며, 동인지인쇄업조합이 2007년 7월, 동인지의 성적 표현에 대한 제한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자율규제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도 게임 자율규제에 동참하기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4월 중국의 36개 게임회사가 ‘온라인게임 미성년자 친권자 감독공정’ 자율규제 시범사업에 동참했다. ‘온라인게임 미성년자 친권자 감독공정’은 청소년층의 게임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친권자가 청소년의 게임이용현황을 확인하고 이용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관리서비스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청소년 게임중독이 해결과제였던 중국은 2006년 3시간 이상 게임을 하면 경험치 획득이 줄어들고 5시간 후에는 아예 경험치를 얻을 수 없도록 하는 ‘피로도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러나 정부의 규제만으로는 게임중독을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실제로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자 정부, 기업, 가정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자율규제로 방향을 선회했다. 
  우리나라도 뒤늦게 자율규제에 동참했다. 지난 4월 한국만화가협회는 방심위와 ‘웹툰 자율규제 업무협약’을 맺었다. 방심위는 이후 웹툰과 관련하여 제기된 민원에 대해 검토한 후, 자율규제가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사안을 한국만화가협회에 전달할 예정이며, 이에 대해 한국만화가협회가 자율적으로 청소년접근 제한 등 적절한 조치를 할 계획이다. 한국만화가협회는 이번 협약에 대해 “아직까지 구체적인 사안은 논의 중에 있다”면서도 “창작물을 규제하는 나라는 선진국일수록 많지 않다. 정부가 모든 콘텐츠에 대해 일방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는 웹툰 뿐만 아니라  모든 콘텐츠를 자율적으로 규제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향후 우리나라 콘텐츠 규제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자율규제 역시 만능은 아니다. 정부가 직접 규제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규제로 인한 시장의 위축은 어쩔 수 없다. 미국에서도 만화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어 1954년 미국만화잡지조합이 만화표현규제윤리강령과 함께 심의기관인 만화심의기구(Comics Code Authority)를 만들면서 자율규제에 나섰지만 결국 미국만화시장이 정체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문화콘텐츠의 적절한 규제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디까지가 표현의 자유이고 소비자가 문화콘텐츠를 이용할 권리인지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송송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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