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는 끝나지 않았다

  ‘새내기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새동네 번영회 일동’
  바로 1년전, 쪽문을 통해 새동네로 나갈라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던 문구가 하나 있었다. 왠지 으쓱해 지는 어깨를 어쩔줄 모르며 ‘대학이란 곳은 주변 상인들조차도 입학을 축하한다는 프랭카드를 내걸기도 하는구나, 그만큼 친숙한 걸까?’ 라며 해가 질때면 어김없이 다가가곤 했다. 진심으로 내 입학을 축하해 주는 것이라 믿으며 마치 몽유병 환자처럼….
  그리고 지금, 교정의 봄이 다시금 찾아오고 학교가 새 주인들로 활기를 이룰때 바로 우리의 한켠에선 온갖 현혹된 모습이 눈에 뛴다.
  대학이란 곳은 어느정도 기성사회와는 다른 많은 부분을 지니고 있다. 특히 ‘대학’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창조되는 학생들의 창조적 발현으로서의 ‘대학문화’는 문화사대주의를 조장하는 미제와 독재정권에 맞서 우리것을 지키려는 ‘저항문화’를 이뤄내기도 한 대학만의 가장 특수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창조적 활동의 산물이며 자주적 욕구를 표현하는, 불의에 항거하며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 바로 대학문화, 우리 문화인 것이다. 그만큼 대학문화란 주체성을 가진 가운데 우리것을 지키며 가꿔 나갈 수 있는 가장 민족적이며 가장 자주적 공동체의 향유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대학문화는 한없이 흔들리고 있다.
  새내기 환영 문화가 새학기의 시작일진대 향락ㆍ퇴폐ㆍ소비문화를 조장하는 행정당국과 대학가, 그리고 그러한 것을 아무런 비판도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주체잃은 주체들….
  흔희들 ‘대학문화는 없다’라는 비관론을 펼치곤 한다. 사실 학내ㆍ학외 그 어느 곳을 둘러봐도 우리것은 단 하나도 찾을 수 없다. 옷차림부터 사용하는 악세서리, 즐겨찾는 술집, 자기만을 위한 놀이문화 등 어떠한 것도 시대정신이 녹아있는 고유한 우리것은 없다. 물론 대중문화의 폭발적 증대, 뉴미디어의 발달, 컴퓨터와 가상현실, 자본주의의 전지구화에 따른 외래문화의 도전 등 자족적인 문화형태를 갖춘 신세대의 등장 또한 대학문화를 없게끔 한 가장 큰 요인이 되기도 한다. 새로운 문화이념을 정립하고 우리의 고유한 것을 되찾기 위한 소모임을 구성하며 우리의 구미에 맞는 우리만의 대학문화를 건설해 나가야 한다.
  여전히 우리만의 특별한 공동체를 이끌어내던 막걸리 동산은 쓸쓸하기만 하고 새동네는 북적대는 학생들의 틈에서 행복한 비명을 질러대고 있다. 그러나 맑디맑은 새내기의 얼굴을 보면서 아름다운 세상을 향한 우리들의 꿈을 위해 우리만의 대학문화건설이라는 작은 소망을 가져본다.

김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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