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잔재청산''통일'주제로 한 마당극

  지난달 29일, 30일 오후 7시30분 우송예술회관에서는 놀이패 우금치의 '땅풀이'공연이 있었다.
  대전지역 마당극 전문 놀이패 우금치는 이미 '호미풀이'등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바 있고 93년에는 '아줌마 만세'라는 작품으로 민족예술상을 수상했으며 동학농민전쟁 100주년이었던 작년에는 '우리동네 갑오년'이라는 작품으로 또한번 그들이 건재함을 확인시켜주었다.
  '어루 액이야 어허루 액이야 어허 세상이 액이로구나. 해동에 대한민국 금수강산 삼천리. 하늘도 하나 땅도 하나 바람도 강산도 하나인데 남북을 둘로 쪼개고 땅엔 분단이 워쩐 일이냐'
  이날 공연은 판안에 있는 만액을 몰아내고, 앞으로 펼쳐질 공연이 잘 진행되어지도록 오방지신께 고하는 '풍물판굿'을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이미 무대위에 빙 둘러앉은 100여명의 관객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마당극의 묘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다섯명의 광대가 무대 밖에서부터 관객들과 인사를 나누고 축원덕담을 하여 자연스럽게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이끌어내며 무대에 올랐다.
  자신을 스스로 '천하제일 광대'라 칭하는 그들은 그간 해왔던 공연을 무대 위에서 짤막하게 선보였다. 그들이 '농민극'을 지향하는 단체인만큼 그간의 공연은 농촌의 현실을 극화한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미 등장한 4명의 악패들은 무대 오른쪽에 자리잡았고, 무대는 어느덧 시장판으로 바뀐다. '서동식'이라는 칠십이 넘은 노인은 시장판의 한구석에서 구두수선을 하며 지내는데 어느날 그는 과거 친일행위를 했던 이만복의 아들이 죽은 이만복을 독립유공자라 하며 동상을 세운다는 소식을 듣고 흥분하는 것으로 극은 시작된다.
  '현재의 모습'에 자연스레 일제시대부터 광복후의 모습이 끼어든 이 작품은 극의 구성면에서나 공연의 진행면에서 치밀함을 보였다.
  특히나 땅풀이의 첫째마당인 '시장판'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과 재담으로 관객들의 많은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1930년대 중일전쟁을 시작으로 대동아전쟁에 광분한 일제는 급기야 조선의 청년들을 강제징병하여 전쟁터로 내몬다. 일제의 앞잪이 이만복에 의해 전쟁터에 끌려간 서동식은 도중에 탈출하여 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하고 있는 만주로 건너간다. 일제의 황국신민화 정책은 점점 심해지고 마침내는 조선인에게 창씨개명을 강요하고, 동네마다 신사탑을 짓고, 아침저녁으로 주민들에게 신사참배를 강요한다.
  마침내 해방은 되고 서동식이 돌아와 '친일파 처단'을 외치나 이만복은 '우리는 지금 친일파와 싸울때가 아니라, 공산주의와 싸울때다'라고 일축하며 일제의 상징인 '신사탑'은 다시 한번 조국 근대화의 상징인 '반공탑'으로 탈바꿈한다. 아무런 반성도 처단도 없이···.
  그리고 이와함께 독립투사였던 서동식은 '빨갱이'로 일제의 앞잪이였던 이만복은 너무 자연스럽게 '독립투사'로 옷을 바꿔입는다.
  이 부분은 우리 역사의 뒤틀린 부분을 너무도 시원하게 꼬집어 주고 있다.
  우리는 왜곡된 역사의 주인을 처단하기는 커녕 그들을 또다시 미국놈의 앞장이로 세워 또다른 '신식민지'를 건설해, 아직까지도 '잘못된 영웅'이 여전히 우리 역사의 떳떳한 주인공으로 서있게 하는 결과를 낳게 한 것이다.
  서동식에게 남은 것은 국가보안법을 뒤집어쓴 '징역 7년'의 형량뿐이었다.
  이날의 공연은 '이만복의 동상'이 '서동식의 동상'으로 바뀌는 것으로 희망적 결말을 맺었다. 신사탑에서 반공탑으로 또, 어느 일제앞잡이의 동상으로 탈바꿈한 탑도 결국은 올바른 역사의 주인을 찾았다.
  우금치 대표 류기형씨는 "진정으로 우리가 통일을 위해 할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이 공연에 통일에 대한 저희의 목소리를 전해봤습니다."라고 말하며 공연을 맺었다.
  이날 공연의 의의를 몇가지 정리해 보자면 첫째, 해방 50년 분단 50년에 각각 일제잔재청산과 분단통일이라는 큰 과제를 주제로 극을 이끌었다는 점. 둘째, 능숙한 연기력이나 극 구성의 치밀함으로 마당극의 묘미를 살리고 관객들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해 냈다는 것. 세째 지역문화단체의 여러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마당극'이라는 장르가 낯설지 않게 우리에게 인식되어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희망적 평가를 내릴 수 있겠다.
  한가지 아쉬운점이 있다면 끝나는 뒷마당에 한창 띄운 통일분위기를 관객들과 좀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마무리 하지 못한점, 또 무대밑에 관객들에게는 충분한 의사전달이 되지 못한 점은 '옥의 티'로 꼽아볼 수 있겠다.

 박은신 기자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