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통일백마축전을 뒤돌아본다

  우린 이미 일상에서 충분히 개인적이지 않은가.
  우리에게 익숙한 이 개인적 행동을 잠시나마 벗어버리고, 커다란 '주제'아래 함께 묶여 며칠만이라도 같이 놀아보자는 생각은 이미 '개인적 놀이'에 익숙해진 우리 대학인들에게 거는 너무 지나친 욕심일까?
  95년 백마축전은 커다란 주제로 '통일'을 잡고 각 단대의 특성을 살린 '거리제'를 부각시켜 학생들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그리고 매년 문제되어온 축제의 소비 향락성을 없애보려고 축제를 준비하는 내내 고심했다. 그러나 기자는 '통일', '거리제', '소비 향락성 배제'이 세측면 모두에서 이번 대동제는 실패했다고 조금은 단호한 결정을 내려본다.
  '통일 백마축전'이라는 큰 구호는 개막제, 폐막제때 학생회간부들이 외쳐대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고, 대동제 행사 앞에 붙는 허울좋은 수식어에 지나지 않았다. '거리제'또한 사회대의 '지자체거리'가 그나마 눈에 띄었을 뿐, 나머지는 찾아보기도 힘들었다. 허가도 받지 않은 주점들이 버젓이 캠퍼스 곳곳에 자리잡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으며, 술을 먹고 얼굴이 뻘개진 학생들도 부끄럼없이 축제를 즐겼다. 작년과 달라진게 무엇인가. 그것이 있다면 이번 대동제가 여러가지면에서 더 완벽한 불협화음을 만들어 냈다는 것일게다.
  대동제 '불협화음'예고의 신호탄은 개막제 하루전에 쏘아졌다. 총동아리연합회 주체로 마련한 행사에는 아직 깜깜해지지도 않았는데 화려한 조명이 번쩍번쩍 거렸고, 시끄러운 기계음이 꽝꽝 울려댔다. 요즘 텔레비젼에서 잘나간다는 '스타모시기'는 동아리 한마당의 빠지지 않는 '단골메뉴'였다. 그 스타를 보려고 수많은 학생들이 영탑지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앉은 것인가.
  '통일백마축전'과 신나는 음악속에서 유행하는 춤을 춰대는 학생들의 모습이 '대동제'란 모습속에서 얼마나 잘 조화될 수 있을런지. 이때부터 기자는 어렵지 않게 이번 대동제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다.
  백마축전의 개막제는 이미 예고되었던 불협화음의 완벽한 '시작'이었다. 영탑지와 민주광장사이의 거리는 문과대의 '통일둥이거리'가 아니라 그야말로 '혼란과 혼동의 거리'였다. 그 거리에 서있노라면 영탑지에서 들려오는 드럼소리와 화려한 음악, 민주광장에서 들려오는 오른쪽 팔 번쩍번쩍 들어올리게 하는 민중가요소리가 묘하게 혼합되어 들려왔다ㅡ마치 두 곳의 행사에 동시에 참여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할 정도로.
  축제 첫날부터 캠퍼스내의 주점은 '대성황'을 이루었다. 민주광장에서 사회대로 가는길 그 빽빽한 주점은 학생들의 통행을 방해할 정도였다. 그곳의 주점들에서는 값비싼 외국맥주, 심지어 양주까지 선을 보이고 있었다. 파전 한장에 몇천원이 넘어도 '시장원리'에 의해 전혀 지배받지 않는 곳, 그곳이 있다면 대학축제의 주점일 것이다.
  허가도 받지 않은 '동전던지기' '담배이름 알아맞추기'와 같은 영리성 상업행위를 하는 것을, 찾아보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몸에 나쁜 담배 피워서 없앱시다'라는 썰렁한(?) 유머를 그럴듯한 이유로 앞세우고 장사를 하는 곳이 서너군데가 되었다. 바닥에 넓다란 종이 한장깔고 학생들을 모은 뒤 동전을 던지게 해서 돈을 버는 곳에 기자가 다가가 슬쩍 웃으며 "어떤 동아리에서 하는 겁니까? 허가는 받았습니까?"라고 묻자 주섬주섬 종이를 걷고 고개를 숙이며 겸연쩍게 웃는다.
  사범계열연합에서 북한을 포함해 지도에 사범대학을 표시해 전시한 것이라든지, 원리연구회가 '남북학생세미나'에 참석해서 찍은 사진이나 북한학우들에게 직접 받은 편지글을 교시탑 주변에 전시한것, 선박해양학과에서 모형배를 제작해 학생들에게 직접 조종할 수 있게 한것을 제외하고는 대동제기간에 과나 동아리를 알려내는 행사라든지 학술행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것도 항상 남는 아쉬움중의 하나다.
  폐막제때에는 희망새의 초청공연이 있었다. 운동권학생들에게 희망새는 요즘 한창 인기절정의 대중가수와 맞먹는 만큼의 무게를 갖는 스타다. 그들이 희망새노래를 따라 부르고, 휘파람을 불러대고 박수를 치는 것을 일반학생들은 어리둥절하게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희망새가 도대체 누군지, 저들의 독특한 이북창법은 왜 이렇게 어색한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운동권 학생들이 댄스파티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이번 백마축전 역시 '대동제'라는 이름값을 하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오히려 학우들간에 보이지않는 벽을 느끼게 한 또 하나의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어 아쉽다.
  "우리는 하나입니다. 과거에도 지금도 그리고 억만년이 지나도 우리는 하나입니다." 폐막제 중 도란이 기획공연의 마지막 대사이다. '우리'라는 낱말 속에 '충대인'을 대입한다면 이 명제는 참일까 거짓일까?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어진다.

 박은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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