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심사평

  모두가 익히 알고 있다시피, 수필은 마음 가는대로 쓰는 문학 장르이다. 개인적인 경험과 견해를 마음 가는대로 쓰는 것이라는 특징은 종종 수필이 시나 소설에 비해 상대적으로 쉬운 문학 장르라는 편견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마음이 가지 않는 경우이다. 마음이 가지 않는다는 것은 곧 생각이 없다는 것이고, 생각이 없다는 것은 쓸 거리가 없음을 뜻한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의 마음이 움직여야 한다. 글을 쓰기 전에 생각하고, 다시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마음이 가는 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충대문학상> 수필 부문에 응모된 다양한 소재와 주제의 작품들을 읽어가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그 가운데 글쓴이의 마음을 확인하기 어려운 문장들이 난무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아쉬웠다. “글은 곧 그 사람이다”라는 표현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글쓴이의 경험과 견해가 분명하지 않은 문장에서 그 사람의 마음을 읽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마음의 길이 열리기도 전에 성급하게 쓰기 시작한 글은 생각이 나아 갈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미처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이 뒤엉킨 응모작 중에서 혼란한 도심 한 복판에 마련된 쉼터처럼,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즐거운 경험이었다. 죽음을 준비하는 할머니와의 마지막 여행을 정갈하게 풀어낸 「종이비행기」,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과 이별의 정서를 진솔하게 표현한 「사랑하라. 그리고 사랑하라」가 그랬다. 하지만 이 두 편의 글은 의미가 명료하지 않은 문장들이 글쓴이의 마음을 가리는 문제가 있어 아쉽게도 당선작에 들지 못했다. 반면에 「침묵이 가득한 세상에서>는 소통을 강조하지만 진정한 소통의 의미를 잃어버린 디지털 시대의 씁쓸한 풍경을 의미가 명료한 문장으로 성찰해 나간 점이 돋보였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문제의식을 비판적이되, 감각적으로 묘사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 이 작품을 통해 지금 우리 시대 진정한 소통의 의미를 되새김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국어국문학과 교수 윤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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