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문화속의 맏형

  군대까지 갔다왔는데라는 자조섞인 말을 되네이며 새벽마다 도서관을 향하는 복학생의 어깨는 왠지 작고 힘없어 보인다.
  예비역이라는 말에 실리는 취업과 졸업의 무게가 그들의 발걸음을 더욱더 지치게 한다.
  간혹 후배들과 술자리를 갖게 되면 요즈음 신세대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썰렁함의 대가라는 칭호를 얻는 것도 복학생을 슬프게 하는 일이다.
  시간이 흘러가며 대학에서 복학생의 지위와 역할도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복학생들이 과에서 맏형같은 존재였다.
  과행사나 모꼬지를 가면 궂은 일을 도맡아하고, 후배들보다 부지런이 움직이며 군대에서 배운 솜씨를 발휘해 일을 척척 처리하는 것이 예비역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예비역이 할일이 없어져버렸다.
  막동에서 후배들을 데리고 진정한 자유와 청년학생의 삶에 대해 뜨거운 토론을 하고 싶어도 새동네의 화려한 술자리에 더 익숙한 후배들의 반응은 빨리 2차가자는 이야기다. 공동체 문화를 기반으로 치뤄지던 행사나 사업들이 사라지는 대신 작은 규모의 모임들이 과에서 활성화되어 있으니 군대에 갔다온 예비역들이 어울리기엔 나이가 부담스러워 감히 끼어들지 못하고 밖으로 빙빙 돌 수 밖에 없다.
  개인의 개성과 절대자유를 주장하는 문화들이 홍수처럼 넘쳐나면서 그 파도에 우리 대학의 공동체 문화가 쓸려가고 있다.
  복학생들은 결코 도서관의 노예가 아니다. 그들의 가슴도 새내기들마냥 뜨겁고, 후배들과의 진솔한 어울림을 갈구하고 있다.
  물론 주위를 둘러보면 군대에 다녀왔으면서도 후배들과 잘 어울리고, 과생활도 충실히 수행하는 학우들도 많이 있다. 복학생들이 스스로 과생활에 적응하고 후배들을 찾아가서 어울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말처럼 쉬운일이 아니기에 많은 예비역들이 오늘도 도서관밖에 갈 곳이 없는 것이다.
  우리의 대학에서만큼은 공동체 문화가 지켜져야 한다. 어우러짐의 흥취와 함께함의 기쁨이 우리곁에 존재해야 한다.
  공동체문화가 활발하게 펼쳐지고, 후배들의 따뜻한 손길이 도서관에 있는 복학생들을 이끌어 줄 때 우리의 복학생들은 맏형같이 믿음직스런 웃음과 함께 기꺼이 한판 대동춤을 추어줄 것이다.
  사람의 향기가 피어나는 따뜻한 민족충대를 만드는 일은 누구 혼자서 할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노력이라는 것을 다시금 되새기며 나 역시 오늘부터는 후배들을 먼저 찾으리라.

 정훈영(정외ㆍ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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