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실과 교육대개혁안

  '콩나무'를 키우는 교실, 싹터오르는 '참교육'열망

  제3회 도내 고교 외국어학력 경시대회 대상 수상
  대상: 2학년 OOO
  동상: 2학년 OOO
  3년전 전교조사건 이후 한동안 조용한 듯했던 교육계에 현직교사 중심으로 교육대개혁과 해직교사 원상복직을 위한 전국교사추진위원회가 결성되고 이를 지지하는 서명도 60만명을 넘어 바야흐로 새로운 바람이 불고있다.
  이러한 시기에 찾아간 천안중앙고등학교에는 학생들에게 경쟁심을 조장할 만한 위 내용의 플래카드가 크게 걸려있었다.

  우정과 사랑이 사라진 학교

  토요일 밤이었는데도 많은 학생들이 남아서 공부하고 있었다.
  "시간이 많이 걸리면 안돼요. 공부해야 되거든요."
  처음으로 만난 3학년 김지영ㆍ성석용군과의 대화는 이렇게 시작됐다.
  "같은 반 친구들을 볼때 7시부터 밤 1시까지는 공부를 해요. 다른 아이들이 하니깐 저도 뒤떨어지지 않으려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구요."
  자신의 처지가 한스럽다고 길게 한숨을 내쉬며 계속 말을 이었다.
  "말이 자율학습이지 강제로 이루어지고 있고, 보충수업도 일반수업과 같아요. 컴퓨터도 배우고 운동도 하고 싶은데 입시위주의 교육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고, 한달에 두번 정도 있는 시험이 끝나는 날은 막상 쉬려고 해도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이 너무 없어요."
  지영이의 얘기를 듣고만있던 석용이도 그것만이 문제가 아니라며 입을 열었다.
  "밤에는 모기에, 여름에는 더위에, 겨울에는 조그만하고 냄새나는 난로 하나만을 놓은채 60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었요. 거기에다 칠판은 너무 노래돼서 잘 써지거나 지워지지도 않고요."
  이런것들은 전체예산 중 국방비의 지출이 너무 많기 때문에 생기는 것 같다며 사뭇 진지하게 열변을 토한다.
  지금까지 이러한 생각들을 털어놓을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나 보다.
  "문법 위주의 영어, 실험없이 이론뿐인 과학, 지식전달기계로 전락되어가는 선생님. 이런 것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전인교육은 아니잖아요. 같은 반 친구들도 대학에 갈 사람과 못 갈 사람으로 나뉘어져 있고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소외된 아이들은 탈선행위와 범죄를 저지르기도 해요."
  요즘 아이들은 이기적이라고들 하는데 친구들의 문제를 이야기하며 안타까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그런건 아니구나 하는 안심이 들었다.
  짧았지만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은 후 작별인사를 하고 텅 빈 운동장으로 나와 아직도 불이 켜져있는 교실들을 바라보니 지영이의 마지막 말이 떠올랐다.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 때문에 주위로부터 소외 받고, 친구들간에 우정이, 제자와 선생님간에도 사랑이 가득한 교실, 그런 학교에서 공부하고 싶어요."

