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21C'종합문화공간 개관에 즈음하여

  "대학가하면 떠오르는 게 뭐에요?" "술집, 당구장, 노래방 뭐 이런거죠." 지나가는 우리학교 학생에게 이렇게 물어보면 십중팔구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이런 대답을 한다. 단지, 술집, 당구장, 노래방이 대학가의 모습 전부는 아닌데 현재 일반학생들에게 비춰진 대학가의 모습은 이러하다. 그렇다면 이런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우리의 대학가는 어떠한가?
  그동안 대전은 엑스포 개최와 더불어 정부차원의 대형시설의 전설과 외형적 성장은 있었지만 내적으로는 문화의 불모지라는 오명아래 마땅한 문화행사와 공간이 부족했다. 더구나 유성지역은 여러개의 대학과 대덕연구단지 연구소들이 밀집한 고급인력촌임에도 불구하고 문화공간이 상당히 열악하다. 당장 우리학교 주변을 둘러봤을때 다솔아파트 옆에 'ART CLUB'이라는 작은 갤러리가 하나 있을 뿐, 그 외 별다른 소극장이나 문화시설은 없다. 그리고 그 갤러리나마 그것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는 상태이며 갤러리의 개방시간도 학생들의 대부분의 수업이 있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여서 이용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지금, 이런 황폐화된 공간을 비집고 들어서는 작은 가능성이 있다. 바로 우리 학교 정문앞에 22일 개관을 앞두고 있는 '대학로 21C - 소극장, 갤러리, 문화싸롱이라는 종합문화공간이 그것이다. 대전에서는 처음으로, 아니 서울에서도 바탕골을 제외하곤 드문 경우인 복합적 문화공간인데 개관에 맞춰 타지역의 수준높은 공연도 초청하고 퀄트나 한국화 강좌를 개설하는등, 자체적으로 지역 정서에 부합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지방문화 활성화를 위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일단 문화행사가 있다는 것 뿐만아니라 우리 학교학생이 공연을 할 때도 멀리 시민회관이나 기독교 봉사회관까지 가지 않고 바로 앞에 있는 곳에서 한다면 학생들이 쉽게 찾아갈 수 있다는 이점이 많다.
  그러나 단지 그런 문화공간이 하나 생긴다고 엄청난 문화적 혜택과 우리학교 학생의 문화수준이 올라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대학로 21C가 처음의 좋은 취지와는 달리 대중문화에 젖어있는 요즘 대학생들에게 일부 계급만이 소유하는 고급문화로 인식되어 외면당할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대학가의 소극장이나 서점은 수요층이 많기도 하지만 술집과는 달리 자본회수율이 낮기 때문에 앞으로 상당한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 실제로 92년도에 한남대 앞에 있던 소극장이 그런 어려움 때문에 문을 닫은 일이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처음의 좋은 취지와는 달리 나중에 상업적이나 통속적으로 흐를 위험이 있는 것이다.
  대학로 21C극장장인 전은영씨는 "대학앞이고 지역문화의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작품성있고 이념성이 내재된 작품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상업적인 면을 아예 무시할수는 없다." 라고 말했다.
  머지않아 유성에는 목원대와 대전 산업대가 이전하게 된다. 그때가 되면 우리학교 주변은 '압구궁동'이 아닌 더욱더 퇴폐적인 공간을 전락해 버릴지도 모른다. 문화공간을 이용하는 관객의 의식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앞으로 공간주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문화공간을 활용할 것이냐는 것이다. 개관을 앞둔 '대학로 21C'가 이러한 위험을 안고 있는 유성에 약간은 모험적인 시도일수도 있지만 올바른 대학가를 위한 첫걸음이라는 면에서 높이 평가해 본다. 그리고 이것을 시발점으로 문화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주체적으로 노력하여 우리학교 앞의 대학로가 진정한 대학인을 위한 문화거리가 되기를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박윤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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