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소식을 들은 날은 서울예전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가루에 참가하는 날이었다. 명동거리에서 을지로로, 을지로에서 종로로, 떠내려가는 듯 달려가며 나는 정말 오랫만에 최루탄에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목청껏 구호를 외치면서도 나는 내 자신이 점점 고요해지고 스스로에 침잠하는 것을 느꼈다. 열띈 구호 속에서 내가 생각했던 것은 조금은 길고 고통스러웠던 시행착오, 뒤늦게 되찾은 문학의 꿈. 같이 용모했던 선배들에 대한 미안함. 남에대한 감사는 뒷전이었다는 걸 고백해야겠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제는 내가 무슨짓을 해도 문학의 집요한 촉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이젠 수월도 하순. 봄은 겨우내 접어 두었던 화려한 동면의 꿈들을 아낌없이 떨쳐 보이고 있다.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시간의 전진속에서 이제 여름은 봄이 그랬듯 기적처럼 다가올 것이다.
  수목들은 점점 푸르러만 갈것이다. 나도 이젠 노래하게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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