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브로극회의 '박사를 찾아서'를 보고

  조원석(作 '박사를 찾아서'는 연극을 조금이라도 접해본 사람이라면 한번은 들어봤음직한 작품이다. 서울에 있는 극단들에 의해서 수차례 공연이 되었고, 지난 4월에 대전극단에 의해서 '함정'이라는 가제로 공연이 울려진바 있다. 이 작품을 읽어보면 알 수 있겠지만 추리극 형식을 이용한 숨막히는 스토리전개, 잘 짜여진 구성,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화제(話題)가 많은 연출가들에 의해서 이 작품을 선택하게 한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서 나타내고자하는 것은 것대한 조직(우리가 살고있는 사회전체일 수도 있다)의 압력속에서 철저히 무시되는 개인의 양심문제와 그속에서 무너져가는 군상들의 모습을 현실성있게 보여주려고 했던것 같다. 극중 배역을 살펴보면 정확한 명칭을 밝히고 있지않는 조직의 기관원인 최부장(최영호), 그리고 학생운동의 주역이며 조직을 배신하여 철저히 거제되는 인물 주동국, 조직과 주동국간의 알고리즘을 하나하나 풀어가는(결국 그도 조직에 의해 거세된다) 김박사(김종학), 김박사를 도우려다 조직에 의해 희생당하는 신문 정치부 기자 이승혜, 조직의 하수인이 되어 어쩔 수 없이 조직에 압묵적으로 굴종하는 여러 군상들(원장, 김간호사등)의 모습을 대비시킴으로써 아직도 우리들 가슴 한구석에 남아있는 진실된 마음(물론 그것은 무력하다)과 조직원리에 어쩔수 없이 굴복하게 되는 나약한 인간성을 심도있게 보여준다.
  많이 공연되어진 작품일수록 무대화하기에 어려운 것은 역시 연출의 작품해석력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그전의 공연을 답습하지 않고 연출고유의 작품 색채와 구성력을 관객에게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점에서 이번 공연은 어느정도의 성과는 있었다고 생각한다. 본래의 추리극 형식에 심리극적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 무대를 이분하여 한쪽은 의식의 공간으로, 또 한쪽은 무의식의 공간으로 대별하고 한 개인의 심리상태를 표현하기 위해서 그 인물의 내적자아를 나타내주는 또 하나의 인물(김박사1)을 등장시킨다.
  김박사1은 김박사의 내적(심리적)상태를 감정의 작용에 의해서가 아닌 나래이터 식으로 관객에게 전달해준다. 이것은 관객에게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어서 김박사1이 하는 말이 단순히 김박사 자신의 말이면서도 객관적으로는 우리 모두가 느낄 수 있는 공통의 감정을 대변해주는 것처럼 보여짐으로 관객들이 그가 하는 말에 좀더 쉽게 공감할수 있었던것 같다. 또한 연출은 극전체의 경직성을 나타내기 위해 무대세트, 무대색조, 음향 조명 등에서 심도있는 조작을 가했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것을 일관성있게 기하는데 어느정도의 성과를 거두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몇가지 아쉬웠던 점도 없지는 않았다.
  첫째, 대본각색의 문제다. 이번공연에서 연출나름대로의 몇장면에 대한 각색이 있었는데 그중 15장의 환자들간의 대사를 한 장면으로 삽입시킨 부분은 적절하지 못했던것 같다. 연출의 의도는 작품전체의 경직성을 파국으로 치달으면서도 그것을 약간 해소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코믹릴리프 수법을 사용한 것 같은데 그것이 오히려 작품 종결부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는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부분이다. 대학극의 가장 큰 난점이 있다면 바로 이 부분이다. 배우들 모두가 작품에 몰입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는 점은 공연을 본 사람들은 모두 느낄수 있었고 그점에 대해서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야 되겠지만, 기본적인 발성법과 호흡법에 의한 대사 처리라든지 유연한 동작선과 마임, 배우각자의 캐리기터를 구축하는데에는 미흡한 점이 많아서 좀더 체계적이고 장기적 안목에서의 연기술 학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째는 무대(공연장소)에 대한 문제였다. 이 작품자체가 방대한 스케일이거나 장황하게 펼쳐지는 극은 아니지만 배우와 관객사이가 1미터도 채 안되는 소극장에서 공연되기에는 무리였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무대의 높이가 낮기때문에 조명효과를 제대로 나타내기에 부적합했고 관객들이 객관적으로 작품에 몰입하는데 방해요소로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내에 변변한 공연장이나 강당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안타까웠다.
  글을 종결하면서 20여년간 꾸준히 연극활동을 해오고 있는 시나브로 극회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내며 좀더 성숙하고 잘된 연극으로 관객들과 만날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빈진호(경영ㆍ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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