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최고 가수상까지 수상한 ‘룰라’가 지난 12월 27일, 3집 앨범을 발매한지 16일만에 사실상 해체에 가까운 활동중지를 선언했다. 이 앨범의 타이틀곡인 ‘천상유애’가 일본의 3인조 그룹 닌자의 ‘오마쓰리 닌자’란 곡을 표절했다는 이유였다. 이 사건은 표절의 무법천지인 우리나라 대중음악계에 경종을 울렸을 뿐만 아니라 여러 의미를 우리에게 시사해준다.
  먼저 원저작자만이 표절을 문제 삼을 수 있다고 되어 있는 현재의 법규정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문화가 공식적으로 개방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들킬 염려가 적어서 표절의 무법천국이라고 할 정도로 공공연하게 표절하곤 한다. 이번에도 룰라뿐 아니라 박미경, 장혜진 등 다른 가수들도 표절시비에 올랐지만 모두 공연윤리위원회의 심의에 무사히 통과했다. 외국곡을 표절했을때, 그 나라에 있는 원저작자가 한국의 표절곡을 듣고 우리나라 법원에 제소를 해야만 처벌이 가능한데 이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저작자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표절을 고발할 수 있게 자율적인 민간 표절감시기구를 만드는 등 법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바로 컴퓨터 통신의 위력이다.
  처음 룰라 표절 시비 문제제기는 지난 12월 29일 김태호씨(24frame)가 하이텔 토론실에 룰라의 ‘천상유애’가 닌자의 곡을 표절했다는 주장과 함께 wav파일로 멜로디까지 저장ㆍ등록해 놓음으로서 비롯됐다. 그러면서 다른 이들의 비난 글이 올라오고 한쪽에서는 표절반대 서명운동을 벌여 6백명 이상이 참여함으로서 결국 룰라의 활동중지 선언까지 받아낸 것이다. 이러한 정보의 공유는 여론 형성의 바탕이 되어 표절이 난무하는 대중음악계에 일침을 놓았다.
  컴퓨터 통신은 신문이나 방송같은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과 쌍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차이를 무너뜨리는 새로운 전자식 네트워크로, 현재 가장 개방된 공간으로서 활발한 정보교환 뿐 아니라, 여러 사람들과의 대화와 토론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예전에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반이 공연윤리위원회 심의에 관한 것이라든지, 전 노태우대통령의 비자금문제로 파문을 일으킬 때도, 누구라도 쉽게 참여할 수 있다는 개방성과 상대방을 눈으로 보지 않고도 의사 전달을 할 수 있는 익명성 때문에 자유로운 의견개진과 활발한 토론을 통해 올바른 여론 형성에 기여했다. 물론 통신 이용자에 대한 아무런 보호 조치나 제약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극단적인 의견만을 지나치게 강조해 다른 통신인들의 감정을 상하게 하거나 논리적이지 못한 발언이 있기도 하지만 컴퓨터통신은 이번 표절파동을 계기로 대중문화의 감시자로서 건전한 대중음악의 형성을 위해 큰 몫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박윤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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