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을 읽고

  "일상의 두터운 무감각을 깨기 위해 나는 '강민주'라는 한 여성을 등장시켰다. 그녀는 여성에게로 행해지는 일상적인 학대가 자연스럽게 은폐되고 이해되는 남성중심의 이 사회를 공격하는 테러리스트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에 등장시킨 주인공 '강민주'를 두고 작가 양귀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이는 동시에 양귀자씨가 이 작품을 쓰게된 동기가 될 것이라 생각된다.
  작품 구성은 모두 7개의 텍스트인데 모든 텍스트는 강민주의 몸짓, 심리, 그리고 끊임없는 독백으로 이루어져있다.
  "나는 운명을 거부한다. 그러므로 절망의 텍스트는 나의 것이 아니라 당신들의 것이다'라는 절망의 텍스트 전개로 강민주의 세계가 좀더 자세하게 클로즈업 되기 시작한다.
  인간실현을 위한 여성문제 상담소에서 전화상담을 하는 주인공은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는데 여성심리, 특히 고통에 대응하는 여성특유의 폐쇄적인 정신분석자료 수집을 위해 시작한 전화상담이 그녀로 하여금 앞으로의 모든 계획을 하게끔 하는 동기와 정당성을 부여하게 된다.
  이와 함께 그녀의 계획전모가 조금씩 드러나고 사건의 배경으로 어린시절이 등장한다.
  어린시절 그녀는 아버지의 일상적인 폭력으로 인해 고통받는 어머니를 보며 분노의 싹을 틔운다. 어느날 술에 취한 아버지의 무자비한 폭력을 저지 시키기 위해 던진 장독뚜껑은 아버지를 이미 아버지아닌 남자로 칭하면서 남성에 대한 그녀의 첫 반항의 몸짓을 시작한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인간관계는 상하관계를 뜻하는 또래의 남기라는 사내이다. 어머니 당신이 돌아가기전 혼자남을 딸을 위해 만든 울타리며 그의 단순함과 우직함은 그녀에게 맹목적 복종 이상을 보여준다. 그녀는 그렇게 반항의 몸짓으로 부터 새로운 지배체제를 형성하는 것으로 대항의 구체적 모습을 보여주는 비약을 한 것이다. 그리고 다시 거부와 반항을 넘어선 놀라운 역습 즉 동참을 유도하는 작은 시작의 단계에서 백승하라는 인기 영화배우를 납치한다.
  백승하는 서글서글한 웃음과 부드럽고 섬세한 용모로 미혼, 기혼을 막론하고 모든 여성에게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배우로 오랜 열애끝에 결혼한 아내와 사이에 3살짜리 아들이 있다. 그는 그 흔한 스캔들조차 없고 자기 가정을 지극히 아끼는 애처가라는 점에서 인기가 많고 동시에 모순적이지만 주인공의 표적이 된 이유이다. 남자에 대한 환상으로 여자들을 교란시킨 죄. 현실을 극복할 수 없는 흉기로 이용되었다는 죄가 바로 그 이유이다.
  납치한 백승하의 길들이기는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남편들이 통치 기술로 사용하는 '병주고 약주기' 즉 억압과 회유의 반복 기술로 다뤄진다. 그리고 백승하는 곧 그 기술을 통해 그녀에게 길들여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과정속에서 듣게되는 백승하의 어린시절은 그녀와 반대로 자신의 날개를 위해 가족들의 날개를 꺾고 가출한 어머니에 대한 기억과 그럼에도 그리움과 보고픔을 토로하는 백승하의 과거와 현재였다.
  그리고 곧장 넘어가는 황홀한 비극의 텍스트에서 강민주 자신은 '비극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할 수 있는 일은 이 비극이 황홀해지도록 노력하는 길밖에 없다'라고 독백하며 백승하와의 감정변화를 부인하지 않는다.
  '강민주'는 다시 대상을 전체로 확대하면서 백승하의 근황과 납치이유를 밝히는 성차별에 대한 시대의 도전장을 각 신문사에 동봉하고 그 사건은 여성전체와 남성중심사회와의 대결구도를 이어낸다. 이는 신문에 실린 원고내용을 보고 독자들이 보낸 지지율이 70%라는 통계자료를 통해 내린 결론이다.
  그러나 이미 시작된 비극의 텍스트와 함께 이들은 연극을 시작하고 연극연습을 하는 그들사이에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교감의 과정을 가져오게 된다. 하지만 이 화해는 남기와의 갈등을 불러오고 끝내 무대에 오른 연극의 마지막 장면은 남기의 주인공에 대한 총살로 마무리 짓게하면서 강민주의 죽음 곧 소설의 결말로 치다른다.
  소설을 읽으면서 계속되던 긴장은 멈추어 지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알뜰하게 시선을 고정시켰다가,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해 본다. '이런 대담한 여성이 나타날 수 있었다는 점은 사실 우리사회가 여성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진보가 이루어 졌다는 것인가?' 물론 바라보는 시각은 예전에 비해 분명히 너그러워 졌다. 그렇지만 그러한 사실만으로 한계를 명확히 가진 사상이나 이론의 진보를 일상 생활과의 거리와 비적합성의 크기를 줄일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소설 결말 부분을 '강민주'와 '백승하'의 화해로 끝맺는 것을 작가는 두개의 성(性)이 서로 대립하지 않고 조화롭게 각자의 몫을 동등하게 살자는 것이라 했다. 또한 남자에 비해 여자의 폭력이 구별될 수 있는 것은 오성이 그 모든 것 위에 있기 때문이라 덧붙이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아직은 대결구도를 끝낼만큼 이 사회의 여성차별에 대한 성과가 적음을 알고 있을때 너무 이른 화해이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위의 아쉬움에도 이 작품의 긍정적 평가는 많다.
  지금까지의 여성 문학이 한 여성의 개인사를 통해 개인과 전체사회와의 힘들고 거칠은 대결구도의 과정을 그리면서 여성해방의 의미를 축소하는 결함이 있었다면 이 작품은 지금까지의 결함을 극복하고 여성뿐 안라 남성에게 까지 의미를 확대시키기에 충분한 작업이었다 할 수 있다.
  뿐만아니라 프로이드가 정신분석을 통해 남녀차별과 가부장제의 기틀을 다지는데 공헌했다면 작가는 그 프로이드를 역해석하여 '강민주'가 심리학전공을 하게 함으로써 여성중심의 지배권을 찾아오고 은폐된 이데올로기를 재창출 할 수 있도록 하는 치밀한 구성력을 보여주고 있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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