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쟁의 의미

  80년 5월의 광주를 ‘폭도’, ‘폭동’, ‘사태’로 규정하던 때가 있었다. 불과 몇년전 까지만 해도 말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나고나서 역사는 조금씩 제 경로를 따라 흐르기 시작했고 급기야 정부도 광주를 ‘민주화 운동’, ‘민주화 항쟁’으로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바로 ‘정의는 승리한다’는 역사의 굴레속에서 이성의 진보가 만들어 내는 당연한 결과이다. 그러나 어떠한가. 정부는 광주를 ‘항쟁’으로 명명만 했지 2천여명의 피를 부르며 ‘항쟁’을 일으켜야만 했던 광주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마저도 지키지 않고 있다. 아주 기본적인 것도 말이다. ‘항쟁’의 의미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사전적 의미의 ‘항쟁’은 ‘맞서 다투는 일, 또는 그 다툼’이다. 맞서 다투다(?). 그렇다면 ‘맞서다’란 무엇일까? 사전상에는 ‘위기와 또는 어떤 긴급적인 상황을 직접 겪게 되다’라고 표기되어 있다. 즉 ‘항쟁’이란 ‘위기적인 긴급 상황에 대항한다’라는 아주 절박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만큼 80년 5월은 군사독재 정권하에서 수천의 피를 뿌려야만 했던 절박한 시기였다. 그리고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또다시 2천여명의 무고한 광주시민을 죽인 사람들과 그를 비호하는 김영삼 정권에 대한 ‘항쟁’을 일으켜야만 할 긴급한 위기에 놓여 있다.
  지금 전국은 뜨겁다. 지난 7월 14일 검찰은 5ㆍ18과 관련해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웃지못할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이러한 ‘공소권 없음’이라는 정부의 반국민적 결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각계 각층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교수, 종교인, 청년, 노동자, 학생 등등 많은 뜻있는 사람들이 서명운동, 성명발표, 단식결의, 농성시위 등을 통해 역사의 정기를 바로잡기 위한 항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광주 영령들의 숭고한 죽음을, 5ㆍ18관련자 처벌에 대한 온 국민의 염원을 정부는 이제 인정해야만 한다. 역사적으로 위급한 상황에 맞서 일어난 것이 ‘항쟁’임을 알진대 그러한 상황을 조성한 장본인을, 무고한 광주시민을 2천여명이나 죽인 사람들을 심판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직도 광주를 ‘폭동’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우리는 지난 87년의 6월 항쟁을 아직 기억한다. 전국으로 번지기만 하던 그 민주화의 불길을 말이다. 또다시 15년 전의 5월을, 8년전의 6월을 그려내야만 하는 시급한 상황인 것이다. 아니 이제는 ‘항쟁’이 아닌 ‘혁명’이 일어날 수도 있음을 방관을 핑계로 관련자를 비호하는 현 정권은 똑바로 알아야 할 것이다.

 

김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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