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과 저항이 살아있는 공동체적 문화

 

  흔히 ‘대학문화는 없다’라는 비관론을 펼치곤 한다. 그만큼 우리시대의 대학문화는 밀려오는 서구문명과 뉴미디어의 발달, 자본주의의 완전 침투 등으로 제자리를 잃고 휘청거린다는 말이다.
   그러나 아직 어설픈 속단으로 포기하기는 이르다. 시대적 악조건 속에서도 여전히 한켠에선 민족ㆍ민중문화를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 있다. 비록 아주 작은 몸짓이긴 하지만 아직 희망은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신문 문화부에서는 ‘자주적인 대학문화 되살리기’라는 기조로 이번 학기를 만들어가려 한다.

     <글싣는 순서>
            1. 대학문화의 과거와 현재
            2. 현재의 대학문화 진단
                 ① 학내 문화공간
                 ② 대자보, 플랭카드 등의 홍보문화
                 ③ 여가활용문화
                 ④ 생활문화
                 ⑤ 집회(모임)문화
            3. 대학문화에 대한 공개토론
            4. 대학문화의 위상과 역할정립
            5. 대중문화와 대학문화

 -편집자주-

 
  나의 대학생활은 80년대 말 한국사회의 급격한 변화 발전기에 시작이 되었다. 당시의 모든 대학들이 그러했듯이 현실의 모순에 저항하며 실천하는 ‘저항문화’ 속에서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우리 대학의 저항문화는 서문앞 궁동교를 사이에 두고 표출되곤 하였다. 거대하고 위압적인 공권력과 대치되는 것으로 현실과 대학의 저항문화는 상징적으로 대치되고 있었다. 선배, 동기들은 밤세워 토론하는 나름의 문화를 만들어 나갔고 그 고민에서 형성되는 가치관으로 세상을 보는 자신의 신념을 만들어 갔다. 대학의 문화는 이성과 지성으로 형성된 대항의 문화였으며 부패하고 비도덕적인 현실에 대안을 제시하는 건설적 문화였다.
  막동에서의 밤은 술로 시작하여 토론으로 진행되고 “함께가자 우리 이 길을” 이라는 노래로 끝을 맺고 자취방으로 그 자리를 옮겨가곤 하였다. 서로의 토론과 합의 그리고 또 다른 주제에 대한 토론과 합의로 세상에 홀로 떨어져 살아가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이 아니라 “너, 나 우리가 함께있는 공동체적 대학문화”를 만들어갔다.
  70년대 서구적 발전을 모델로 변화되어가는 속에서 ‘우리것 찾기’에 대한 움직임으로 발전되어진 탈춤운동에서 비롯 되어진 동아리적 공동체 문화는 가장 변화가 심한 시기에 변화앞에서 그 변화를 이끌어 가고 있었다. 공동체 문화는 우리 학교 문화의 중심을 이루어갔다. ‘어울림’의 모습을 반기며 그 속에서 존재하는 현실의 모습을 그려나가고 그 현실의 모순을 비판해 낼 줄 아는 자신으로 공동체 문화를 발전시켜 내었던 것이다.
  대학은 진리와 이성의 공간이다. 진리에 대한 끝없는 갈망과 이성에 대한 무한한 애정으로 자신의 지성을 발전시켜 내는 곳이 바로 대학이다. 지적재산을 풍부히 시켜내고 참과 정의로 이루어진 자신의 가치관을 만들어 세상을 바라볼 줄 알게 하는 곳이 바로 대학의 참모습인 것이다.
  정의와 불의에 민감하며 지칠줄 모르는 열정이 살아있는 젊음의 공간이 대학이다. 대학의 문화는 그런 대학인의 지성을 더욱 풍부히 해내고 더욱더 발전 시켜낼 수 있도록 해야한다.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살아있고, 자신의 잘못에 과감히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젊음, 토론과 실천속에서 이루어진 자신의 가치관으로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젊음을 가진 것이 바로 대학의 문화인 것이다.
  사고의 진리, 행동의 진리에 관심이 있고 그것을 위해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토론의 문화인 것이다.
  이철규 열사의 의문사 투쟁, 이내창 열사의 의문사 투쟁, 그리고 강경대 열사와 시대의 양심을 안고 산화해간 수많은 아름다운 꽃과 같은 열사들, 대학의 비판문화는 그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공부하며 고민하고 양심에 따라 투쟁하는 비판문화가 젊음을 한층 더 아름답게 만들어 내었다.
  진리에 정의와 아름다움에 갈증을 느끼며, 그를 위해 한시도 쉬지 않는 젊음의 문화는 군부독재를 종식시켰으며 시대를 민주적 사고방식으로 변화 발전시켰다. 우리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우리시대의 최고 가치로 만들어낸 것이 바로 우리의 윗선배들이 살아오며 만들어냈던 비판과 저항이 살아있는 젊음의 공동체 문화였던 것이다. 맹목적인 추종과 그에 대한 유치한 열정이 아니라 이성과 지성과 정의로 무장된 문화-생활양식-가 건강한 대학생활을 만들어 내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대학의 모습은 어떠한가? 관광특구라는 충청지역 최고의 유흥가에 우리의 공동체문화를 빼앗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과연 우리의 학교에 대표할만한 대학문화가 있는가? 시대를 아파하고 그 양심에 움직이는 우리의 비판문화는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새벽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외지의 이방인에게 우리의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마당을 빼앗겨 버린 것이 아닐까?
  우리의 가치관은 상업주의의 물결속에서 ‘나는 나, 너는 너’ 라는 이기주의로 물들여지고 “왜냐구? 그냥”이라는 구호로 무가치적 행동에 무가치적 이유를 서슴없이 부여하는 것은 아닌지. 우리에 대한 사랑과 진리에 대한 사랑보다는 오직 자신의 미래에 대한 득과 실이 주된 관심사가 되었으며 그 속에서 우리의 사고 방식도 변화되고 우리의 살아있는 공동체적 삶은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는 신세대, X세대에 부여된 상업주의를 무시한체 포스트 모더니즘(Post-Modernism)이라는 해체의 괴물이 우리의 사고까지 제공해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른다.
  참과 거짓을 구별할 줄 아는 젊음, 남의 눈이 아닌 자신의 눈으로 현실을 바라보며 행동할 줄 아는 젊은 대학의 건강한 문화를 지켜내야 할 것이다. 20세기를 살아가는 마지막 양심으로서…

윤여진(영문ㆍ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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