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더 레인(Before The Rain)

  ‘비포 더 레인’은 현실적 소재를 작가적으로 소화해낸 ‘아트필름’이니 ‘작가영화’니 하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는 보기드문 작품이다. 현실적 소재라 함은 보스니아 내전이고, 작가적 소화란 현실의 중압에 굴하지 않고 영화적, 예술적으로 윤색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것은 현재 진행중인 전쟁에 관한 ‘객관적 보고서’가 아니라 ‘주관적 해석서’라 할 수 있다. 감독의 데뷔작이기도 한 이 영화는 지난해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거머줬던 밀로 만체브스키는 조국이 휘말려 있는 인종과 종교, 패권을 둘러싼 구체적 전쟁보다는 전쟁이란 것 자체가 그 때문에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고 부조리에 질 수 있는가에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비포 더 레인’ 마케도니아 공화국, 바다르 필름, 프랑스 엠 제작사, 영국의 폴리그램이 공동제작한 ‘현실적 저의’가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감독은 그러한 사실속에서 예술성이 넘치는 ‘작가 영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흔히 무시되기 쉽지만 그의 사회의식과 문제의식 또한 소홀히 다루어서는 안된다.그가 취하는 ‘거리’가 만약 양비론이라 비판된다면 그 범주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의 입장은 한쪽에 가담할 것과 동시에 더 큰 것 즉, 자기희생이 소중하다는 것을 강변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중심인물 알렉산더가 죽어가는 장면은 길고도 강한 여운을 남긴다.
  ‘비포 더 레인’은 돈에 눈먼 한국영화, 다른영화의 문화풍토를 생각할 때 부럽기 짝이 없는 90년대를 대표하는 길이 남을 영화이다.

배선영(경영ㆍ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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