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부문 당선

솟대

 

이연서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1)

 

마을 입구 외촌 할매네 가게엔
개미떼처럼 시꺼먼 소문들이 드글거렸다
죽은 새의 배를 갈라
외촌 할매가 새점을 쳐준다 했다
신작로를 따라 온
유행가 같은 사람들은
외촌 할매네 가게를 자꾸만 에돌았다
사내아이들은 찝찔한 연애담을
질겅이고 돌아와
이 집 저 집으로 퍼트리곤 했다
할매네 큰아들이 우두커니
바람 한 줄기 왠종일 부른다 했다
큰아들 하모니카가 부는 바람의 악장이
마을 입구에 솟대처럼 서서
가끔씩 풀썩풀썩 쓰러진다고도 했다
고추밭을 가로질러 마을 경계를 넘나들던 사내들은
살찐 꿈들을 키워 잡아먹곤 했는데
며칠이 지나도 노린내들은 날개를 접고 앉아
자꾸만 먼 곳을 보는 사내들을 감시했다
천하대장군 입에서 욕설처럼 빗물이 줄줄 새던 날
비바람처럼 흘러다니는 노래가 손 끄는 대로
신작로를 따라갔다는 할매네 큰아들,
이정표 없이 흘러다니던 음악들은
사내들을 어디론가 인도해주지 않았다
바람의 꼬리를 물고
모르는 음악들이 우리들의 입으로 옮아왔다
마을 입구에 직립으로 서서
솟대는 비스듬히 자라나는 우리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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