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성결여와 조사결과의 지나친 절대화

  80년대 후반이후 사회 각 분야에서 여론조사의 활용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선거와 관련된 정치적 쟁점이나 후보 지지도에 대한 여론조사의 경우는 각 언론사가 앞장서 실시하고 있는데, 지난 1988년 대통령 선거기간 동안에 언론사가 중심이된 여론조사가 30여회에 달하였다. 이러한 여론조사의 증가는 그 조사의 동기나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우리 사회에서도 그만큼 여론이 중시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여론이 중시되지 않는다면야 여론조사를 굳이 실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여론조사는 더욱 증가될 전망이고, 다가올 대통령 선거기간동안에는 과거의 그 어느때 보다도 많은 여론조사 결과들이 언론기관을 중심으로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의 유용성

  여론조사는 정확하게 이루어지고 적절하게 사용된다면 일반국민들의 뜻을 파악하여 정책에 반영하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긍정적인 측면이 높다고 하겠다. 국민의 의사가 여론조사를 통해 정치과정에 보다 직접적으로 그리고 즉각적으로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상호접촉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각국민들에게 다른 사람들이 어떤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를 알려준다는 측면에서 보면 특히 언론기관이 중심이 되어서 실시하는 여론조사의 경우 여론 형성과정에의 기여도 역시 적지않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국에서 그간에 실시된 여론조사는 이러한 여론조사의 긍정적인 기능을 수행하기보다는 오히려 여론을 오도하거나 심지어 조작하는데 활용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있다. 첫째로 다른 많은 학자들에 의해 지적되고 있듯이 여론조사가 결과의 정확성을 기할 수 있을 정도로 엄밀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둘째로는 단순한 국민의 느낌이나 반응을 조사하여 이를 여론으로 둔갑시키는 경향이 많았기 때문이다.
  첫째로 여론조사의 방법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여론조사들이 그 결과의 발표시에 조사 결과의 정확성을 검토할 만한 정보를 충분히 제시하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는 무엇보다도 그 정확성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정확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결국 그 방법이 과학적이냐에 따라 평가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실제로 조사, 발표되는 여론조사의 경우 이러한 방법상의 절차가 모호하거나 일부만이 제시되기 때문에 그 정확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여론보도시 최소한의 정보

  미국의 경우 1968년에 현재 우리의 경우와 비슷한 문제 즉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에 대한 대응책으로서 미국 여론조사협회(Standard comittee of the American Association fo Public Opinion Research)에서 여론조사 결과의 언론보도시에 포함해야할 최소한의 정보로(1)조사의 후원자(2)조사의 사용된 설문(3)실제 표집에 적용된 모집단의 정의(4)표본의 크기(5)표집오차(6)일부응답자만을 대상으로 한 결과일 경우에는 그 내용의 명시(7)인터뷰 방법(8)관련 사건과의 관계하에서의 시기등의 8가지를 제시한 다음 이를 준수할 것을 언론사및 조사회사에 대해 강력히 권고하였는데, 우리의 경우도 이를 참고할 만하다.
  먼저 조사 후원자의 경우 조사의 동기나 목적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에 반드시 밝혀져야 할 것이다. 둘째로 조사에 사용된 설문을 제시해야 하는 것은 같은 질문내용이라고 하더라도 질문 형태에 따라 응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데 '현 정치인 중에서 누구를 가장 지지하십니까?"라는 질문과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누구에게 투표할 예정입니까?"라는 질문은 비슷한 내용을 묻는 것이지만 그에 대한 응답은 전혀 다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세째로 표집에 사용된 전집을 명확히 제시해야 하는 것은 조사결과를 어디까지 일반화가 가능한가를 밝혀야 하기 때문인데, 한국의 경우 전집규정이 지나치게 일반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예컨데 전화조사결과를 하지고 전국민 여론조사라고 하는데, 이 경우 전화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 그리고 여행중인자, 군입대자, 기숙사 거주자 등을 조사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이 점을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네째로 표본의 크기인데 이는 대체로 명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 표본의 크기에는 반드시 접촉불가자의 수도 같이 명시되어야 할 것이나 이를 명시하는 경우는 드물다.
  다섯째, 표집오차의 제시인데 이것은 조사 결과의 오차한계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이러한 표집오차가 대부분 제시되고는 있지만 잘못 제시된다는데 문제가 있다. 따라서 오차한계와 함께 표집방법까지 명확히 제시되어야 하는데, 표집방법 조차도 모호하게 제시되고 있다.
  여섯째, 표본의 일부분에 의거한 결과일 경우에는 오차한계가 달라지기 때문에 오차한계와 함께 명시되어야 한다. 일곱재로 면접방법의 경우는 대체로 명시되고 있다. 여덟째로 조사시는 대부분 날짜만 명시되고 있는데, 관련된 사건과 같이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론조사의 지나친 절대화

