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로 본 남북한 문화 비교

  남북한 문화의 현주소는 어디에 있을까. 이 문제는 비단 통일과정에서도 중요할 뿐더러 통일 이후에도 남북의 온전한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 더없이 중요한 점검사항이다. 물론 남한은 자본주의 체제이며 북한은 주체사상에 입각한 사회주의 체제이기에 문화 역시 각자의 사회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한다면 정리는 간단하다. 그러나 좀더 세밀하게 들여본다면 상호간에 현실조건이 사뭇 다름을 알 수 있다. 이글은 각각의 처지를 살펴보며너 특히 일상생활문화를 중심으로 비교해 보기로 한다.마침 지난해에 국토통일원에서 수십년간 수집조사해온 자료를 바탕으로 남북한비교연구를 위한 자료집 '남북한 사회ㆍ문화지표'(이하 지표집으로 표기)을 출간하였으므로 이를 하나의 검토 대상으로 삼는다. 특히 비교의 목적이 그 어떤 사회의 일방적 우월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되어서는 결코 반통일적이라는 입장이 전제로 되어야 한다.

  삶의 질, 그 허와 실

  남북한의 일상생활을 비교하자면 남의 '민중'이나 북의 보편적 '근로대중'의 삶의 질을 면밀하게 따져야 할 것이다.여기서 가장 큰 곤란을 무엇보다 제시된 통계가 과연 어떤 진실성을 가지는가 하는 측면이다. 가령 GNP를 계산하는데서 양적인 크기만으로는 사태의 진실이 보이지 않는다. 지표집에 따르면, 국민총생산을 경상가격으로 따져 1990년 기준 남과 북이 각각 2,379억 달러와 231억 달러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1인당 GNP는 각각 5,569달러와 1,064달러와 기록되어 있다. 이 추계에 따르면 1인당 개인소득은 남이 북에 비하여 5배 가까운 액수를 기록한다. 따라서 북한보다 월등히 높은 소득을 벌어들이고 있다. 그러나 국민총생산을 평가하는 기준은 남과 북이 현격하게 다르므로 그 평가에 상당한 조심성이 따른다. 왜냐하면 북에서는 GNP라는 개념이 없고 그 대신 '사회총생산물'이라는 개념을 사용할 뿐이다. 같은 경우로, 북한의 근로자가 매월 받는 봉급과 사회복지 수준이라거나 봉급 이외에 부과되는 경제외적 강제라거나 단위 화폐로 구입할 수 있는 물건의 질 등을 모두 함께 고려해야 한다.
  직종별 임금에서도 남한의 노동자는 이북의 노동자들 보다 20배의 구매력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사실은 그 액수가 얼마마한 구매력을 보장해 주는가 하는 점이고 민중들이 느끼는 빈곤의 정도이다. 그러한 면에서는 아직도 남북한 문화를 정당하게 비교할 수 있는 어떤 확실한 준거들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정당할 것이다. 남한이 북한 보다도 매우 정당하게 들릴지 몰라도 좀 더 살펴보면 다른 점도 나타난다. 따라서 삶의 질을 평가하는데 허와 실을 다같이 살펴보는 지혜가 요구된다.

  '우리식으로 살자'는 사회와의 비교기준

  북한사회에서의 삶의 질을 문화 측면에서 점검할 때 '우리식으로 살자'는 구호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반면에 남한사회에서는 '세계로 뻗어 나가는' 진취력이 자주 강조된다. 실제로 남북사회의 여러 문화결정요인 중에서 국내적인 요소가 갖는 비율상 북한이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따라서 북한사회의 근로대중은 '사회주의적 민족문화'라는 슬로건에 알맞게 모든 일상생활도 '우리식'으로 귀착된다. 동구와 소련의 일련의 급격한 변화 이후에도 북한이 나름의 체제를 유지하고 새로운 변화물결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같은 논리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가령, 경공업문제에 남한의 다양한 제품에 비하면 북한의 품질이 뒤떨어질 뿐더러 가전제품등 기술집약산업의 경우에는 상당한 격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들이 북한사회 자체의 일상생활을 망가뜨릴 정도로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기술과 노동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때문에 그만큼 자긍심도 강한 탓이다.
  여가생활에 포함되는 식당, 쇼핑, 이발이나 미용, 목욕, 옷차림, 휴가, 여행, 공원 다양한 취미 오락생활 등등에 있어서 각각의 처지를 살펴보면 사태는 분명해진다. 남한사회의 여가 여건이 분명해진다. 남한사회의 여가 여건이 보다 전면적일 뿐더러 질에 있어서도 높은 것으로 판단되지만 극도의 장시간 중노동 속에서 노동의 질곡을 헤어나지 못하는 노동계층이 존재하고, 피폐해져가는 농촌을 노인들만이 지키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사태를 일면적으로만 볼수도 없다. 즉 삶의 질을 평가하는데서 양과 질의 수준문제와 더불어 기회균등문제를 같이 살펴보아야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진다. 북한의 여성들이 현재 입고다니는 옷의 수준이 우리가 보기에 60년대 식의 '촌티'나는 패션이라고 느껴졌을때, 그들은 우리의 옷차림을 '세련됐다'고만 보지 않고 서구문화에 일방적으로 물들은 옷이라고 볼 수도 있는 점도 고려할 일이다.