  민족ㆍ민주ㆍ인간화 교육

  다음날 아침, 어제 밤 만났던 아이들의 고민과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를 생각하던 끝에 모순된 이땅의 교육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계신 전교조 선생님들을 만나뵙고 그분들이 생각하시는 개혁방법을 듣기 위해 전교조 충남지부에 찾아갔다.
  휴일이었는데도 자그마한 사무실에는 네명의 해직교사가 계셨고 사방의 벽에는 참교육에 대한 포스터들이 군데군데 붙어 있었다.
  "초중등학교는 학과성적의 우열과 집안의 경제적 형편에 상관없이 같은 기회를 보장해야 합니다. 개인을 존중하며, 국가와 사회에서 요구하는 각자의 역할을 찾아 봉사하고 개인과 사회의 발전을 추구하는데 필요한 기초적인 교양을 습득하는 곳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학생이 자주적으로 자신의 세계를 개척하며 서로 서로가 함께 살아가야할 구성원이라는 공동체 의식을 일깨워주는 하나의 작은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당진 상고에 재직하다 전교조 사건으로 해직되신 이인호 선생님은 이것이 바로 교육대개혁의 방향이며 우리는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힘주어 말했다.
  잠시 말이 끊어진 틈을 타 '배현준 선생님 징계위원회 1차출두'라고 적혀있는 칠판을 바라보고 있는 기자의 궁금증을 눈치라도 채신듯 설명을 해주셨다.
  "배현준 선생님은 교육대개혁과 해직교사 원상복직을 위한 충남지역 교사추진위원회 위원장이신데 국가공무원법 56조(성실의 의무), 57조(복종의 의무), 58조(직장이탈 금지), 63조(품위유지의 의무),66조(집단행위 금지)에 위반되는 행동을 했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때문에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셨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각 지역 전추위 위원장들의 해임과 서명에 참여한 전국 4만여명의 교사들이 징계를 강요당하고 있어요."
  교육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적은 기자 수첩에는 체계적인 내용들이 담겨있었다. 그것은 현존 교육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었고 그것을 토대로한 현실적 대안들이었다.
  아산 인주중학교를 다니시다 해직되신 최승기선생님의 말씀을 간략하게 정리해 본다.
  첫째, 정부의 조기선발 경쟁교육, 엘리트 중심 교육정책으로 소모적인 입시위주 경쟁교육이 강화되어 비인간화 현상이 심화되고,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제외한 대다수의 학생이 교육적으로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충수업, 자율학습, 우열반편성, 유급월반제등의 폐지, 시도(시군)비교학력고사의 폐지, 고교입시부활 및 특수교교확대정책의 폐지, 내신제와 대학입시제도의 개편 등을 이루어 입시위주의 교육을 극복하고 학력간 임금격차 해소, 학벌중심을 사회화의식의 개혁과 실업교육의 정상화를 통해 학교 교육을 정상화 한다.
  둘째, 노동3권. 정치적 활동의 자유보장과 해직교사의 원상복직을 통한 교원의 기본권보장과 교원의 신분보장, 처우개선, 공정한 인사제도 정착, 교원양성 임용체계개선, 교원연수의 민주화를 이룬다.
  세째, 교육의 3주체(교사, 학부모, 학생)가 교육정책과 교육운영의 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학교를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올바른 교육자치제의 실시로 교육주체의 교육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네째, 참교육 실현을 위해서는 교육의 실질적 내용을 채우는 교육과정을 교육부, 교육전문가, 교사단체대표, 지역대표가 참여한 교육과정심의회구성 및 실질적인 심의기구화를 통해 민주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또한 국정교과서제도 폐지, 검인정제와 자유발행제실시를 통해 교과서 제도와 교육내용도 민족, 민주, 인간화 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다섯째, 국방비, 불필요한 정치자금등의 축소를 통한 과감한 교육투자로 교육의 제반환경들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
  여섯째, 청소년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성적중심교육지양, 다수학생을 위한 교육과정개선, 노동존중의 올바른 진로교육강화등에 의한 학교교육의 정상화가 필요하며 학생자율활동의 지원과 청소년문제에 대한 국가적 대처가 필요하다.
  오랜시간에 걸쳐 들은 교육대개혁에 대한 내용들이 현실교육에서 실현되는데에는 많은 어려움들을 동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교육권의 문제들을 현실속에서 극복해내고 새로운 정형들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학교가 있다.