  이상과 같은 정보는 여론조사 결과의 신뢰성을 평가할 최소한의 정보지만 이것마저도 제대로 제시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조사의 정확도를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미 많은 학자들이 조사결과의 상충, 전문성결여등 정확성을 인정할 수 없는 점들을 지적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몇몇 조사회사들의 표집과정이나 조사절차를 보면 그들이 조사를 너무 쉽게 수행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예컨데 저명한 여론조사회사에서 발간한 보고서의 표집오차 공신이 터무니없이 틀린 경우가 있는 경우도 있다. 그 원인이 어떠하든 정확성이 결여된 여론조사는 결국 여론을 잘못된 곳으로 오도할뿐만 아니라 결국 언론기관이나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현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둘째로 한국에서의 여론조사에서 또 하나의 문제점은 여론조사에서 측정된 것에 대한 지나친 절대화이다. 여론조사는 정확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것이 측정해주는 것이 무엇이냐에 대해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것이 모두 여론이라고 할 수 있는가? 여론이란 공중들의 의견이고 공중이란 어떤 논란이 되는 이슈에 대해 관련되어 있고 또 상호작용을 하는 집단을 일컫는다. 따라서 여론이란 어떤 문제에 대해 관계된 사람들이 상호작용을 하여 나타나게 되는 의견이라고 할 수 있다.

  정확한 여론조사란

  따라서 여론조사의 결과를 우리가 여론이라고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최소한 어떤 이슈에 대해서 국민들이 충분한 정보를 습득하고 또 그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이 어떤 이슈에 대해서 국민들이 충분한 정보를 습득하고 또 그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이 어떤 형태로든 이루어져 있는 상태에서 조사된 것이어야 한다. 예컨데 어떤 정치적 문제에 대해 그것이 이루어진 다음날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면 그 결과를 여론이라 할 수 있겠는가? 어쩌면 면접원에게서 처음으로 그 사실을 듣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여론조사의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과 몇초만에 응답하게 되는데 중대한 정치적 문제에 대해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난데없이 전화나 면접원의 방문을 받고, 단지 몇초동안 생각해서 대답한 것들을 모은 것을 여론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것은 그 개인의 반응 내지는 느낌 이상의 것이 아니다. 이러한 느낌이나 반응은 그러나 그 문제에 대해 그 사람이 관심이 있는 경우 자신의 과거 경험, 지식, 친구들과의 토론, 언론보도에의 접촉 등을 통해 서서히 명확한 의견으로 변해가는데, 이처럼 어느 정도 뚜렷한 모습으로 형성된 것을 측정했을 때, 그 결과를 여론이라고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즉 어떤 문제에 대해 조사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생각하고 논의할 정도로 관심이 있고, 또 충분히 주변정보에 접하고 생각할 여유가 있는 경우에 조사된 것을 여론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각종 조사에서 여론이 아닌 느낌이나 인지도를 측정하는 경우가 많다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여론인 것으로 간주하여 절대적인 것으로 즉 절대적인 국민의 일반의지로 간주하는 경향이 높다는데 있는 것이다.
  어떤 문제나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느낌이나 반응도 물론 파악할 필요가 있지만 그것을 국민들이 충분한 논의끝에 내린 의견으로 간주할 수는 없는 것이다. 실제로 그와같은 순간적인 반응을 여론으로 간주하여 이에 기초하여 국가의 정책을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여론조사의 긍정성

  이상에서 간단히 한국에서의 여론조사의 문제점을 간단히 살펴보았다. 여론조사는 국민적 관심사와 그에 대한 의견등을 밝혀내어 정치과정에 반영시킴으로써 대의 민주제를 보완하기도 하고, 또 여론 형성과정을 촉진시킬 수도 있다. 다만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여론조사는 그 정확성을 신뢰하기에 어려움이 많고, 조사결과에 무차별적으로 여론이라는 이름을 붙여 절대시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그렇다고 해서 여론조사 자체를 무조건 부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사람에 따라서는 예컨데 여론조사는 다수의 의견을 더욱 다수의견으로 하기 때문에 여론조작에 활용되고 따라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예컨데 A후보가 당선가능성이 높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고 가정하자. 이러한 주장자에 의하면 B후보 지지하려면 사람이 다른 사람들이 A후보를 지지하고 있으니까 자신의 지지후보를 A로 변경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론조사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나라 선거법에 여론조사 결과의 발표가 금지되었는데도 모른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예컨데 내가 싫어하는 후보가 단순히 당선가능성이 높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투표할 것인가?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어차피 될 사람 밀어주자는 생각에서 실제로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지지후보를 변경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도 그사람의 선택기준인 것이다. 개인의 의견형성에서 타인의 의견을 참고로 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투표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여론조사는 나쁘다는 논리에 의한다면 결국 어떤 개인의 태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모든 정보를 차단해야 된다는 것이 된다.


  조성겸(신방ㆍ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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