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을것인가, 잡힐 것인가

  요즘 백미터 정도만 걸어도 손에는 각 후보자들의 약력과 공약이 실린 광고지가 3-4개는 들어오고, 사람들이 한둘만 모여도 누구를 찍을것인가하는 문제가 최고의 쟁점화가 되고, TV에서는 각 후보의 토론회가 생중계되는 등 온 세상이 다 선거분위기로 들떠 정신이 없다.
  그러나 단 한군데 아직도 모여서 주말저녁의 연속극 얘기를 하고 농구, 배구가 최대관심사가 되는 바깥세상과는 완전히 단절된 곳이 단 한군데 있다. 그곳은 다름 아닌 20대의 X세대가 판을 치는 대학캠퍼스이다.
  대중문화에서 가치관에서 직장생활에서 X세대 붐을 일으키며 기성세대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20대가 이번 선거판에서 또 한번 말썽을 부리고 있다. 도대체 이들은 어디로 튈지 종잡을 수 없는 '럭비공표'이다. 2, 30대가 유권자의 58%를 차지하는 만큼 각 후보들도 이들의 구미를 맞출려고 온갖 노력을 다해보지만 이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들은 어떤 정치적 사건을 떠올리며 또래끼리 공감대를 형성해가는게 아니라 문화적 취향으로 한데 묶여지는 것이다.
  그래도 30대는 낫다. 한때 확실한 목적 아래 하나의 대상을 두고 머리띠를 묶고 돌을 던져본 세대다. 그래서 이들은 야당지지의 유력한 표밭이 되기도 하지만, 20대에게는 뚜렷한 정치적 성향도 없고 '젊으면 야당 늙으면 여당'이라는 그 흔한 공식구도 적용되지 않는다. 이들은 오직 완벽한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그 놈이 다 그놈'이다 라는 생각이 20대를 무관심하게 만들었는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라는 신세대의 대표적 특성이 그들을 정치판으로부터 멀어지게 했는지 확실한 판단을 내리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선거판에서 이들을 포기할 수는 없다. 실제로 서울시장에 누가 당선될 것인가 하는 문제가 20대의 투표율이 얼마나 될 것인가에 좌우될 만큼 이들은 수적으로도 막강한 힘이 있다. 더더군다나 이들은 미래를 움직일 주역들이다. 이들의 현 모습이 우리나라의 미래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신세대를 잡아라'라는 구호가 이번 지자체선거의 유행어가 됐다. 잡힐 것인가. 우리가 잡을 것인가 우리가 판단할 문제이다.

 박은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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