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소리 공연을 보고

  "오늘 7시 30분에 우송예술회관에서 해방 50주년 맞이 민요공연이 있습니다. 우리 대전지역민요패인 들꽃소리가 분단 반세기를 장기수의 몸으로 살고 있는 분들의 삶과 아픔을 보듬어 보는 자리이고, 장기수 할아버지와 같이 공연을 준비한다고 합니다...
  우송예술회관으로 가는 버스안에서는 공연을 광고하는 라디오 방송이 흘렀다. 라디오 방송을 들으면서 들꽃소리와 장기수할아버지의 빼어난 솜씨를 은근히 기대하며 우송예술회관에 도착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들어찼고 곧 바로 '네 생각에 온종일 울었다'라는 제목만으로도 슬픈 이 공연은 노래 '감꽃'을 필두로 시작되었다.
  공연은 민요노래와 우리학교 영상패 빛고을의 영상, 그리고 춤이 어울어진 무대였다.
  그러나 공연은 함세환 할아버지가 하기로 했던 북녘에 계신 누님에게 보내는 편지 낭송과 민요를 부르지 못하게 하고 아예 무대위로도 올라서지 못하게 한 경찰의 압력에 의해 반쪽짜리가 되었다.
  1953년 전쟁중에 포로가 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960년 4ㆍ19혁명을 계기로 20년으로 감형되어 1973년 민기출소했으나 다시 1975년 사회 안정법의 제정으로 다시 14년 2개월동안 형을 살다 1987년 8월 사회안정법의 폐지로 출소한 총34년의 형을 살은 비전향 장기수 함세환할아버지는 보름동안 연습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무대위로 올라서지도 못하시고 무대아래에서 이야기 하시는 것만으로 끝나게 되었다.
  공연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함세환 할아버지 부분이 빠져 절정부분이 없는 밋밋한 공연이 되어 버렸다.
  비전향 장기수.
  창살 아래서 허옇게 세어버린 세월을 감내하며 살아온 삶!
  우리들에게는 뼈마디 아린 아픔으로 다가온다. 반백년의 세월을 감옥에서 지내면서도 신념을 굽히지 않는 삶. '자유'라는 것이 그들에겐 어떻게 느껴질까? 풀려나서도 결코 자유롭지 않은 장기수들의 삶을 이번 공연에서 깨달을 수 있었다.
  북녘에 있는 가족들을 그리며 북송을 기다리는 함세환할아버지는 공연제목 '네생각에 온종일 울었다'에 빗대어 이자리에서 난 두번 운다라며 분노했다.
  그러나 이런 장기수들의 삶이 이번 공연을 통해 다시한번 자유롭지 않음이 표출되었고 그것은 공연을 본 우리들의 가슴에 깊이 새겨야할 또 하나의 숙제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이 공연의 주제곡인 슬픈편지의 가사를 음미해 봤으면 좋겠다.
  "오늘은 너의 생일날 흰떡쌀을 담궈놓고 네 생각에 온종일 울었다. 전쟁은 길지 않을거야. 내 다시오마 문을 나선뒤 열차는 끊긴지 오래. 아 그것이 생의 마지막처럼 그날 들꽃은 왜이리 아름다우냐. 나이를 또 한살 먹으면 잡생각은 보름달되어 뜨고 삼팔선 걸린 담은 커다란 나무로 자랐지만 흐르는 시간속에 어미는 돌아가시고 오늘은 너의 생일날, 네 편지를 다시 읽고 네 생각에 온종일 울었다."

 신준섭 (무역ㆍ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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