  '조직된 사회'와의 비교기준

  자본주의 사회인 남한사회에서는 '분방한'자유만을 누릴 수 있다. 이에 반하여 북한사회에서는 모든 일이 이루어지는 배경을 '조직한다'는 표현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토론이 조직되고, 영화관람회가 조직되고, 독서회가 조직되고, 놀이가되고, 공동회식이 조직되는 식으로 '조직'이란 표현이 두루 쓰인다. 이렇게 놓고보면 남한사회는 '통제된 사회'라는 그간의 주장이 설득력을 지닌다.
  그러나 남한사회에서 누릴 수 있는 자유의 폭도 대단히 선택적인 것이다. 가령 쇼핑문화를 즐긴다거나 레져생활을 누리는데는 일정한 돈이 요구된다. 일반 노동자가 취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은 극히 제한적이다. 반면에 땅을 투기한다거나 여타 자금으로 잉여를 다량 향유할 수 있는 상류층은 여가 생활의 질과 양이 그만큼 확대 재생산적이다. 북한사회의 경우에는 이같은 불균형논리와는 달리 모든 사회생활이 '균등하게 조직된다'고 표현된다.
  조직된 여가생활은 보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길이 된다.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여가생활 조차 조직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따라서 어느 특정한 사람이 돈이 없어서 일체의 여가를 즐길 수 없다는 일은 생길 수 없으며, 그렇다고 어느 개인이 일방적으로 대단히 많은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논리도 불가능해진다. 이같은 견지에서 보면 남북한사회의 각각 일상 생활상의 처지는 단순하게 산술비교로만 비교가 가능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일상생활의 몇가지

  남북한 노동자의 하루 일과를 상호 비교해보면 매우 구체적으로 된다. 북한인민들은 노동과 휴식, 학습의 삼중주로 생활이 이끌어진다. 일터로 출근하여 하루 일과가 끝나면 바로 총화에 들어간다. 평균적인 북한 노동자들의 일과 종료시간은 오후 5시, 6시경 각 직장별로 그날의 일을 종합하는 총괄모임을 지닌다. 이러한 토론이 생활의 한 부분이 되고 또 계속해서 학습과 교양을 받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동시에 북한의 근로자들은 국가적, 사회적 혜택으로 주택, 식량, 탁아소, 유치원, 무료의무교육, 각종연금, 휴가, 정휴양제, 양로원, 양생원, 무상치료제 등의 혜택을 받고 있다.
  이에 반하면 남한사회의 민중들은 보다 다양한 종류의 삶을 누리고 있다. 본인의 선택에 따라서 능력껏 즐길 수 있으며 일상생활의 여유도 오로지 개인적 선택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앞에서 언급한 사회적 불균등문제만 해결된다면 모든 문제가 없는 듯이도 보인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사회적 불균등이라는 결정적인 문제가 남한의 보편적 일상생활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사태는 매우 심각해진다. 그래서 북한사회는 보다 삶의 질을 높이고 양을 확대하려고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이며, 반면에 남한사회는 부의 불균형문제를 해결하고자하는 목소리가 오래 전부터 높아져 온것이 사실이다.

  몇가지 전망

  남북한 문화를 산술적으로만 평가비교하는 것은 애시당초 무리라는 점은 앞에서 밝혔다. 그러나 몇가지 전망은 가능하다고 본다.
  현재 북한은 나름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사회주의 급격한 해체가 야기한 일련의 사태 이후에 특히나 인민의 경제생활, 특히 경공업생산을 가속화하기 위한 노력을 가시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신테크놀러지를 전수시켜주지 않는 국제적 역학 속에서 과거는 낡은 기계로 인민들이 원하는 보다 편리하고 세련된 물품을 만들어내는데 많은 어려움도 겪고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북한인민의 삶의 질에서 일정한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를 지탱하는 것은 전적으로 "정치 사상적 유기체"로 잘 묶여져온 북한사회 특유의 사회정신일 것이다. 그러면서 경제적인 건설 없이는 어떠한 일도 되지 않는다는 국제경제의 엄연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다.
  현재 남한사회는 급격한 변화의 와중에 놓여진다. 새로운 가치관이 태동하고 있으며 사회적 분화가 가속화되어 사회구성체를 일정하게만 판단짓기 어려운 상태로 돌입하였다. 일방으로는 보다 자유로운 삶의 질을 요구하면서 자유의 확대를 요구하는 정서도 팽배되어 있으며, 남한사회 역시 동구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일정한 패배주의와 보수주의의 물결이 진동하고 있다. 그럼에도 전체 민중들을 구심력있게 묶어나가면서 일상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게하는 어떤 확고한 구심력도 아직 존재하지 않는 사회다.
  이러한 양대 사회가 현재 남북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간헐적으로 끊기기는 하고 있으나 협상이 지속되고, 특히 경제문제에 관한 일정한 진척도 기대된다. 북한경제가 요구하는 동시에 남한경제가 요구하는 타협점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다라서 남북한 상호 비교를 통한 적대감 조성 보다는 상호간의 이해를 통한 통일에의 질, 통일에의 공동모색이 보다 중요한 순간일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만이 남북한 문화비교의 의의도 찾아질 수 있을 것이다.

  주강현<한국역사민족학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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