  위대한 평민교육

  충남 홍성군 팔괘리에 자리잡은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학교로 통하는 작은 길가에는 학생들이 직접 가꾸는 비닐하우스와 아름답게 꽃망울을 터트린 접시꽃들이 가득하다. 허름한 2층건물에 좁은 운동장이지만 풀무학원의 교육목표를 나타내고 있는 화단 바위에 새겨진 '위대한 평민'이라는 말은 처음 이학교를 방문하는 사람이라도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겠다는 것을 짐작하게 하기 충분하다. 풀무란 이름은 학교터를 예전에 풀무고이라 불렀던데서 비롯되는데, 풀무질로 녹슨쇠를 달구어 좋은 쇠, 쓸모있는 도구를 만들듯 학생들이 정직하고 유용한 평민-이 학교의 교육목표가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위대한 평민'의 양성이다-이 되기를 바라는 뜻으로 학교이름을 삼았다한다. 명목상 교장인 홍순명선생님을 만나 학교에 관한 글을 좀 쓰고 싶다고 했더니 혼자서는 결정할수 없다고 점잖게 말씀하셨다. "저희학교 취재요? 저희는 크거나 작든간에 모든 문제는 전체교사회의에서 결정하게 되어 있어요." 풀무학원에는 교장이 없다(학력인정 학교로 변하면서 형식상 교장이 있을뿐이다.)
  또한 홍순명선생님의 말씀에서도 드러났듯이 초창기부터 '교무회의의 의결기구화가'가 실현되어 왔다. 다른 학교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커다른 충격으로 다가왔다. 학생들에 대한 학술지도는 암기하는 방법이 아닌 모임별로 토론하고 실험하며 협동주의를 우선으로 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생활지도는 선생님들의 모범, 학우회(학생회)를 통한 학생상호간의 비판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다른 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몽둥이 찜질을 이 학교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한번은 흡연을 한 학생이 있었는데 전체 학우들의 하루 단식과 선생님들의 10일단식으로 바로 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학생들의 자치활동도 무척 활발했다.
  "학교신문, 교지도 우리들 손으로 만들고 풍물패, 노래패등 여러가지의 동아리 활동도 해요. 그것을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요" 1학년인 주정자양은 풀무학원이 자랑스럽다며 살며시 웃음을 지었다.
  교사1명당 학생 6명이라는 특성도 타 학교에서는 불가능한 학생개개인과의 대화를 통한 창조적 교육을 가능하게 한다. 풀무학원 고등부 13회 졸업생인 주형노씨는 "나는 세상의 낙오자이구나! 하는 생각을 가졌었는데 풀무가 나에게 평민의 위대함을 느끼게 해 주었고 그전에는 내 스스로 천시했던 농사일을 지금은 자랑스럽게 하고 있다"며 풀무에 대한 추억들을 이야기했다. 선생님, 학생, 졸업생, 학부모 만났던 모든 사람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는 풀무학원은 학생들의 자주성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교육의 3주체가 올바로서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교육이 사회현실과 무관할 수 없기에 '풀무'자체도 완성된 교육을 이루어내지는 못하고 있고 현 입시제도와 사회불평등적 구족속에서 흔들리는 점도 없지 않다. 풀무와 우리교육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는 태산같이 쌓여 있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숙제들을 떠올리며 김경욱 선생님의 시로 마지막을 대신한다.

  교탁의 노란 꽃은 시들어 가는데

  비는 오는데
  교탁의 노란 꽃은
  시들어 가는데
  세상 사람들은
  우왕좌왕하는데
  세상 정치는
  우익좌익하는데
  아이들은 아직 모르는데
  파도가 치는구나
  파도처럼
  일어나야 하는구나
  아이들이 올바른 일.
  급한 일을
  스스로 해야할 텐데
  아닌데, 아이들은
  스스로 할 수 없을텐데.
  아직 아이들은 나와 멀고,
  나는 아직 아이들과
  거리가 있는데 어머니의 사랑과 죽음.
  삶과 삶이
  비처럼 내리는구나.
  어머니의 순수함이 나의 순수함을 부르는구나.
  아이들의 마음 속으로 파고 들어라
  비야.
  꽃아
  마으들아.
  진실아,
  그만 교탁의 노란 꽃이 시들어 가는데 진실과 허위 사이에서
  마음아 눈을 떠라
  교사는 학생에게
  무얼 주어야 하는지
  학생은 교사에게
  무얼 주어야 하는지
  비야,
  꽃아,
  양심들아,
  알려주라, 알게하라,
  알게 되리라.
  이것 저것 할 일 많은
  내가 안타깝구나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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