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폭적인 정책 지원, 시민 권리 찾기 필요

  삭막한 도심안에서 바쁘게 지나가는데 회색빛 빌딩숲 사이에서 부드러운 관현악의 선율이 흘러나온다면 어떨까? 마치 남유럽에서나 볼 수 있는 거리의 악사의 연주처럼. 그러나 거리의 악사는 동전이라도 던져주어야 하는데 바로 대전에서, 무료로 이런 연주를 들을 수 있게 된다.
  올해부터 대전시립예술단 주최로 매주 토요일 동양패션몰 앞 광장과 도청앞 지하상가 공연무대에서 열리는 ‘도심속 작은 음악회’가 바로 그것이다.
  날씨가 풀리는 4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교향악단, 무용단, 합창단, 국악원, 소년소녀합창단이 돌아가며 소극적으로 관객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도심속으로 관객을 찾아가고 있어 매우 눈길을 끌고 있다. 또한 정기ㆍ특별공연 등 대부분 공연이 화요일에 정기적으로 개최되고, 문화소외지역과 영세민을 위한 순회공연도 총 17회 연다. 공연횟수도 지난해 75회에서 올해 1백회로 대폭 늘려 시민에게 공연서비스를 확대ㆍ제공하고 예술단원의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로 활용한다고 한다.
  또한 시립교향악단은 ‘대전 문화 사랑 가꾸기 운동’의 일환으로 정기연주회 이외에 50여회의 문화소외지, 청소년, 소외계층, 연구원을 위한 순회연주회와 시민을 위한 거리 음악회, 야외 음악제 등의 개최를 통해 지역문화예술의 활성화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솔직히 지금까지는 교향악, 쉽게 클래식이라고 불리우는 음악은 상류층만이 향유하는 고급문화로 인식되어 일반시민들이 쉽게 접하고 공유할 수 있는 문화는 아니었다. 그리고 말 그대로 ‘시립’, 시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립예술단이 정작 시민을 위한 노력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동안 대전은 과학기술의 메카로서 과학기술문화를 지방화, 세계화, 전문화 할 수 있는 국내 최고의 여건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을 과학문화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거시적인 안목과 노력이 부족했다. 물질과학문명을 실생활에 적용시키고 과학과 문화가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할 때 진정한 인간을 위한 기술문명이 되는 것인데, 일단 ‘잘 살고 보자’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논리에 눌려 대전 역시 정작 삶의 질을 결정하는 문화는 항상 뒷전에 밀려 있었다. 시의 한 관계자는 “대전은 문화발전의 충분한 역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당국과 시민의 인식부족으로 매우 침체되어 있다”고 말했다.
  먼저 대전시는 어떤 것이 장기적으로 인간복지 실현에 가까운 것인지, 어떻게 해야 시민들에게 고급 문화를 제공할 수 있는지 생각해서 그 부문에 아낌없는 지원을 해야한다. 올해 대전시에서는 지방자치 시대를 맞아 ‘대전사랑 운동’과 ‘대전경제살리기 운동’을 슬로건으로 내걸었지만 아직도 문화도시건설을 위한 지원은 상당히 부족하다.
  당장 문화공간의 예를 살펴볼 때, 전국 5개 광역시중에 시립예술문화회관이 없는 곳은 대전광역시 밖에 없다. 가까운 청주나 공주에도 있는 문예회관이 대전에는 없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 문화관광국이 폐지되고 문화예술과로 축소되어 내무국에 흡수시켜 지원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대전전문대에서 우송예술회관을, 대덕문화재단에서 대덕과학문화센터를 만들고 당장 우리학교에서도 ‘국제문화센터’ 건립을 위해 예산을 확보하는 등 자체적인 노력은 있는데 시당국에서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예술단에 지원되는 예산은 단기적으로 예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시민을 위한, 시민복지를 위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또한 시민도 시민세를 내는 의무만큼 시에서 제공하는 문화를 향유할 권리가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내가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립예술단의 질이 낮거나 공간이 불편하다면 불편사항을 시민운동 차원에서라도 해결하려는 정당한 권리가 있음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의 정책과 시민의 권리찾기가 올바로 되어있을때 진정한 과학문화도시로서의 대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박윤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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