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어린이가 해외 외국인(미국계) 학교에서 2년 반 동안 영어교육을 받고 미국인을 포함한 캐나다, 호주 학생들을 제치고 수석으로 졸업하는 영광을 차지했다면 어느 누구든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한 기적에 가까운 사실이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 있는 외국인 학교(International School)에서 있었던 사실이다. 1993년 2월에 한국의 국민학교 3학년 김민정(현재 13살)양은 외교관인 그 부모를 따라 프라하의 미국계 외인학교에 전편입되었다. 3학년 2학기에 편입된 그 어린이는 성적이 월등하여 한 학기만 공부하고도 4학년을 월반, 5학년과 6학년을 거치면서 1995년 6월에 수석으로 졸업하면서 영예의 최우수상(achievement awards)을 받아 놀라운 능력을 과시하게 된 것이다. 이는 우리 한국을 빛나게 했을 뿐만이 아니라 그 학교 선생, 학부모, 그리고 인근 주민들에게까지 화제의 주인공이 되었으며, 또한 선망의 대상이 되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 학생은 부모를 따라 1991년 이태리, 로마의 영국계 학교에서 1년간 국민학교를 다닌 전력을 있다. 그러나 귀국 후 2년 반 동안 한국의 국민학교에서 공부하던 중에 로마에서 익힌 영어는 다 잊어버렸다는 사실이 있음을 인정하고 들어가야 했다.
  필자는 그 어린 학생이 과제물로 제출했던 영시 1편을 제시하여 살펴봄으로써 그녀가 보인 영어구사력, 문학적 구상력 그리고 통찰력을 검토하게 하려는 것이다. 이는 오직 우리의 영어교육이 사실 이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지 비교하며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하는데 그 참뜻을 두고 있는 것이다.

 -A Saint-
                                                      By Min-Jeung Kim

 One leaf fell...
 Two leaves...
 Silence...
 Who will dare break the sound...
 Of silence ?

 Years may pass...
 Books get worn...
 Clocks may stop...
 Dust landing on glass...
 
 Stars may drop...
 Sun may rise...
 World may turn...
 Life ends?

 Footsteps I hear...
 Holy?
 Jolly?
 What do you expect?
 Not fancy...
 Not poor...
 Then what?
 
 What have you expected?
 But,
 One saint
 Arriving?


 이 시를 번역해 보겠다.

 성 인(聖人)

 잎이 하나 떨어지다
 그리고 또 두잎이
 침묵...
 그 누가 감히 침묵을 깰 것인가?

 세월은 흐르고
 낡아서 가는 책들
 시계는 멈출지라도
 먼지 유리그릇에 내려앉네

 별이 떨어지고
 해가 돋을지라도
 세상은 회전하며
 인생이 끝을 맺을건가?
 
 나 듣는 발자욱 소리
 성스러운가 아니면
 환희에 찾는가
 그대 더 무엇을 바라겠는가?
 환상도 아니고
 가난도 아니고
 그렇다면 무엇인가?

 그대 또 무엇을 바라겠는가
 헌데
 성인 한분이
 오고 있지 않는가?

  1절에서 세상끝에 오는 침묵, 이는 인간이 깰수 없는 침묵이다. 2절, 3절은 세상의 흐름에 대한 설명이다. 특히 물체적(物體的), 그리고 추상적 상황을 통해 세월의 흐름을 연상한다. 4절은 아득히 들리는 발자욱 소리 들으며 무엇인가 기대되는 마음의 표현이다. 5절은 드디어 성인(신)이 찾아오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 어린이를 지도하는 담당교사는 미국인으로서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분이다. 그가 내린 평가는 "넌 나중에 유명하게 될꺼야"라면서 만점을 주었다. 그리고 또 "이번 학기 최고의 작품"이라는 총평을 잊지 않았다.
  이에 필자는 본인의 전문분야인 '영어'를 중심으로 우리 한국의 국민학교 어린이가 외국의 미국계 학교에서 거둔 언어적 성과에 대해서 그 실례를 제시하였으며 우리의 영어교육에도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박상용(영문ㆍ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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