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

막걸리동산의 추억
  건배!
  힘차게 부딪치는 술잔속에 우리의 정이 싹튼다며 '부어라 마셔라'외쳐대던 그 시절. 억압속의 고교시절을 자유의 술잔속에서 영원히 묻어버리고자 했던 신입생 시절의 아릇했던 시절이다. 내일은 오늘의 무덤이라며 잔디밭 한구석 몇명의 친구와 더불어 점점 무뎌가는 간에 어김없이 촉촉히 '신고식'을 한다. 막걸리 몇 병에 안주는 새우깡 몇봉지. 그래도 용돈오는 날이면 푸짐한 두부조각도 보이던 우리의 술자리는 생활의 뒤안길부터, 경제ㆍ사회ㆍ정치까지 한없이 이야기의 나래를 펼치며 나만의 이상을 키워오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했던 자리였다.
  이제 시간의 초스피드를 느끼며 어느덧 최고학년의 위치에 서있는 나.
  막걸리의 잔디밭에서 전공서적이 너저분한 도서관의 한구석으로 주 생활무대가 바뀐것이다. 오늘은 어느 한구석에서 질러대는 젊음의 노랫가락이 들리지만 그 소리에 흥이 겨우기엔 마음이 너무 무겁다.
  하지만, 나는 술자리를 거부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속엔 젊음이, 낭만이, 나만의 이상이, 또한 내가, 나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술자리 속에서 나는 진지할 수 있고, 그 분위기를 사랑한다.
  후배들이 연출하는 과거의 나의 모습을 먼발치서 지켜 보며 있는 나이지만, 오늘만은 꺼져가는 대학 생활에 불을 댕기리라. 서로의 정이 물씬 풍기는 막걸리와 함께.

 남  최일환(환경공ㆍ4)

 


  알콜 함량보다 짙은 '정'
  언젠가 우연히 만들어진 술자리에서 나는 구석구석에서 꿈틀되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목격한적 있다. 이것을 정이라고 표현해도 될까? 그날 그 자리에서 선배들의 고민은 한자리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 내용은 한 친구가 형편이 좋지않아 학업을 중단할 위기에 놓여 있었던 것이었다. 선배들의 걱정이 곧 현실적인 대안으로 모아지면서 침울했던 분위기는 점차 예의 훈훈한 자리로 되돌려지고 있었다.
  술자리이긴 했지만 술에 지배당하지 않은 이성과 따뜻한 배려로 이끌어낸 문제의 해결은 정말 가슴을 벅차게 만드는 큰 기쁨이었다.
  술자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일상보다 훨씬 따뜻하게 다가온다. 비록 술에 일정량 의존하고 있지만 일상으로부터의 진실속에서 벗어난 사람간의 친숙함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매력적이기도하고 또 관계를 좀더 견고하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대학 초년생적의 어설펐던 술자리부터 나름대로 익숙해진 지금까지 술속의 알콜 함량보다 짙은 정을 나누어오던 따뜻한 사람들.
  오늘은 그 선배들에게 전화라도 해야겠다.
 
 여   김지연(국문ㆍ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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